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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개미자리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개미자리'에 대해서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개미자리(촬영: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12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어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날씨도 한동안 따스하더니 어제부터는 다시 쌀쌀해져 따스한 봄볕이 그리워지는 때입니다. 이처럼 겨울의 황량함이 더할수록 봄날의 따스함과 고마움은 그에 비례하는 듯합니다. 햇살 좋은 날 나무아래 피어난 봄꽃들을 생각하면 마음은 벌써 봄으로 내닿게 됩니다. 비온 뒤에 땅이 잘 굳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혹독한 겨울을 잘 넘긴 봄꽃들이 주는 느낌은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화려한 꽃들에 비해 관심을 덜 받기는 하지만 봄볕 아래에서 씩씩하게 잘 자라는 키 작은 꽃들도 꽤 많습니다. 이름도 재미있는 개미자리, 벼룩이자리, 벼룩나물, 땅빈대가 그것인데 가장 흔한 것이 개미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개미자리는 석죽과의 두해살이풀꽃으로 바닷가 바위틈부터 도심지 보도블럭 그리고 들판의 공터까지 햇볕이 잘 들고 흙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면 아무데서나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햇볕이 있는 곳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고 키가 큰 나무뿌리나 그늘진 아파트 담벼락에 기대어 살기도 합니다. 키는 커봐야 20cm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제주에서 자라는 것은 10cm도 않아 앉아서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습니다. 바람이 많은 곳에서는 줄기 아래에서부터 가지를 치면서 땅바닥에 붙어서 사방으로 뻗어 나가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반듯하게 서서 자라기도 합니다.

 초록색의 잎은 선형으로 가늘고 작지만 표면은 반들거리고 두툼하여 오히려 단단한 느낌을 줍니다. 5월이 되면 별 모양의 하얀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꽃의 크기가 작으면 꽃잎이나 꽃받침이나 어느 한 부분을 생략하여 꽃을 피우는 경우가 많은데 개미자리는 완성된 꽃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꽃의 크기도 작고 화려하지도 않아 쉽게 눈에 띄는 것도 아닙니다. 줄기 위쪽에 달린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자루가 나와 그 끝에 각 1송이씩 달리는데 2mm 정도 되는 꽃받침 다섯 개가 꽃잎 다섯 장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흰색의 꽃잎은 녹색의 꽃받침과 길이가 비슷하고 그 사이로 어긋나게 달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색깔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꽃잎 안에는 털이 뽀송뽀송한 암술 다섯 개를 가운데 두고 주위로 5~10개의 수술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개미자리라는 이름도 너무나 예쁘고 앙증맞습니다. 개미가 이 풀꽃을 좋아해서 개미들이 사는 곳이라 하여 개미자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꽃을 담으려고 줄기를 만지기라도 하면 분주히 드나드는 많은 개미들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개미들이 유독 이 꽃을 좋아하고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듯합니다. 성숙초(星宿草)라는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자를 풀이해보면 '별이 잠을 자는 풀'이 됩니다. 꽃 모양이 별을 닮아서 붙여진 모양입니다. 별이 잠을 잔다는 시적인 표현이 너무나 정겹습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Pearlwort라 부르는데 Pearl은 진주이고 wort는 풀이기 때문에 '진주풀'이 됩니다. 아마도 개미자리의 열매가 익으면 다섯 조각으로 갈라지면서 그 안에서 흑진주 같은 씨앗이 나오는데 씨앗의 모습 때문에 붙여진 모양입니다.
 
갯개미자리(촬영: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개미자리도 바닷가에 자라는 갯개미자리를 비롯해서 관모봉에서 자라는 관모개미자리, 귀화식물인 들개미자리까지 14종 정도가 우리나라에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제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대표격인 개미자리와 꽃이 분홍색이면서 암술이 3개인 갯개미자리, 개미자리와 비슷하지만 바닷가에 자라고 꽃자루와 꽃받침에 선모가 있는 큰개미자리입니다. 이 밖에도 귀화식물로 겨울에도 볼 수 있는 들개미자리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미자리와 집안은 조금 다르지만 꽃 모양이 비슷한 벼룩이자리, 벼룩나물이라는 꽃도 있습니다. 벼룩이자리는 개미자리보다 꽃잎이 넓고 벼룩나물은 꽃잎이 5장이지만 반으로 깊게 갈라져 10장처럼 보이기 때문에 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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