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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에 큰 자취 남기고 떠난 김종학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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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드라마에 큰 자취 남기고 떠난 김종학 PD

     

    1996년 LA에 출장갔을 때 교민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물었다.
    "요새 교민들 무슨 드라마 좋아해요?"
    "다들 '모래시계'가 종영된 뒤로는 시들해요. 어떤 드라마라도 시시하다고 하더군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23일 숨진 채 발견된 김종학(62) PD는 한국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거목이었다.

    경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MBC에 PD로 입사한 김 PD는 1981년 '수사반장'으로 연출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다산 정약용'(1983), '동토의 왕국'(1984), '인간의 문'(1984), '영웅시대'(1985), '남한산성'(1986), '인간시장'(1988) 등을 거치며 화려한 경력을 쌓은 그는 1992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로 스타 PD 반열에 올랐다.

    송지나 작가와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58%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근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이 드라마는 높은 완성도와 주연 최재성, 채시라, 박상원이 열연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1995년 MBC를 떠나 제작사 제이콤을 차린 그는 그 해 SBS 드라마 '모래시계'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송지나 작가와 다시 한번 뭉친 '모래시계'는 '귀가시계'로 불릴 만큼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면서 당시 신생 방송사인 SBS가 자리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고 시청률은 64%에 달했다.

    태왕사신기 김종학 감독(mbc 제공)

     

    현대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인물을 연기한 최민수, 고현정, 박상원은 국민적인 스타로 떠올랐고, 신예 이정재도 여심을 사로잡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1998년 내놓은 SBS '백야 3.98'은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김 PD는 1999년 김종학프로덕션을 설립하며 다시금 드라마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2002년 드라마 '대망'에 이어 오랜 준비 끝에 2007년 판타지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내놓았다.

    MBC에서 방송된 '태왕사신기'는 당시로는 550억원이 넘는 엄청난 제작비에 한류스타 배용준을 앞세워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하며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태왕사신기'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SBS드라마 '신의'는 이민호와 김희선 두 톱스타를 앞세웠지만 시청률은 10%대 초반에 그쳤다.

    판타지 멜로드라마를 표방한 이 작품은 시간여행을 소재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방향성을 상실해 아쉬움을 남겼다.

    김 PD가 2009년부터 공들인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컸다.

    '신의'는 제작비와 캐스팅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다 3D로 제작하려던 계획도 수정해야 했다.

    작품은 희비가 엇갈렸지만 김 PD가 카리스마 있는 연출가라는 평가는 공통적이다.

    김 PD는 작품을 꿰뚫는 연출력과 뛰어난 현장 장악력으로 드라마를 이끌었다.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 '태양사신기'에서 보여준, 선 굵은 연출은 여느 연출자에게 보기 힘든 것이었다.

    '태왕사신기', '모래시계', '신의' 등을 연출한 대한민국 드라마계의 대부로 불렸던 김종학 PD가 23일 경기도 성남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분당 차병원 장례식장으로 과학수사대가 조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윤성호기자

     

    연출력을 인정받으며 백상예술대상 연출상을 네 차례나 받았고, 한국방송대상 연출상과 작품상, PD연합회대상 작품상 등도 수상했다.

    김종학 PD의 곁에는 오랜 파트너 송지나 작가가 있었다.

    1987년 MBC드라마 '퇴역전선'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우리읍내',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대망', '태왕사신기'를 거쳐 작년 SBS드라마 '신의'까지 모두 7편의 작품에서 연출자와 작가로 만났다.

    김종학 PD는 작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송 작가와는 '애증의 관계'라며 "작품 할 때마다 대본 때문에 만날 싸우다 끝날 때는 다시는 보지 말자 맹세하고 돌아서길 몇 번 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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