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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는 폭넓은 인기를 누리지 못한다. 일단 거부감부터 느끼는 관객들도 많다. 무턱대고 피칠갑 귀신을 등장시키고 뜬금없이 날카로운 비명을 집어넣는다고 여기는 까닭이다.
남자들이 마음에 둔 여자와 자연스레 스킨십을 하고자 공포영화를 보러 간다는 영화나 드라마 속 설정도 이러한 편견에 기댄 것이리라.
생각해 보면 공포영화만큼이나 어떠한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르도 드물다.
현실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신비한 존재나 힘을 보여 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세상의 문제들을 짚어 볼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올여름 첫 공포영화로 이름을 올린 ''무서운 이야기2''가 공포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 줄 기대작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사회를 사는 성인 가운데 보험 한두 개쯤 들지 않은 이는 없을 법하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를 미래의 위험으로부터 가족의 삶을 지키려면 반드시 보험에 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하루에도 몇 차례나 본다.
무서운 이야기2의 주요 소재 가운데 하나도 보험이다. 다만 지급된 보험금을 돌려받으려 애쓴다는 점에서 보험회사 광고와 다르다.
이 영화는 보험사정사 박부장(박성웅)이 죽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신입사원 세영(이세영)의 능력을 이용해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기밀서류를 점검하면서 시작한다.
무서운2
무서운 이야기2는 네 편의 독립된 이야기를 하나로 묶었는데 박부장과 세영의 에피소드인 ''444''가 나머지 이야기를 담는 그릇 역할을 한다.
박부장이 골라 준 서류에 숨겨진 사연을 세영이 끄집어내는 식으로 자연스레 세 편의 이야기가 소개되는 것이다.
먼저 ''절벽''은 친구 사이인 동욱(성준)과 성균(이수혁)이 등산을 갔다가 절벽 아래 또 다른 절벽에 고립된다는 내용이다.
이 에피소드는 웹툰 ''절벽귀''에 바탕을 뒀는데 원작보다 더욱 설득력 있는 이야기 구조를 지녔다.
동욱의 직업을 주식투자자로 설정하고 돈에 얽힌 사연을 추가하는 등 인물간 연결고리를 더욱 세심하게 다듬은 덕이다.
이를 통해 고립된 절벽은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로, 친구를 배신하게 만드는 초코바는 돈으로 치환된다.
두 번째 이야기 ''사고''는 임용고시에서 탈락한 뒤 우울함을 달래고자 즉흥여행을 떠난 지은(백진희), 미라(김슬기), 선주(정인선)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겪게 되는 괴담을 그렸다.
자동차가 전복돼 산 속을 헤매는 셋은 누군가에 의해 끊임없이 감시를 당하고, 구사일생으로 찾아든 민가에서는 지난 세월을 다시 보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위기의 세 친구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초상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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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괴담 ''탈출''은 교생 부임 첫날 학생들에게 제대로 망신당한 병신(고경표)이 흑마술에 사로잡힌 여고생 사탄희(김지원)가 알려 준 주술로 또 다른 세상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내용이다.
이 에피소드는 폭소와 공포라는 극단적인 감정이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공포, 코미디, 장엄한 판타지 등 다양한 요소가 버무려졌는데 장르를 구분지을 수 없을 만큼 흥미롭다.
이 작품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의 표현대로 ''개병맛 코믹호러판타지''로 규정해야 할 듯하다.
극 초반 교사로 특별출연한 배우 임원희가 학교에 대해 "교권이 상실된 이곳은 불구덩이!"라고 외치는 모습, 병신의 눈에 비친 그로테스크한 가족의 풍경, 탄희가 창피를 당한 병신에게 흑마술을 가르쳐 주며 "내가 갈 세상이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면 위로가 되잖아요"라고 말하는 장면 등은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교육 현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무서운 이야기2가 자동차, 엘리베이터, 학교, 집, 회사 등 일상적인 공간을 공포의 무대로 활용했다는 사실은 매우 인상적이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공포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영화는 익숙한 것이더라도 한 번쯤 의심해 본 뒤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충고하는 듯하다.
6월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