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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술자리가 길어지면 여기저기서 핸드폰이 울려댄다.
언제 들어가냐는 여자친구들의 문의(?) 때문이다.
전화 통화나 카카오톡을 통해 여자친구를 안심시키고 나면, 가끔씩 여자친구로부터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는 하소연이 이어질 때가 있다.
이때 부러움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이가 바로 아주 쿨한 여자친구를 둬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다는 남자다.
비단 술자리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남자들이 여자에게 이별을 고하는 데에는 이런 ''도망치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친구의 간섭이나 구속이 피곤해 아예 연애 자체가 귀찮다는 이도 꽤 된다.
물론 남자들 중에도 과도한 구속이나 집착으로 여자친구를 숨막히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자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연애에 대한 고민에서 남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도망치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왜 유독 남자들만 ''도망치고 싶다''고 외쳐대고 있는 것일까? 한 사람에 정착하지 못하는 심리 때문일까? 아니면 남자란 원래 자유로운 영혼이어서? 필자가 직접 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남자들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남자들의 이런 심리는 ''남자의 사회적 역할''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선 이 이야기를 하려면 남자들이 어떤 때 도망가고 싶어하는 지를 아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
남자들이 가장 답답해 하는 것은 바로 ''구속''이다.
제대로 된 남자라면 활발한 사회적 교류는 필수라 생각하는 남자들에게 회식이나 접대, 친구들과의 사적인 모임 등은 고도로 집중하고 싶은 아주 중요한 자리이다.
이때만큼은 당연히 우선순위에서 여자친구가 밀릴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어디에 가는지, 언제 들어가는지를 여자친구에게 꼬박꼬박 알려야 하거나 계속해서 문자나 카카오톡 등을 주고 받아야 하는 상황이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자리에서까지 여자친구에게 매여 있는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자존심 상해 하기도 한다.
남자를 못 참게 만드는 또 하나는 바로 ''간섭''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회생활이든 가정이든 연애관계에서든 본인이 주체가 되어 이끌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이런 남자에게 간섭이란 주체성, 즉 남성성을 빼앗기는 행위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남자가 더 잘 되길 바래서 하게 되는 조언이겠지만, 말 그대로 조언에 그치고 결정권은 그에게 주는 것이 관계를 오래 지속해나가는 비결이다.
또 하나 남자들을 괴롭히는 게 있다면 ''과도한 감정''이다.
여자들은 남자에 비해 감정이 풍부해서 작은 것 하나에도 기분이 변할 수 있다.
하지만 남자들은 섬세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 여자들의 이런 감정 변화에 공감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때 자주 다툼이 벌어지게 되는데, 여러 가지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여자친구의 모습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남자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 곤혹스러움이 매번 반복될 때마다 남자들은 말한다.
''정말 도망치고 싶다''고. 하지만 여자들에게 일체의 간섭과 구속도 하지 말고, 감정 내색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적당한 수준의 간섭과 구속은 사랑을 확인하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가 되기도 하고, 감정 표현을 하지 않으면 둔감한 남자들은 정말 뭐가 뭔지 모를 때도 있다.
그러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남자들이 이러한 부분들에 있어서 숨 막혀 할 때가 많다는 것을 알고, 배려와 사랑으로 적절한 선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결국 오래가는 사이는,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사이다.
당신의 넓은 품 안에서 그가 자유롭게 뛰놀 수 있도록 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