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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의 심장, '복지'가 아프다



보건/의료

    박근혜 정권의 심장, '복지'가 아프다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 점검-복지편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수년 전 여당의 실질적 대권 후보로 자리매김하던 때부터 '복지'에 공을 들였다. 복지는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여권 후보가 '복지'이슈를 선점했다는 것은 야권에는 뼈아픈 부분이기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는 파격적인 복지 공약으로 국민들에게 어필했다.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해 노년층의 호응을 얻었고, "중증질환 진료비는 국가가 전액 보장하겠다"며 병마와 싸우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줬다.

    하지만 취임 6개월, 박근혜표 복지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미 정책의 세부계획이 나오고 국민들이 복지를 서서히 체감해야할 시기지만 아직 정책 방향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 재원의 한계에 부딪혀 복지공약이 이제 후퇴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

    ◈ 대선 '1등공신' 기초연금, 반년간 후퇴만 반복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초연금이다. 구호는 간단했다.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9만8600원씩 지급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을 인상해 20만원으로 올린다는 것. 이 매력적인 구호는 중장년층의 표를 싹쓸이한 동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초연금 공약은 인수위 과정에서부터 뒷걸음질치더니, 날이 갈수록 대상과 액수에서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우선 인수위에서부터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주되 5만원~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겠다고 발표해 파장이 일었다. 20만원을 일괄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차등지급하겠다는 것.

    인수위안이 발표되자 공약 후퇴라는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기초연금이 깎여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임의가입자들의 탈퇴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달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만든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는 인수위 시절보다도 더 후퇴한 안을 내놓았다.

    위원회는 '모든 노인'이 아닌 '소득하위 70~80%'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주도록 대상 범위를 축소했다. 또 20만원 일괄 지급보다 최대 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는 안에 비중을 두고 검토했다. 대상도 지급액도 줄어든 것이다.

    공약 후퇴 이유에 대해 김상윤 행복연금위원장은 "대선 당시보다 국가 경제가 많이 어려워졌다"고 말해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9월초에 최종안을 발표한다는계획이지만 개선의 여지는 크지 않다.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재원을 고려하면 원안보다는 후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국민들의 기대치가 워낙 큰 만큼 후폭풍이 걱정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 4대중증질환, 성의는 보였지만 핵심은 침묵中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의 국가보장 공약은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가 지난 6월말 공식 발표를 통해 4년간 9조원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나름의 성의를 보였다는 평도 있었지만 핵심을 비껴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가계 부담이 컸던 비급여 항목 중 올해 10월 초음파 검사 보험 적용을 시작으로 2014년 고가항암제와 MRI·PET 등 영상검사, 2015년 각종 수술 및 수술재료, 2016년 유전자 검사 등을 순차적으로 급여화된다.

    필수 의료는 아니지만 환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카메라 내장형 캡슐 내시경, 초음파 절삭기, 유방재건술 등은 이른바 '선별급여'로 묶여 20~50%까지 보험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도 문제가 된 3대 비급여 항목, 즉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비, 간병비의 대책이 빠져 오점을 남겼다. 3대 비급여 항목은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비 부담의 본질인 3대 비급여 문제를 회피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실제로 4대 중증질환 환자들의 비급여 항목 중 가장 비중이 높은 항목들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로 이들 항목이 전체 비급여 비용 중 차지하는 비율은 암 환자는 49%, 심장질환은 51%, 뇌혈관질환 45%, 희귀난치성 질환 42%에 이른다.

    여기에 연 2조원 규모의 간병 부담까지 감안하면 3대 비급여의 대책 마련이 환자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핵심이다. 이 부분이 빠진다면 전액 국가 보장'이라는 의미가 퇴색할 뿐 아니라 환자들의 진료비 경감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일단 연말까지 3대 비급여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답을 미룬 상태이다.

    이 밖에 4대 중증질환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질환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최저생계비 없애고 맞춤형으로? 절대 빈곤층 지원줄까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줄곧 강조했던 맞춤형 복지는 취지와는 달리 여러 우려를 낳고 있다.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을 포괄적으로 묶어 최저생계비로 산정해 지급하던 것을 각각 따로 떼어내겠다는 것이 '맞춤형 개별급여'의 핵심이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155만명에게 생계, 의료, 주거비 등 모든 복지 혜택이 집중돼 있는 것을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중위소득 50% 이하에게까지 폭넓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상대적 빈곤 개념을 도입해 혜택을 입는 대상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의구심도 있다.

    우선,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나지 않을 경우 대상을 늘리는 대신 지원을 줄이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의 형태가 될 수 있다.

    재원이 확충되지 않고 파이가 그대로라면, 기존 기초생활수급자의 수급 비중을 줄이고 차상위계층에 좀 더 얹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복지노동팀장을 맡고 있는 김남희 변호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차상위 계층의 지원폭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현재에도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데 맞춤형 복지라는 이름으로 기존 수급권자들의 권리를 빼내 얇게 펴주는 방식으로 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맞춤형 복지'를 구현할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문제이다.

    현재도 복지 공무원들이 업무 과중으로 잇따라 자살하는 등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 여기에 개인별로 생계, 주거, 의료, 교육을 따로 떼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충분한 예산 확보와 복지 인력 확충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맞춤형 복지는 오히려 최저생계비로 지탱하고 있는 절대 빈곤층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 무상보육, 고교무상교육 등 '무상' 시리즈, 지자체와 예산 갈등 커져

    무상보육과 고등학교 무상교육 등 무상시리즈는 지자체와의 예산 갈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무상보육은 서울시에서 집행할 예산이 부족해 하반기부터는 보육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난을 감안해 국고의 비중을 높이는 '영유아법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중에 있어 지자체와의 긴장도나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는 서울시가 애초에 예산을 적게 편성했다며 추경을 압박하고 있고, 서울시는 영유아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이같은 갈등과 재원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무상시리즈는 위태할 것으로 보인다.

    ◈ 기로에 서 있는 박근혜 복지, 재원 확보 못하면 역풍 맞을 것

    모든 문제의 핵심은 결국 부족한 재원으로 귀결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없는 복지'와 맞물리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박근혜표 복지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보수적으로 잡았을 때에도 5년간 135조원 정도이다. 하지만 이를 마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정권의 가장 큰 딜레마이다. {RELNEWS:right}

    박 대통령은 증세를 하지 않고 비과세 감면 축소, 지하경제양성화, 세출구조조정 등으로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요원해보인다.

    중산층 비과세 감면 축소를 내건 세법 개정안의 경우 '사실상 증세'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으며 대폭 후퇴해 세수효과가 감소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FIU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금융정보분석원의 정보이용범위가 축소돼 기대세수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었다.

    돈 나올 구멍이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은 여전히 '증세는 없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복지 정책이 슬그머니 축소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위원장은 "사실상 증세 없이는 복지 공약 실행이 어려운데도 박 대통령이 증세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 정권의 신뢰만 잃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복지 공약 이행을 충실히 하기 위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간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은 "복지는 박근혜 정권의 핵심 키워드이자 차별화되는 정체성이다"면서 "복지 공약이 이대로 후퇴하고 국민들이 삶에서 체감하지 못한다면 정권의 존립 근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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