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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률의 MLB 레터]'대인배' 유리베 "류현진, 발로 차도 귀여워!"



야구

    [임종률의 MLB 레터]'대인배' 유리베 "류현진, 발로 차도 귀여워!"

    • 2013-09-14 05:55
    '현진, 이제 좀 살살해~!' 나이와 국적을 떠난 팀 내 최고 절친으로 항상 장난이 끊이지 않는 LA 후안 유리베(왼쪽)와 류현진. 유리베는 가끔 굳은 표정을 지으며 류현진을 당황하게도 만든다.(LA=임종률 기자)

     

    LA 다저스에서 류현진(26) 외에 국내 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선수는 누굴까요?

    모든 선수들의 귀감이 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천방지축 쿠바산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 천재적인 타격에 장난기 넘치는 4번 타자 핸리 라미레스? 다저스판 이대호 애드리안 곤잘레스? 이외도 많은 후보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아마도 3루수 후안 유리베(34)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리베는 류현진의 절친으로 경기 중 함께 수없이 재미있는 광경을 연출해 국내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다저스 선수가 아닐까 합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유리베는 류현진과는 8살 차이지만 나이와 언어의 장벽을 떠나 허물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경기 전 클럽하우스에서 게임의 일종인 도미노를 즐기거나 짧은 영어(?)를 주고 받으며 투닥거리기 일쑤입니다.

    지난 12일(한국 시각)에는 선발 등판 준비를 마친 류현진이 경기 전 훈련을 앞둔 유리베에게 몰래 다가가 엉덩이를 발로 걷어차더군요. 물론 아플 정도까지가 아니라 살짝 건드린 정도였죠. 유리베는 짐짓 화난 표정을 짓더니 류현진과 자못 치열한 설전을 주고 받았습니다. 물론 "너 피곤해" "재수없어" 등의 간단한 표현들입니다.

    경기 중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에는 더그아웃에서 류현진이 뺨을 가볍게 때리자 유리베가 정색을 하며 화난 표정을 지어 류현진이 당황해 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류현진을 놀려주려고 일부러 한 행동이지요.

    이처럼 유리베는 류현진의 장난을 받아주는 사람좋은 큰형으로 국내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지난 7월6일 샌프란시스코전처럼 홈런, 3루타, 2루타 등으로 무려 7타점을 쓸어담는 등 경기에서도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줍니다.

    ▲유리베 "나는야 대인배!"

    그렇다면 류현진의 다소 짖궂은 장난에 대한 유리베의 솔직한 심경은 어떨까요? 13일 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 유리베를 만나 잠시 그의 속내를 들어봤습니다.

    이날은 다저스가 연장 10회말 애드리언 곤잘레스의 끝내기 안타로 3-2 짜릿한 승리를 거둬 클럽하우스 분위기도 매우 좋았습니다. 이날 3루수로 출전한 유리베 역시 멋진 수비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습니다. 8회 1사 만루에서 헌터 펜스의 타구를 잡아 베이스를 밟고 혼신의 힘을 다해 1루로 송구해 병살타를 완성했습니다.

    일단 유리베는 이날 활약에 대해 "언제나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한다"면서 "공격과 수비에서 팀에 기여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류현진의 엉덩이를 차는 등 다소 짖궂은 장난기에 대해서는 "그래도 좋다. 매일 함께 경기하는 동료이고 친구"라며 대인배다운 면모를 보였습니다. 이어 "또 경기에서 많이 이기게 해주기 때문에 아무리 장난을 쳐도 괜찮다"고 웃었습니다.

    유리베는 지난 10일 애리조나와 경기에서도 큰형다운 넓은 도량을 보인 바 있습니다. 당시 유리베는 생애 처음으로 한 경기 홈런 3방을 몰아치는 등 4타수 4안타 4타점 3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유리베에게 핸리 라미레스와 야시엘 푸이그는 바나나를 가져다 먹이는 세리머니를 펼쳤습니다. 이에 유리베는 짐짓 화가 난 듯 뿌리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결국 받아먹었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유리베는 "나한테 '원숭이를 닮았다'며 바나나를 먹이더라"면서 "내가 정말 닮았냐"며 반문하며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경기에서 이겼고, 내가 동료들을 기쁘게 했다면 괜찮다"며 쿨한 답을 내놨습니다. (유리베의 별명은 킹콩이라지요?)

    류현진의 장난쯤은 대단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유리베는 류현진에 대해 "정말 좋은 친구고 대단히 성격이 훌륭하다"고 칭찬했습니다. 류현진은 돈 매팅리 감독과 현지 취재진도 강조할 정도로 신인답지 않게 스스럼없이 동료들과 어울리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국 가고 싶어요!"

    '나도 한방이 있다고!' 유리베는 지난 2년 동안 홈런 6개에 머물렀지만 올해 3년 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 중이다. 사진은 10일 생애 첫 1경기 3홈런을 몰아친 뒤 당당하게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모습.(LA=임종률 기자)

     

    이렇듯 유리베는 친숙한 모습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도 심심찮게 유리베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인기에 대해 유리베도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유리베는 "한국에서 인기가 류현진에 이어 NO.2"라고 하자 "정말 고마운 일이고 나도 기분이 좋다"면서 "한국 분들이 좋아해 주는 지금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언젠가 직접 가서 인사를 드리고 성원에 감사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한국 방문 의사도 밝혔습니다. (혹시 시즌 뒤 류현진이 초청하면 정말로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 90년대 중후반부터 2001년까지 이른바 '박찬호 도우미'들이 인기를 끈 바 있습니다. 박찬호가 등판할 때마다 타선에서 힘을 주던 선수들인데 라울 몬데시, 게리 셰필드, 에릭 캐로스, 숀 그린 등이 떠오릅니다.

    사실 유리베가 예전 그들처럼 눈에 확 띄게 류현진을 돕는 것은 아닙니다. 한때 한 시즌 24홈런을 날린 적이 있지만 올 시즌 유리베는 타율 2할7푼6리 10홈런 44타점을 기록 중으로 팀의 중심타자는 되지 못합니다. 지난 2001년 빅리그 데뷔 통산 타율 2할5푼2리 167홈런 688타점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탄탄한 수비와 가끔씩 폭발하는 타격으로 팀 승리를 이끄는 소금같은 존재입니다. 게다가 경기력 외에 즐거운 광경을 연출하며 팬들에게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올해 데뷔한 류현진이 팀에 잘 적응하도록 선배다운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특급 류현진 도우미'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P.S-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는 사진 촬영이 허가되지 않습니다.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는 등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류현진과 유리베 사이의 유쾌한 '밀당'을 카메라에 잡아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참고로 이번 LA 취재 동안 유리베와는 이상하게 시간이 잘 맞지 않았습니다. 돈 매팅리 감독이나 류현진을 취재하면 유리베는 이미 준비를 마치고 클럽하우스를 나간 뒤였습니다. 아니면 마침 훈련을 위해 나갈 즈음이었습니다. 결국 13일 경기 뒤 간신히 만날 기회를 얻었습니다. 두 세번 찾아간 저를 귀찮은 기색없이 맞아준 유리베, 과연 호인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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