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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권하는 사회…마이너스 통장부터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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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 권하는 사회…마이너스 통장부터 없애라"

    Interview-재무 설계관리 전문가 백정선

    재무 설계관리 전문가 백정선

     

    1098조 5000억 원. 얼마나 큰지 감잡기조차 힘든 천문학적인 돈이다. 남한 인구를 5000만 명이라고 쳤을 때 국민 모두에게 약 2200만 원씩 나눠 줄 수 있다는 셈이 나온다.

    문제는 이 돈이 한국은행 조사에 따른 2012년 기준 실질 가계부채라는 것이다. 곧, 국민 1인당 22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지난해 실질 가계부채는 전년보다 52조 1000억 원 급증했다. 600조 원 수준이던 2000년대 초반보다는 100%나 늘었다. 시한폭탄이 된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업이나 개인의 재무 설계·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티엔브이어드바이저 백정선(51) 대표이사는 이를 두고 "체면을 중시해 온 국민성을 무시한 채 '작은 정부'만 좇은 결과물"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서울 대치동에 있는 티엔브이어드바이저 사무실에서 만난 백 대표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부는 '지고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에게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고, 참조할 수 있는 경제적 운영 틀도 알아서 짜 보라고 말해 왔다"며 "누군가 그 틀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그 역할을 맡았고, 개인의 가치 기준이 기업의 이윤 극대화 논리에 맞춰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2003년 회사 설립 이래 10년간 백 대표가 상담한 사람은 대략 4, 5만 명에 달한다. 빚을 지고 신용카드 돌려 막기 등으로 버티다 안돼, 결국 그를 찾아 온 사람의 열에 여덟은 "살려달라"며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지금의 경제 구조는 거대 자본이 제시하는 소비 기준을 하염없이 쫓아갈 수밖에 없도록 짜여졌다"며 "자기 소득 수준을 뒤로 한 채 동일한 패턴의 옷을 입고 특정 브랜드의 자동차나 핸드폰에 열광하는 순간 빚을 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빚을 권하는 사회라고 했다.
    "외환위기 이후 소비를 끌어올린 목적으로 신용카드를 쉽게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 점, 낙수효과(대기업 등의 부를 늘리면 그 혜택이 중소기업,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논리)라는 명목 아래 거대 자본의 몸집만 키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서민들은 대기업의 제품을 사는 데 목매달면서 기업의 이윤을 수십 조 원에 이르도록 한 일등공신이다. 중고생들도 휴대폰 소액결제로 쉽게 물건을 사고 부모가 이를 갚는다. 지금은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자동차를 보자. 20년 전만 해도 신입사원이 차를 갖고 다니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회사 들어가면 차가 있어야 하는 줄 안다. 저금리 할부 등도 결국 빚인데 빚을 빚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작은 정부를 비판했는데 '큰 정부'는 가능하다고 보나.
    "정부의 역할을 회복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민간에 넘어간 모습이다. 정부는 더이상 할부금을 제한할 수도, 신용카드 발급을 막을 수도 없다. 정부가 손놓고 있는 동안 재테크의 첫 번째 수칙은 '집을 사라'였다. 집이라는 필수제가 화폐로 둔갑해 버린 것이다. 서민은 그 화폐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택 담보 대출에 매달렸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늦게 합류한 서민들이 피해를 봤다.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빚을 지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대안을 찾는다면.
    "대기업의 사회환원을 강제적으로 끌어내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삼성이 내수판매로 큰 이득을 봤는데, 그 이익의 일부로 주택을 대규모로 구매해 저가에 장기 임대하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서울시의 저소득층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가 너무 제한적인데, 삼성이 이와 동일한 조건으로 주택을 임대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물값을 올린다는 이야기가 또 나오는데 결국 간접세로 손실을 충당하겠다는 말밖에는 안된다. 이러한 부분도 대기업의 이익분으로 감당하도록 정부가 권고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이에 대한 대기업의 반응은.
    "대기업에서는 아직 이런 개념 자체가 없다. 일반 임원들은 의사결정권이 없는데 결국 오너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사회 지도층이 연말 생색내기 불우이웃돕기만 해서는 안된다.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는 돈을 끊임없이 모으고 숨기려고 하지, 내놓지 않는 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끌어낼 수 있는, 여론몰이 등을 통한 강제가 필요하다. 어디선가 물꼬를 터뜨려야 한다."

    -빚에 대한 개개인의 각성도 중요하겠다.
    "개인이 빚을 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소득과 상관 없이 사회의 참조틀에 지출 수준을 맞춘다는 데 있다. 학교에서부터 경쟁을 최우선 가치로 가르치면서 자기 성찰을 통해 내적 가치를 만들려는 노력이 사라진 듯한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빚을 져서라도 물건을 사고, 학원을 보낸다. 그렇게 빚은 어느 순간 산더미처럼 커진다. 진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다. 상담을 오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도 부족한 듯 살아가는 자신만의 내적 가치를 만들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빚을 갚는 방법은.
    "자신의 빚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빚을 진 사람들을 보면 보통 500만~1000만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은 꼭 갖고 있더라. 여기에 신용카드 할부, 인터넷 쇼핑 등으로 만들어진 부채가 있다. 이상은 모두 단기부채다. 신용카드의 할부 이자는 18~20%에 달하고, 마이너스 통장도 신용등급이 좋으면 7%, 일반은 9~11%로 높다. 적금으로 돈을 모으겠다는 사람이 마이너스 통장을 갖고 있으면 손해다. 빚을 갚으려면 단기부채가 얼마인지 냉정하게 뽑아보고 3~6개월 안에 그것부터 갚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것이 빚을 갚는 기본이다."

    -돈을 모으는 것도 사람들의 큰 관심사다.
    "빚을 다 갚았다면 돈을 모으는 구조를 짜야 한다. 이때 통장 쪼개기가 중요하다. 쉽게 말해 돈을 모으는 통장과 쓰는 통장을 구분하는 것이다. 모으는 통장은 먼저 1년 만기의 단기 통장, 자산 정립 효과를 누릴 수 있는 3~5년짜리 중기 통장, 자녀 교육비 등을 모으기 위한 10년 이상의 장기 통장으로 나눠 4대 4대 2의 비율로 적금을 한다. 쓰는 통장의 경우 돈이 나가는 것을 잘 보이도록 해야 한다. 생활비 통장과 용돈 통장만 구분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게 쓰는 통장에서 5%만 줄여도 저축이 늘어난다. 명절·휴가비·자동차 보험 등 비정기적으로 나가는 돈도 보너스를 탈 때마다 넣어두는 '저수지 통장'을 만들면 절대 빚을 지지 않는다."

    -투자에 대한 조언을 한마디하면.
    "투자는 조급해 하면 실패하는 것이다. 국제 상황이 순식간에 변하는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은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림조차 그리기 힘들다. 이때 부자들, 자산가들이 하는 것을 흉내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부자들은 위기가 닥치면 위험성이 낮은 곳에 투자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린다. 작은 돈도 우습게 여기지 않는, 오랫동안 돈을 모으겠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이 점에서 복권으로 인생을 역전하겠다는 것은 허황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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