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
올 해 우리 영화계에서 큰 사건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저예산 영화인 ''말아톤''이 500만 관객을 유치했다는 것이다. 그 여세를 몰아 청룡영화제에서 ''말아톤''을 연출한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말아톤''은 실제 자폐증을 앓고 있는 마라톤 선수 배형진군을 모델로 만들어진 영화라 많은 사람들에게 자폐증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기도 했다. 예전에 톰 크루즈와 더스틴 호프만이 열연했던 ''레인맨''을 보신 분들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 모두가 비상한 집중력을 가지고 있는 천재라고 오해하기도 하고 ''말아톤''을 본 사람들은 특출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생각하기도 한다. 자폐증만큼 많이 알려진 것에 비해 잘 못 알려진 질병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폐증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도록 하자.
잘 못 알려진 질병, 자폐증에 대해 알아보자!자폐증에 대한 정의는 학자들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점점 바뀌어 왔다. 1943년 정신과 의사 레오 케너 이전에는 ''현실에서 멀어지고 자기의 내면세계에 틀어박히는 소아기 정신분열병''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케너 이후 현재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자폐증이란 만 3세 이전부터 시작되는 전반적인 발달장애(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로서 사회적 상호 교류의 질적인 장애, 의사소통 및 언어발달장애, 제한된 활동 및 흥미영역, 그리고 다양한 행동장애 등의 증상을 가지고 있는 질병으로 정의하는 것이 정설이다.
자폐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논란이 많았지만 출생 전이나 출생 중, 그리고 출생 후에 일어나는 뇌손상이나 정상적인 뇌손상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것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많은 학자들이 정서상의 문제를 자폐증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주장에는 많은 허점이 있어 부정되고 있다.
정서상의 문제를 원인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자폐아의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애정표시에 어려움을 보이는 행동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고, 둘째는 케너 교수가 처음으로 어린 아동들에 대해 언급했을 때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은 아동기의 초기 경험이 여러 가지 정신병의 원인이라고 인식하여 정서장애를 자폐증의 증상이 아니라 원인이라고 본 점이다. 셋째는 관찰결과 자폐아동의 부모가 비정상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거나, 양육환경상의 문제가 많았다는 점이다.
출생전후 뇌손상, 뇌손상 영향주는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정설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자폐아동은 출생 때부터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점이 보고 되었고 정서상의 문제는 자폐증이 아니더라도 어떤 이유에서든 자기 주위에 대한 이해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은 이차적인 결과로 정서상의 문제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자폐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부모의 방치나 학대가 아이의 행동이나 언어발달,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애정결핍이 생기기 쉬운 고아원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서 자폐증이 더 많다는 실증이 없기 때문에 단순한 양육환경의 문제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현실적으로도 자폐아를 가진 어머니들이 다른 어머니들에 비해 훨씬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는 점을 볼 때도 이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문제는 이런 주장이 사실인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것만 해도 그 어머니에게는 큰 아픔인데 사회에서 보내는 차가운 시선(당신이 아이를 방치해서 자폐증이 생겼다는 투의)은 견디기 힘든 시련일 것이다. 다시 한번 이 기회를 빌어 주장하는 것이지만 자폐증은 부모의 무관심이나 학대가 원인이 될 수 없다.
과학적으로 자폐증의 원인이 뇌손상 때문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뇌의 어느 부분이 손상되어야 자폐증이 생기는지에 대한 규명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폐증에 대한 치료를 위해서는 특수교육과 언어교육, 행동수정치료, 재활치료, 약물치료 등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한방에서도 뇌 손상을 치료하는 약물요법과 침구치료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먼 실정이다. 이 땅의 모든 위대한 어머니들을 위해 자폐증치료의 새 길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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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영박사는 대구한의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라임한의원''원장, 대전대학교 한의학과 신경정신과교실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며 동의뇌과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