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슬기가 서울 목동 CBS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쉬면서 제가 빠진 ‘SNL코리아’를 보니 기분이 오묘했어요. 마치 헤어진 옛애인을 만난 기분이었어요.”
배우 김슬기(21)는 시원섭섭한 표정이었다. tvN ‘SNL코리아’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그는 지난 8월,‘SNL코리아’에서 전격 하차했다. 그의 연예계 활동은 ‘SNL코리아’와 같이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섭섭함이 이해됐다.
김슬기는 지난해 대선 때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패러디한 ‘또’ 역으로 일약 ‘국민욕동생’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예쁜 외모는 아니지만 성형수술을 전혀 안한 무공해 외모와 거침없는 욕설은 김슬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올 초 ‘SNL코리아’가 새로운 시즌을 꾸리며 김슬기와 신동엽 중심으로 재편할 정도로 그의 비중은 커졌다. 김슬기 없는 ‘SNL코리아’는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제가 부쩍 성장한 1년이었어요. 몇 년 치 일을 한꺼번에 한 것 같은 기분이죠. 매일 녹다운 됐기 때문에 지치기도 했고 진심을 담아 ‘욕’ 연기를 하다보니 평소에 저도 모르게 거친 욕설이 튀어나오기도 했죠. 이제는 진정단계지만요. 하하”
하지만 ‘글로벌 텔레토비’가 종영하는 등 내외부적으로 상황이 변하면서 김슬기 역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왔고 그는 더 큰 미래를 보기 위해 결국 'SNL코리아' 하차를 결정했다.
“시원하기도 했지만 섭섭함도 컸어요. 미래를 보고 선택했지만 당장은 아쉽고 미안했죠. 처음으로 쉬는 주말, 제가 빠진 ‘SNL코리아’를 집에서 봤을 때는 기분이 이상했어요. 마치 헤어진 옛 애인을 만난 것 같은 오묘한 감정이 들었죠. 그런데 사람이 적응이 참 빨라요. 묵묵히 할 일을 평소처럼 하다보면 어느새 토요일이 돼 있더라고요.”
배우 김슬기.황진환 기자
부산 출신인 김슬기는 고교시절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예대에 진학했지만 서울생활이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경북 울진에서 식당을 하는 부모님의 손을 빌리지 않기 위해 2000만원에 달하는 학자금을 구하려고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이제는 CF출연료로 학자금도 다 갚고 제법 여유있는 삶을 지내게 돼 행복하다고 웃어보였다.
“아직 학교는 휴학 상태인데 일과 병행하는 게 힘들어 당분간 복학은 어려울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투모로우 모닝’이란 작품을 통해 꿈꿔왔던 뮤지컬 무대에도 섰어요. 출연료요? 처음이니까 오르고 말고 할 건 없지만 마냥 무대를 꿈꾸며 연극할 때보다는 행복한 입장이 됐죠. 하하”
이제 갓 스물 한 살. 김슬기의 연예생활은 진행형이다. 현재 그는 영화 ‘수상한 그녀’와 ‘국제시장’에 동시 캐스팅돼 촬영에 여념이 없다. 순풍에 돛 단 듯, 쾌속하는 생활에 요즘은 다소 느리게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그렇다면 그녀의 ‘연애’전선은 어떨까. 김슬기는 뜻밖에 가수 ‘조정치’를 이상형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