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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무서운 다짐 "내 이름, 꼭 되찾겠다"



야구

    이승엽의 무서운 다짐 "내 이름, 꼭 되찾겠다"

    '내년에 두고 보자' 삼성 이승엽은 올 시즌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KS)에서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다행히 마지막 KS 7차전에서 동점타를 날리며 부활의 계기를 마련했다. 사진은 7차전 5회 적시타를 날린 뒤 박수치는 모습.(대구=황진환 기자)

     

    이승엽(37, 삼성)은 초라했다. 마지막 순간 반짝했지만 그동안의 부진을 씻어내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2013 한국시리즈(KS)는 이승엽의 야구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세월의 무게와 익숙했던 주역의 자리에서 조연으로 역할을 바꿔야 하는 현실을 비로소 인정하게 된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서운 다짐은 남았다. 20년 가까이 한국과 일본 야구를 주름 잡았던 '국민 타자'의 절치부심이다.

    ▲지난해 우승 주역에서 애물단지로

    이승엽은 1일 KS 7차전에서 두산을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오늘 (적시타를) 쳤지만 이번 시리즈는 후배들이 다 한 것이기 때문에 감사하고 공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럴 만했다. 이승엽은 KS 7경기에서 타율 1할4푼8리(27타수 4안타)에 머물렀다. 7차전에서 1-2로 뒤진 5회 값진 동점타를 치긴 했지만 2차전과 4차전 승부처에서 잇따라 무기력하게 물러난 잔상이 더 깊게 남았다. 이승엽이라는 존재감을 부각시키기에는 7차전 동점타로는 많이 부족했다.

    정규리그도 그랬다. 이승엽은 올해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에 머물렀다. 홈런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기 전이던 1996년 9개 이후 가장 적었고, 타율과 타점은 데뷔 후 가장 좋지 않은 기록이었다.

    사실 이승엽은 지난해만 해도 삼성의 중심이었다. 8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첫 해 타율 3할7리 21홈런 85타점으로 제몫을 해줬다. SK와 KS에서도 1차전 2점 홈런과 6차전 싹쓸이 3타점 3루타로 우승컵과 함께 시리즈 MVP까지 거머쥐었다. '역시 이승엽'이라는 찬사가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승엽도 이제 한물 갔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규리그 때는 낮은 타율에도 결승타 등 적잖은 타점으로 근근이 버텼지만 KS에서 8억 원 팀 최고 연봉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승엽이 "사실 올해는 한 게 전혀 없는 것 같고 역할도 제대로 못 했다"면서 "못 쳐서 비난도 많이 하셨는데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깊게 반성한 이유다.

    ▲후배들의 가파른 성장에 밀리다

    '고개 숙인 라이언 킹' 이승엽은 특히 KS 잇딴 승부처 침묵과 1할대 타율로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은 6차전에서 삼진을 당한 뒤 물러나는 모습.(대구=황진환 기자)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사실 삼성은 이승엽이 오기 전에도 이미 완성기에 접어든 전력이었다. 2011년 우승 뒤 류중일 삼성 감독이 "2010년대를 삼성 천하를 만들겠다"고 공언할 정도였다.

    마운드 왕국이라는 투수진은 물론 타선도 짜임새를 갖췄다. 특히 2011년 홈런왕 최형우(30)와 박석민(28) 등 젊은 중심타자들이 바야흐로 전성기에 오른 시기였다. 이런 가운데 이승엽이 중심 타선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지난해 이승엽은 주축들의 부진 속에 큰 역할을 해줬다. 최형우가 타율 2할7푼 14홈런 77타점에 머무르며 3할4푼 30홈런 118타점의 2011년 포스에 못 미쳤고, 채태인도 타율 2할7리 1홈런 9타점에 그쳤다. 이승엽이 없었다면 2012년 우승은 힘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달랐다. 이승엽이 없던 2011년처럼 기존 선수들이 해줬다. 최형우가 타율 3할5리 29홈런 98타점, 박석민이 타율 3할1푼8리 18홈런 76타점을 기록했다. 채태인 역시 부상으로 94경기만 나오면서도 타율 3할8푼1리 11홈런 53타점을 올려줬다.

    이제 삼성은 이들의 시대인 것이다. 이승엽도 "지난해는 주장 진갑용 선배에 이어 나이 순으로 두 번째가 돼서 많이 움직이고 호흡을 많이 맞췄다"면서 "올해는 최형우 주장 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알아서 잘 했고, 젊은 중고참들이 잘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고 3연패의 원동력이 됐다"고 인정했다.

    ▲그래도 이승엽이다 "내 이름을 찾겠다"

    '설마 마지막 올스타전?' 이승엽은 올해 데뷔 첫 올스타전 홈런킹에 오르며 홈런에 관한 한 거의 전부를 이뤄냈다. 그러나 올해 부진으로 내년에도 올스타전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올해 올스타전 때 모습.(자료사진=윤성호 기자)

     

    하지만 '그래도 이승엽'이라는 마지막 자존심은 지켰다. 값진 안타로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참담하게 꺼져가던 불꽃에 마지막 불씨를 지핀 게 7차전 적시타다. 이승엽은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기회,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다짐했다"면서 "여기서 못 치면 '이승엽은 끝'이라고 마음 먹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만큼 절실했다. 이승엽은 "정말 야구하면서 이렇게 걱정해본 적은 처음"이라면서 "올림픽도 힘들었지만 이번이 더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승엽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1할대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다행히 일본과 4강전 천금의 결승 2점 홈런, 쿠바와 결승전 1회 선제 결승 투런포 등 극적인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됐지만 이승엽은 일본전 뒤 눈물을 쏟아내며 마음 고생을 드러낸 바 있다.

    이제는 명예 회복뿐이다. 이대로 존재감 없이 야구 인생을 마무리할 수는 없다. 이승엽은 "내년에 다시 기회가 온다면 이승엽으로 돌아오고 싶다"면서 "열심히 준비해서 제 이름을 찾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근 20년 동안 쌓아온 화려한 경력과 올해의 좌절을 알기에 더 무섭게 들리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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