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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많이 슬프죠" 실향민들의 '추석나기'



사회 일반

    "명절이 많이 슬프죠" 실향민들의 '추석나기'

     

    모두가 즐거워하는 명절에 오히려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보고싶은 가족을 보지 못하고, 고향 땅을 밟지 못하는 실향민들이다.

    해방 후 직장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분단을 겪어 가족과 떨어져 지낸지 63년이 된 엄황구 할아버지.

    올해로 93세가 된 엄 씨는 여수에서 가족을 만들어 아들도 낳고, 손자도 봤지만 명절 때만 되면 떨어져 있는 가족 생각이 한 없이 난다.

    "고향 생각이 한 없죠. 한 없지 만은, 생각해서 뭐합니까…이제는 부모님도 다 돌아가셨을거고, 가족은 보고 싶고 그립지만은 (하고 싶어도)연락이 안 되니까. 젊었을 적에는 아버님, 어머님 누이동생들 다 북한에 있고…"

    엄 씨처럼 북쪽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전남의 이산가족 인구는 1,006명, 이들을 위해 대한적십자사 여수‧순천지부 윤태호 관장은 "매년 광주 전남지역의 고령 이산가족 5가구를 선정해 생활필수품과 현금 10만원을 전달한다"며 이산가족 위로방문 내용에 대해 밝혔다.

    이산가족이 아니더라도 엄 씨와 마찬가지로 명절 때만 되면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불가피한 사정으로 한국에 오게 된 북한이탈주민들이다.

    유물론이라는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간 아버지와 그로 인해 정치범가족으로 낙인 직혀 기근에 허덕여 살기 위해 북한을 벗어날 수 밖에 없었던 장옥란(40,여) 씨는 올해로 한국에 온지 9년 째.

    부모님 사진이 한 장도 없는 장씨는 남들 다 하는 제사도 제대로 지내지 못한다.

    "엄마도 너무 약하시고 그래서 돌아가신줄 알고 아버지 엄마를 종잇장에 이름 써넣고, 사진도 없으니까 이름 써넣고, 제삿상 처럼 밥에다가 고기 두어마리 구어놓고, 과일 몇 개 놓고 제사처럼 지내곤 했어요."

    누구보다도 장 씨에게는 명절만큼 슬플 때가 없다.

    "명절이 많이 슬프죠, 아무래도 옆에서 안 보면 모르는데, 동네에서 보면 부모님 만나러 왔다고 주차장에 차도 가득 차고, 집에 아들 왔다고 선물 보따리 들고 다니고, 저는 가족이 없으니까 올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고 그러니까 많이 슬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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