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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드라마 ''해가 품은 달''과 영화 ''도둑들''로 가장 핫한 20대 남자배우로 자리 잡은 김수현. 멋진 외모에 연기력까지 갖춘 이 청춘스타에 대해 막연히 자기관리 잘하는 영리한 남자가 아닐까 추측했다.
앞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연출한 장철수 감독이 김수현에 대해 "(축구선수) 호날두처럼 야심이 크고 섹시하다"고 말한 영향도 있으려나. 하지만 세련되고 멋지나 반면에 인간미는 떨어질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드라마 ''드림하이''의 산골짜기 음악 천재 송삼동처럼 순박한 느낌이 남아있었고, 말하는 도중 자주 ''흐흐'' 웃음을 터뜨렸으며, 아직은 좌충우돌 성장하고 있는 20대 청춘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몇 달 그를 지켜본 영화관계자는 "그냥 또래 남자 아이 같은 느낌"이라며 "정말 열심히 한다는 후문인데, 타고난 재능과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가 흥미롭더라. 아들의 내성적 성격을 고치려고 어머니가 연기와 웅변학원 중 하나 택하라고 했는데 그게 인연이 돼 연기를 시작했다. "내성적인 성격이 좀 남아있다. 예전에는 심했다. 친한 친구들하고만 잘 지냈다. 엄마친구들을 만나도 쭈뼛쭈뼛하고, 눈도 못 마주치고 하니까 그런 부분이 걱정된 모양이다."
인물이 훤해서 배우 하라는 소리를 들었을법한데.
"못 들어봤다. 엄마에게만 잘생긴 아들이었다. 외모칭찬은 데뷔하고 들었다. 신기했다"
그럼 외모콤플렉스가 있나?"없다. 지금 제 외모에 만족한다. (손으로 얼굴을 만지며) 주름들이 있는데, 만족한다.(웃음)"
얼마 전 ''41살에 20대 연하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별 생각없이 한 말인데, 파장이 커졌다. 결혼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아직 결혼을 생각할 나이도 아니고, 언제 결혼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마흔한살까지는 계속 연기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그렇게 말했다. 군대도 다녀와야 하고."
김수현은 성격개조(?)를 위해 연기학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만난 연극하는 형들로 인해 인생이 달라진 경우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연세대학교 연세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하며 연기를 해본 그는 한 3년간 학생회관에서 숙식을 하며 연극에 몰두했다.
그러다 스무 살에 우연히 선배들과 함께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 오디션에 갔다 합격하면서 프로의 길을 걷게 됐다. 김수현의 존재를 알린 드라마는 배우 송중기와 함께 잠깐 출연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이다. 현재 2009년에 입학한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다.
요즘 잠시 중단한 학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재밌나?"작년에 ''해가 품은 달''하고 인생이 바뀌었다. 좋아진 것도 있고 한데, 그만큼 책임감이 커져서 거기서 오는 부담감, 불안감이 있고 겁도 많아지고 사람이 작아졌다. 위축됐다. 그러다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찍고 복학해서 다니는데, 오랜만에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니까 거기서 오는 안정감이 있더라. 같이 놀고 장난치고 수업 끝나면 볼링치고. 요즘 얼굴 좋아졌다는 얘기 듣고 있다."
''해가 품은 달'' 이후 어떻게 달라졌나?"갑작스럽게 인기를 많이 얻으니까 부풀어져서 사람이 변했다. 겁쟁이처럼 됐다. 지금까지도 나를 둘러싼, 달라진 환경에 적응 중이다."
무엇이 가장 적응이 안 되나?"당장 밖에 나가면 사람들의 반응이랄까. 그런 게 적응이 안 된다. 관심 받은 것은 좋은 일이나 제가 미처 준비되지 않은 모습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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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드림하이'' 때도 인기가 많았는데 그때와 얼마나 다르나?"그때보다 (인기가) 아주 많이 올라간 기분이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김수현의 첫 주연작이다. 개봉을 앞둔 심경이 궁금하다.
"알 수 없는 긴장과 불안이 있다. 내가 연기한 원류환 캐릭터를 얼마나 내 것으로 만들었는지 그게 가장 궁금하다. 흥행도 많이 됐으면 좋겠다."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인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남파 간첩들의 이야기로 김수현은 혹독한 훈련을 받고 남파됐으나 어이없게도 주어진 임무가 달동네 바보인 간첩 원류환을 연기했다.
그는 완벽하게 신분을 속이기 위해 매일 계단에서 굴러 넘어지고, 정기적으로 엉덩이를 까고 노상방변을 한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면 특수훈련으로 다부진 몸매를 드러낸 채 운동하며 극 후반부에는 멋진 슈트로 갈아입고 다른 간첩들과 살기등등한 격투를 벌인다.
영화를 위해 몸매를 만들었던데, 제대로 된 상반신 노출신은 딱 한 장면뿐이다. "적절했던 것 같다. 더 나오면 이상했을 것 같다."
노상방변 장면은 꼭 안 해도 되잖나. 감독님께 건의해보지 않았나?"전 그 신을 잘하고 싶었다. 원작에서도 유명한 신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다.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 그런 말들. 그 부분에서 동구의 움직임이나 행동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연기할 때는 신이 났었다."
20대인데도 내면연기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결이 뭔가?"(한참 생각하다) 잘 모르겠다. 그냥 그 캐릭터의 감정이나 말투로 연습을 많이 한다. 감정 연기는 그 인물에게 주어진 상황에 집중하려고 한다. 바람은 눈빛으로 잘 표현하고 싶다."
유아인 송중기와 함께 20대 가장 잘나가는 배우로 손꼽힌다. 그들과 다른 김수현만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세 배우 모두 색깔이 다른 것 같다. 세 사람을 떠올리면 각각 다른 배역으로 한 화면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내가 그들보다 더 잘하는 것은, 좀 더 연기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 배우가 동시에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다면 출연할 수 있나?"물론이다. 그런 영화가 있다면 출연하고 싶다."
앞으로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30대 초반 정도가 되면 관객들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30대의 하정우, 40대의 이병헌이냐고 되물으니 그는 함박웃음으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