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국민적 분노를 낳았던 버스 집단 성폭행 살인사건에 가담한 10대 청소년이 법원에서 미미한 처벌을 받으면서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인도 뉴델리 소년법원은 남자친구와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20대 여대생을 공범 5명과 함께 성폭행한 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18세 피고인에게 3년간의 교정시설 구금형을 선고했다고 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는 인도 법상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형량으로 나이어린 피고인을 처벌하기보다는 잘못된 행동과 품성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이 피고인은 사건 발생 뒤 8개월간 구금돼 있던 탓에 앞으로 28개월만 교정시설에서 보내면 다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또 시설에서 모범적으로 지낼 경우 법원 선고 형량보다 구금기간이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판결소식이 전해지면서 인도 전역은 분노가 들끓는 모습이다.
당시 끔찍했던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범인에 대한 첫 판결이었던만큼 단죄를 기대했던 대중에게 실망감은 적지 않은 분위기다.
우선 사건의 희생자의 어머니인 아샤 데비는 판결 선고 뒤 "피고인은 청소년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 그는 내 딸에게 한 짓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 정치권도 법원과 사법 체계에 불만을 털어놨다.
인도 국민당의 하원 원내대표인 수시마 스와라지는 "3년이라는 빈약한 판결은 공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난하며 이번 주에 청소년법의 개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주요 야당인 바라티야자나타당 소속의 수브라마니안 스와미는 18세 피고인을 " 사형에 처했어야 했다"며 그는 법원 판결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죄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는 청소년법에 대해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도 법원 선고를 놓고 직접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다.
힌두스탄 타임스는 경찰이 청소년 피고인을 범행 공범 중 가장 잔혹했던 용의자로 지목한 바 있다면서 "그는 수감동안 TV를 보고, 게임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사건 희생자가 소년법원 때문에 정의를 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인도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적 공분이 일자 성폭행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의식불명에 빠질 경우 범인에게 최대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대폭 손질한 바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성범죄 양상은 이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25세 여성이 남자친구 집에 들렀다 5명의 괴한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했고, 지난달에는 취재 중이던 여성 사진기자가 집단 성폭행 대상이 됐다.
법원 판결이 있었던 8월 31일에는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로 활동하며 수십만명의 추종자를 거느린 아스람 바푸가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