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그 영화 어때]'화이트 하우스 다운' 대통령과 '루저' 명콤비되다

  • 0
  • 0
  • 폰트사이즈

영화

    [그 영화 어때]'화이트 하우스 다운' 대통령과 '루저' 명콤비되다

    • 0
    • 폰트사이즈

    백악관 점령한 내부의 적과 벌이는 사투…국내 사회 안정 좇는 미국인들 바람 엿보여

     

    세계적인 저널리스트이자 정치학자 크리스토퍼 히친스(1949-2011)는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촌철살인의 글솜씨와 언변 덕에 타고난 논쟁가로 불렸다.

    그는 생전에 전체주의와 테러리즘을 맹렬히 배격했다. 북한은 물론 이란,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의 지도부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탈레반 등 이슬람 무장단체의 경우 거의 병적으로 배척했다.

    반대로 미국에 대해서는 잘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수호하는 가장 모범적인 공화국이라고 치켜세웠다.

    영국에서 태어나 생의 후반부 절반을 미국에서 보낸 히친스는 사실 좌파 진보 지식인을 대표하던 인물이었다.

    그는 2001년 9·11사태를 목도한 뒤 우파로 전향했고, 잔인할 만치 신랄한 어투로 좌파를 몰아붙였다.
     
    그의 전향에 대해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테러범들이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위협하는데도, 진보 지식인들이 '제국주의적인 미국의 업보'라는 식으로 바라보던 데 실망한 까닭이라는 설도 있다.

    히친스의 이러한 논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영국에 이어 헤게모니 국가가 된 미국이 현재 느끼는 위협과도 맞닿아 있다.
     
    그 위협에 대한 우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화이트 하우스 다운'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호원 면접을 위해 백악관을 찾았던 미의회 경찰 존 케일(채닝 테이텀)은 함께 온 딸의 요청으로 백악관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된다.

    공교롭게도 이날 예기치 못한 테러로 백악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존 케일과 미국 대통령 제임스 소이어(제이미 폭스)는 나라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정체불명의 테러범들에 맞선다.

    영화 속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라는 백악관이 테러범들에게 점령당한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중동에 파병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대통령의 발표가 있은 직후다.
     
    군대에 무기를 대던 군수업체와 미국의 세계 패권에 목매는 극우성향 단체들은 즉각 철수 반대를 부르짖고 있었고, 보수 언론들은 대통령의 결정을 비꼬는 뉴스를 내보내고 있었다.

    사방이 대통령의 적이었던 셈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지난달 한국을 찾아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메시지는 미국이 현재 분열돼 있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 영화는 미국 내부의 적을 그리고 있다. 비뚤어진 애국심을 품은 사람, 쓰임새가 없어지자 국가로부터 버림 받은 이, 전쟁과 테러로 가족을 잃은 시민 등 누구나 정부에 적개심을 갖고 총부리를 겨눌 수 있다는 의미이리라.

    앞서 히친스의 걱정처럼 이 영화는 미국이 제국주의 국가 영국과 싸워 독립을 쟁취한 뒤 내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가치가 흔들리는 상황을 잇달아 보여 준다.

    국가와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주인공들과 무자비한 테러범들의 대결을 통해서다.

    오프닝에서 스스로를 '자유 세계의 리더'라 칭하는 미국 대통령은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구두 대신 농구화를 신고 총을 든다.

    9·11사태 이후 미국의 불안감은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 개봉한 북한 테러리스트들이 백악관을 점령한다는 내용의 영화는 물론 중동의 무장세력을 적으로 그린 다수의 영화들이 그 면면이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 역시 이러한 영화의 연장선에 있지만, 내부의 적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할리우드가 차별화된 흥미거리를 찾은 듯한 모습이다.

    가족애, 애국심 등 할리우드가 내세우는 보편타당한 세계 정서의 목록에 '내부의 적'이 포함된 것은 아닐까.

    오바마를 지지한다는 에머리히 감독은 내한 당시 "촬영을 시작했을 때 미국 대통령 선거기간이었는데, 오바마가 당선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극중 흑인 대통령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갔다"고 말했다.

    좋은 시절을 지나보낸 미국인들은 오바마를 재선시킴으로써 변화를 바라고 있다. 세계 패권을 쥔 '팍스 아메리카나'의 영광 보다는 실업 등 미국 내부의 문제부터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영화 속 사회적 '루저'인 주인공이 세계 최고의 권력을 쥔 미국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테러리스트를 무찌른다는 내용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는 미국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유효한 듯하다.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