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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게 가면을 쓴 사람에게



자신도 모르게 가면을 쓴 사람에게

[문학편지]

 

-엘리님, 넘 멋져요. 님 좀 짱인 듯.
-나도 얼른 엘리님처럼 됐으면 좋겠어요.
-진짜 넘 부럽당. 아는 거 넘 많아요.
-난 고딩인데도 하나도 모름.ㅠ_ㅠ

어느새 아이들은 내가 글을 하나만 올려도 칭송하기 바빴다. 내가 기역을 니은이라고 해도 다 따를 분위기였다. 어느새 카페 회원수는 300명을 넘어서고 있었고 , 끼리끼리 입소문이 난 건지 끊임없이 회원이 가입했다. 거의 다 여자였고, 간혹 남자도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나는 진짜 세상을 지배하는 왕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사이비종교 교주가 왜 그렇게 신도들을 휘두르며 군림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모두의 열광에 보답이라도 하듯 게시판을 늘려 가고 카페를 예쁘게 꾸미는 데 긴 시간을 보냈다. 얼마 전에는 회원들끼리 친목도모를 위해 자기소개 게시판도 만들었다. 다들 얼굴도 모르는 상대가 궁금했는지 의외로 열심이었다. 사진을 올리는 애들도 많았고, 특히 활동을 많이 하는 회원이 올린 소개는 높은 조회수를 올렸다. 물론 모두가 가장 궁금해하는 사람은 나였다. 엘리스 월드의 주인공, 나, 엘리 말이다.

― 「엘리스 월드」 중에서

인터넷 동호회 엘리스 월드를 잠시 떠맡게 된 은새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면을 쓰게 됩니다. 처음에는 엘리를 대신해 주인장 역할에 충실하고자 하지만, 점점 자신이 만든 엘리라는 가면을 즐기게 되는 것이지요. 게다가 엘리는 친구 엘리도 자신도 아닌 동경하던 혜나와 같은 모습으로 꾸며집니다.

은새는 가면을 쓰면서 아주 행복해집니다. 물론 꿈꾸던 모습을 가면이 아닌 진짜 내 모습에서 발전시켜 실현시킨 것이라면 좋았겠지요. 그러나 은새는 가면을 쓰고 말았고, 가면은 언젠가 벗어야만 하는 가짜입니다. 가면을 벗으면서 잠시 얻었던 가짜 행복에 대한 대가도 지불해야하고요.

모든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든 쉽게 가면을 씁니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꿈을 숨긴 은새의 아빠도 그랬고, 혜나도 석민이도 가면을 쓰고 있었습니다. 큰 가면부터 작은 가면까지. 우리는 여러 개의 가면을 상대에 따라 썼다가 벗었다가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저도 사실은 이런 말투가 아닌데, 가면을 쓰고 예의바른 척 하고 있지요.

자신이 썼던 가면을 책임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단단한 '나'를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두려운 일이 생겨도 가면을 쓸 일이 없을 테니까요.
선자은 올림

<선자은>
대학교 때, 학교에서 소설을 공부하다가 느닷없이 휴학을 하고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동화공부를 했다. 그림책 『영원한 황금지킴이 그리핀』을 썼다. 꾼에 대한 그림책 『잘하면 살판』 『단골손님』 『꼬마해녀와 물할망』 『세상을 구한 활』을 썼으며, 바람단편집에 동화를 두 편 실었다. 현재는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 매진 중이다.

※원문은 책읽는 사회 문화재단 문학나눔의 행복한 문학편지 (http://letter.for-munhak.or.kr)에서 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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