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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전부터 경찰 투입…주민들 "못 비킨다"



경남

    동트기 전부터 경찰 투입…주민들 "못 비킨다"

    • 2013-10-02 10:36

     

    반대 주민들의 거센 저항 속에 경남 밀양지역 765㎸ 송전탑 공사가 2일 재개됐다.

    동이 트기도 전에 투입된 경찰을 맞닥뜨린 주민들은 거친 몸싸움을 벌였고 한전은 경찰의 엄호를 받으며 공사를 진행했다.

    ◈ 밤새 대기한 경찰 2천여 새벽에 투입

    이날 공사 재개를 위해 경남지방경찰청은 20여개 중대 2천여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밤새 공사 현장에 7개 중대 경력을 배치해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의 접근을 막았다.

    날이 밝아오자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가까운 펜션과 창녕 부곡면의 대형 숙박시설에서 대기하던 20여 개 중대 2천여 명을 공사현장에 잇따라 투입했다.

    현장 인근에서 기다리던 한전 직원들은 경찰의 도움으로 공사현장을 정비하고 펜스를 설치하는 등 송전탑을 세우기 위한 기초작업을 시작했다.

    ◈ 아침 끼니 해결 중 경찰 진입에 주민 반발

    89번 송전탑 공사현장으로 가는 길목인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주민과 경찰이 충돌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주민이 빵과 요구르트로 아침 끼니를 해결하던 중 여경을 앞세워 공사현장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안전을 위해 비켜달라'고 요구하고 주민은 '못 비켜준다. 내려가라'고 외치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김모(77) 할머니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구급차로 이송되기도 했다.

    ◈ 등산객 가장한 경찰 진입에 주민 거부감

    단장면 바드리마을에서는 여명이 오기도 전인 오전 5시부터 경찰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일부 경찰은 사복을 입고 등산객으로 가장해 주민 저지를 뚫고 공사현장으로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마을입구에 만든 노숙장에서 뜬눈으로 밤을 세운 주민은 '이 새벽에 난데없이 웬 등산객이냐'며 거부감을 드러내며 '우리 죽는 꼴 보려거든 올라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은 '공무집행하러 오니 비켜달라'며 주민을 설득했으나 완강한 주민과의 몸싸움이 이어졌다.

    ◈ 움막 철거 행정대집행 예고에 긴장감

    밀양시의 움막 철거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부북면 127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는 김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곳에는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아 경찰과 한전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지만 주민은 대열을 정비해 공사 재개 저지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추석 전 미리 설치해 생활해온 움막에서 쇠사슬과 밧줄로 서로의 허리를 묶고 양손에는 분변통을 든 채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였다.

    손희경(78) 할머니는 "움막 철거를 막으려고 목에 쇠사슬을 걸었다"며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 주민 반발 덜한 곳 우선 공사 재개

    이날 공사가 재개된 밀양 송전탑 예정지는 주로 주민 반발이 덜한 곳을 우선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 현재 단장면 84번과 95번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펜스를 설치하고 평탄작업을 실시하는 등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곳은 주민이 없거나 반발이 덜한 곳으로 알려졌다.

    단장면 95번, 상동면 109번, 부북면 126번 송전탑 공사현장도 주민 30~60명이 경찰과 대치하거나 반발 중이지만 한전 측 시공사 근로자들이 펜스 작업 등 송전탑 공사 재개를 위한 기초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인권위, 조사관 대거 파견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이 대거 공사현장에 파견돼 현장조사에 나섰다.

    국가인권위는 이날 공사가 재개된 밀양지역에 서울, 대구, 부산사무소 등지에서 모두 10명을 파견했다.

    이광영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장은 "경찰과 주민과의 마찰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막으려고 현장을 방문했다"며 "주민의 인권 침해를 막는 게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는 상황에 따라 2차로 조사요원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 수사당국, 공사 방해 행위자 체포 방침

    이날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에 앞서 창원지검과 경남경찰청 등 수사당국은 지난 1일 공안대책지역협의회를 열었다.

    협의회에서 공사를 방해하려고 현장을 점거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등 불법 행위자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기로 했다.

    방화·투석·차량 파손 등 과격 참가자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1일 송전탑 건설현장에서 공사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김모(41)씨 등 4명을 불구속입건했고, 현장 진입을 막던 여자 경찰관의 손등을 문 혐의로 박모(58·여)씨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공사를 방해하려는 행위는 막는 한편으로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송전탑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경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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