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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최후의 날''은 전직 대통령 경호원이 홀로 테러리스트에 맞서 미국 대통령을 구한다는 내용으로 이야기 구조 자체는 ''다이하드''와 유사하다. 다만 그 적이 북한출신 테러리스트고,그들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백악관을 공격해 대통령을 인질로 잡았다는 점에서 남다른 관심을 모은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국면이 계속되면서 미국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진다. 북한 출신의 강(릭윤)은 한국 측 경호요원으로 신분을 위장해 백악관에 침투하고, 동시간대 정체불명 전투기가 워싱턴 상공을 날다 백악관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다. 관광객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도 지상에서 힘을 보태면서 한미정상은 지하벙커로 긴급 대피한다. 강 또한 일행에 포함되면서 백악관은 1812년 미영전쟁 이후 처음으로 외부 세력에 함락된다.
이 영화는 9.11 테러이후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는 미국인의 불안과 공포심을 기반으로 한다. 실제로 이 영화는 지난 3월 미국에서 개봉, 제작비를 훌쩍 넘긴 969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리면서 북한의 위협이란 외적 요인이 흥행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인이 이란과 함께 북한을 중대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갤럽의 조사 결과도 나온 상황이었다.
지난 몇 년간 할리우드는 ''007시리즈''나 ''아이언 스카이'' ''지아이조2'' 등에서 북한을 새로운 악당으로 활용해왔다. 이념으로 대립했던 소련이 없어지고 9.11 테러의 주범이었던 빈 라덴이 축출된 상황에서 새로운 ''공공의 적''이 필요했던 것이다. 기존의 영화에서는 특별 출연이라고 할 정도로 짧은 분량 다뤄졌다면 이번에는 한국말을 하는 테러리스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악당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한국 관객 입장에서는 남다른 영화체험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강과 그의 부하들은 서로 한국말로 긴 대화를 주고받고, 무장한 다른 요원들도 "엎드려" "손 보여" "돌격" "죽는다" 등 서툰 한국말을 구사한다. 이러한 상황은 영화몰입을 방해하면서 마음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그들의 한국어가 단지 서툴러서가 아니라 남북한의 역사적 상황을 잘 모르는 전 세계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남북한에 대해 어떤 선입견과 편견을 가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막역히 아랍인에 대한 공포심을 가졌듯이 말이다.
영화에서 테러리스트가 백악관을 점령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3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온다. 메가폰을 잡은 안톤 후쿠아 감독이 백악관과 대통령 경호를 깊이 연구해 실제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도출한 시간이라고 한다. 더불어 테러리스트들이 백악관을 점령하는 장면에서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은 한 군데도 없다고 밝혔다.
도심전투장면이 꽤나 현실적으로 펼쳐지나, 때때로 CG의 수준이 다소 거칠게 느껴지기도 한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300''의 제라드 버틀러는 잔인무도한 테러리스트에 맞서 웬만해선 죽지 않고 잘 대처하나,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 청소년관람불가 6월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