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느릿느릿 가을빛 비움·여유 머금다

  • 0
  • 0
  • 폰트사이즈

    느릿느릿 가을빛 비움·여유 머금다

    • 2013-11-19 06:00
    • 0
    • 폰트사이즈

    일본 북규슈를 가다

    유후인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긴린코 호수.

     

    가을의 끝자락, 따스함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낙엽이 뒹구는 거리에 스산한 바람이 스치고 조금씩 몸이 움츠러 든다. 몸은 그렇게 계절을 알아가지만 마음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11월. 아마 또 한해를 보내야 하는 아쉬움에, 시나브로 흘러가는 세월의 무심함에 대한 허허로움을 위안 받고 싶음 때문이리라.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고 허허로운 마음을 아름다운 자연으로 채우고 세월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낼 곳이라면 여행지로서 더할 나위 없다. 바다와 자연, 그리고 역사가 어우러진 곳이면서 계절은 한 발짝 느린 곳,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의 규슈가 바로 그런 곳이다.규슈의 대표 도시 후쿠오카의 날씨는 제주도와 비슷하다.

    잡지 못했던 시간의 흐름을 잠시나마 되돌리는 듯한 안도감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후쿠오카 지역은 한반도나 중국 등 아시아의 교류 창구였던 까닭에 옛 역사나 문화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어 지금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다. 규슈의 대표적인 명소인 아소산(높이 1592m)은 약 3000만년전의 대폭발로 인접한 오이타, 구마모토, 미야자키현 등에 갖가지 즐비한 볼거리를 선물하고 있는 세계 제일의 칼데라화산이다. 북규슈 후쿠오카의 여행은 대자연의 신비와 동화같은 아름다움, 역사가 깃든 휴식을 맛볼 수 있는 3색 여행지다.

    ■ 유후인과 긴린코호수

    규슈를 대표하는 유후인은 오이타현 중심지에 자리잡고 있는 동서 8㎞·남북 22㎞의 작은 온천마을이다. 외곽에는 명산 유후다케를 비롯해 1000m 이상의 높은 산들이 우뚝 솟아 마을을 감싸고 있으며 그 중심부에 긴린코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유후인에서 긴린코호수까지의 약 11㎞ 정도의 유노츠보거리는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온천마을'이란 명성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보여준다.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거리의 가게들은 어느 도시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흔한 브랜드나 현대식 쇼핑몰이 아니다.

    주민자치회가 건물크기와 높이를 제한하고 있으며, 유명호텔 유입금지·유흥업소 영업금지도 엄격히 지키고 있다. 아기자기한 미술관과 개성있는 갤러리, 전통인력거꾼 등으로 꾸며 그야말로 전통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인근 민예촌은 일본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메이지시대의 술 창고를 해체해 만든 민예관을 비롯해 유리공장과 다이쇼시대의 우체국을 이전해 만든 우편 자료관 등이 있다.

    유후인에는 30개가 넘는 미술관과 테디베어 가게, 요괴만화 캐릭터 가게 등 세월이 멈춰선 듯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이곳을 배경으로 제작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긴린코호수는 석양이 비칠 때 잉어가 수면위로 뛰어 오르면 비늘이 금빛으로 보인다고 하여 긴린코(金鱗湖)라는 이름이 붙었다. 둘레가 400m로 작지만 아름다움은 결코 크기가 아님을 일깨워 주는 곳이다. 아침 안개가 유명한 긴린코는 겨울에도 수온이 높아 호수 주변에 자욱한 물안개가 피어올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835개의 원천에서 1분당 4만2000리터가 쏟아져 나오는 유후인은 일본에서 온천 용출량이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이와 함께 온천여행의 백미인 가이세키 요리가 있다. 가이세키는 모임의 좌석이라는 뜻으로 일본 정식 요리를 말한다. 에도 시대부터 시작된 요리로 계절식을 기본으로 해 재료, 요리법, 맛이 중복되지 않도록 차려낸다. 또 음식 맛과 색깔, 모양을 고려하고 그릇 모양과 재질도 감안해 그야말로 품격을 갖춘 요리다.

    ■ 지옥의 온천도시 벳부

    아소산 자락 야산 곳곳이 온천수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유후인역에서 열차로 1시간쯤 달리면 벳부에 다다른다. 일본 온천여행의 일번지다. 지하 300m에서 분출되는 온천의 모습이 마치 지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온천물의 색깔과 분출되는 형태에 따라 바다지옥, 피지옥, 스님지옥 등 9개의 지옥으로 나눠져 있다.

    이곳 천연온천수의 온도는 80도를 넘어 눈으로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온천수로 삶은 계란과 옥수수가 인기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바다지옥. 라듐 때문에 바닷빛이 도는 열탕에 흰 연기가 쉼없이 피어오른다. 피지옥은 산화철 성분 때문에 바닥이 붉은 진흙빛을 띠며 진흙과 물이 섞여 붉은 빛을 나타낸다. 용지옥은 25분마다 간헐천이 20m 정도 뿜어 오른다.

    이채로운 건 스님지옥. 회색의 흙탕물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말 그대로 지옥의 모습이다. 보글보글 솟아 올랐다 터지는 거품이 스님의 머리 같다. 온천수의 증기로 밥을 지어 신에게 바쳤다는 가마도 지옥과 산지옥, 하얀 연못 지옥, 귀신산 지옥도 볼 수 있다.
    가마도 지옥의 담뱃불 이벤트가 신기하다. 온천수 위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 오른다. 온천수의 성분과 담배의 성분이 만나 일으키는 화학작용이다. 담배의 200여 가지의 유해성분 중 어느 특정 성분이 저처럼 놀라운 수증기를 만들어 내는지 하여간 흡연자들은 섬?함을 느낄 만하다.

    눈으로만 지켜보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인근에 족욕탕이 마련되어 있다. 30분 정도 발을 담근 채 먹는 계란과 옥수수의 맛이 별미다. 이곳 여행 중 빼놓지 않고 둘러봐야 할 곳이 온천의 꽃이라고 불리는 유황재배지 유노하나다. 마을 입구부터 퀴퀴한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는 어린 시절 농촌에서 저녁때쯤이면 밥 짓는 연기를 연상케 한다.

    화산연기와 가스, 수증기가 올라오는 곳에 짚으로 된 지붕을 만들어 움막처럼 지어 놓고 유황을 재배한다. 중요무형민속문화재란 표지판과 함께 곳곳에 약용 유노하라 안내판이 있다. 300년 전부터 전통적인 방법으로 채취하고 있는 이곳 유황은 입욕제 등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 판매되고 있다.

    ■ 남장원과 다자이후 텐만구

    남장원은 동양최대의 와불상이 있는 곳이다. 일본 전역에서 해마다 200만 명의 참배객이 찾고 있다. 일제시대 징용으로 끌려 온 한국청년들의 숙식을 돕다가 곤혹을 치르기도 한 지한파 사찰로 우리나라에서도 1년에 수만여 명이 참배한다. 사사구리시코쿠 영장의 총본산인 남장원은 고야산 진언종의 또 다른 본산이다. 1830년대 문을 연 남장원은 1886년 사찰폐지의 위기에 처했는데 지방 주민들의 30년에 걸친 탄원으로 1899년 고야산으로 이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와불의 규모는 길이 41m·높이 11m·무게 300톤에 이른다.

    와불에 깃든 이야기는 그 규모보다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곳 주민들이 어려운 여건에 있던 미얀마, 네팔 등 어린이들의 구호 활동을 위해 음식과 의약품, 생필품을 후원하였고 그것을 고맙게 여긴 미얀마 불교 회의로부터 1988년 석가모니, 아난다, 목련불 등 세 부처의 사리를 증정 받아 열반상을 건립했다.

    부처의 발바닥을 만지면 복권에 당첨 된다는 이야기가 있어 찾는 이들이 모두 한번씩 쓰다 듬는다. 와불상에 오르기까지 실로폰 다리를 지나 입구에 있는 포대화상의 배는 복을 부른다고 하여 수많은 손길을 타 청동이 벗겨질 정도로 반질반질 하다. 오르는 길에 있는 개구리 3형제의 모습은 '함부로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깊은 진리의 모습을 앙증맞게 표현하고 있다.

    다자이후(大宰府) 마을의 텐만구(天滿宮)는 일본 학문의 신 스기와라미치자네(菅原道眞)를 모신 신사다. 901년 중앙의 우대신이라는 관직에서 다자이후의 관리로 좌천됐으며 이곳에서 목숨을 거뒀다. 무사를 존중했던 일본에서 그는 유명한 시인이자 철학자였다. 중요문화재이면서 일본 텐만구 신사의 총본산이다. 그래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학부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곳곳에 합격부를 파는 곳도 즐비하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공부에 대한 열정은 별반 다르지 않은듯 하다. 이곳에는 6000그루의 매화나무가 이른 봄이면 그 고매한 자태를 뽐낸다.


    <일본 온천 이것만은 알고 가자>

    1.수영복 필요한 가요?
     
    온천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이 가장 자주 하는 질문 중의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면 혼탕이 아닌 경우 수영복은 필요 없다. 대부분의 숙박업소들이 가운을 준비해 놓고 있어 속옷을 착용한 채 가운을 입고 들어가 벗은 후 입욕실로 들어가면 된다. 단 특급호텔의 경우 일반 욕실 이용과 동일하게 옷차림을 갖추는 게 예의다.

    2.때 밀어도 되나요? 
    때 수건 등을 이용해 때를 미는 건 실례다. 욕탕에 오랜 시간 몸을 담그는 것이 아니라 3번 정도 드나들며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정도로 해야 한다. 적당한 시간은 샤워후 첫 번째 입욕시 3분정도 몸을 담근 후 나와 휴식을 취한 후 두 번째는 8분, 세 번째는 5분이 이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욕탕에 나와서는 수건으로 몸을 닦지 말고 그대로 말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3.남녀혼탕인 가요? 
    일본 곳곳에 아직 혼탕이 실제로 남아 있지만 대부분 여행객들이 숙소로 잡는 곳은 그렇지 않다. 전통적 료칸이나 대형 노천탕이 아니라면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남녀탕이 구분되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혼탕은 아니지만 밤 9시를 기준으로 남녀탕이 바뀐다는 사실이다. 남녀탕이 바뀌지 않는 곳은 가로막이 천장까지 닿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비싸고 예약하기도 힘든 혼탕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위안이랄까?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