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주부 서모(36)씨는 병원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들었다.
이제 돌을 갓 지난 예쁜 딸이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것.
정상적인 의사소통은 접어두고라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괴기스러운 행동만 반복하는 딸을 지켜보는 건 지옥 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어린 딸과 자신의 암담한 미래에 무너져 내린 서씨는 결심을 굳힌 듯 지난 6월 영문을 알리 없는 딸을 승용차에 태웠다.
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 모든 괴로움을 끝장낼 심산이었다.
여수와 삼천포 등지를 돌며 기회를 노렸지만 차마 천륜을 저버릴 수 없었다.
모질게 먹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가 싶었지만 가출 이튿날 딸의 증세가 도지면서 사달이 났다.
포항-대구간 고속도로를 달리던 내내 단추를 풀고는 다시 채워 달라는 요구를 되풀이하는 딸과 실랑이를 하면서 결국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다.
사고 충격에 큰 소리로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은 어렵다고 생각한 서씨는 딸의 목을 양손으로 감싸쥐었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최월영 부장판사)는 16일 자폐증을 앓는 네 살된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서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어린 딸의 생명을 보호하고 양육해야할 책임을 저버리고 돌이킬 수 없는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상응하는 형의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