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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공부 유학, 집안서 난리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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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12회 한국 소믈리에대회 우승자 최은식

 

"3년 연속 2위로 끝나나 했죠. 제 이름이 호명된 순간 정말 짜릿했습니다."

'3전 4기' 끝에 제12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영예의 1위를 차지한 최은식(34) 소믈리에의 얼굴에는 뿌듯한 미소가 가득했다. 2010년 제9회 대회 3위, 10회(2011년)와 11회(2012년) 대회에서 연속 2위에 오르는 등 탄탄한 실력을 입증했던 그는 마침내 올해 최고 소믈리에 자리를 거머줬다.

1996년 제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12회를 맞는 한국 소믈리에 대회는 프랑스 농식품 수산부가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가 주관하는 대회로, 국내에서 권위있는 소믈리에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 최고의 와인 전문가를 뽑는 만큼 1, 2차 예선, 그리고 결선에 오르기 까지의 과정이 까다롭고 어렵기로 유명하다. 올해는 참가 신청한 총 211여 명 중 1, 2차 예선을 통해 총 8인의 결선 진출자들이 열띤 경합을 벌였다.

"일만 하다 보면 하루하루가 쳇바퀴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러나 대회 준비를 하면 동기 부여가 됩니다. 목표가 생기고, 왜 내가 이 일을 하게 됐는지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죠."

최 씨가 와인에 빠지게 된 계기는 호텔리어로 활동하면서 부터다. ROTC(학군사관후보생)로 전역한 후 대학 전공(호텔경영)을 살려 호텔리어로 4여년간 일을 했다. 와인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주경야독 와인 공부에 몰입했다. 그러다 27살이 되던 해 호텔을 과감히 그만 두고 훌쩍 3년간 프랑스 알자스 지역으로 와인 유학을 떠났다.

"어느 순간 와인에 미쳐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집에서는 '술공부'하러 유학을 간다 하니깐 난리가 났죠(웃음).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벌어 놓은 돈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소믈리에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소믈리에 인증서를 획득하고 2010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정식당'의 수석 소믈리에가 됐다. 그리고 바로 그 해 한국 소믈리에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유학 전에도 공신력있고 전통 있는 대회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어요. 대회에 나가는 선배들을 볼 때마다 언젠가 저 자리에 서보고 싶었어요. 실력 테스트를 해보고 싶어 도전 했는데, 3등, 2등을 하고 나니 1등이 하고 싶다는 욕심이 점점 들더라고요."

올해 대회 준비는 유난히 어려웠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밤 10시가 되서야 책을 폈다. 2월 경 실시되는 1차 필기시험 부터 7월 진행되는 결선까지 꼬박 반년을 대회 준비에 '올인'했다. 특히 올해는 결혼 준비까지 병행해야 했기에 매일이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그는 "아내의 든든한 지원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10회 대회 2차 예선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는 현재의 아내를 만나 지난 6월 결혼에 골인했다.

이번 대회도 함께 출전했지만, 아쉽게도 2차 예선 때 아내는 탈락했다고. "결혼준비하랴, 저 신경 써주랴 정작 본인 시험 준비를 많이 못했죠. 미안하고 고마워요. 결선날 아침에는 장인어른께서 응원메시지를 보내셨는데 정신이 바짝나더라고요(웃음)."

그는 오는 9월 수상자들과 함께 알자스, 남프랑스, 보르도 주요 와이너리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최 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소믈리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 기분에 도취되면 안 될 것 같아요.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니까요.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저 역시 끊임없이 공부해야 겠죠. 개인적으로 후배 양성을 하는 것이 저의 또 다른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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