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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유가족 "가난해서 미안하다"



정치 일반

    현대제철 유가족 "가난해서 미안하다"

    • 2013-05-14 10:33

    - 공기 단축위해 가스밸브 안잠궈 참사
    - 현대제철 사측, 사건 축소은폐 의혹

    - 장하나 의원 "책임없는 원청, 현행법 구멍"
    - 하청업체는 乙, 당연한 요구조차 못해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현대제철 하청 유가족(익명), 민주당 장하나 의원

    우리 사회가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으로 들끓고 있는 사이에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묻혀진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 10일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에서 협력업체인 한국내화 소속의 노동자들이 내화벽돌을 교체하는 공사를 하다가 가스 질식으로 목숨을 잃었는데요. 자그마치 5명이나 됩니다. 그런데 지금 유족들은 장례를 치를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합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안전불감증이 아닌가 했는데,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직접 연결을 해 보죠. 먼저, 숨진 노동자의 형 한 분을 연결합니다. 익명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현대제철

     

    ◇ 김현정>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네요. 우선 동생이 어떤 일을 담당했죠?

    ◆ 유가족> 한국내화에서 내화벽돌을 정비, 보수작업 하는 일을 했습니다.

    ◇ 김현정> 전로 안에 들어가서 벽돌 교체하는 작업을 했다던데, 전로라는 게 뭡니까?

    ◆ 유가족> 용광로, 고로라고 흔히들 말씀하시죠. 제철소에 쇳물을 받아서 담아놓는 항아리같은 큰 통을 전로라고 하더라고요. 거기 안에 특수한 벽돌을 쌓아서 쇳물을 받는 겁니다.

    ◇ 김현정> 내화벽돌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넣으면 안 되는 가스를 사람이 있는데 넣어버린 거예요?

    ◆ 유가족> 네. 원래 그 작업순서가 동생이 일하는 정비보수팀이 일을 다 끝내고 철수를 하면, 그다음에 가스배관 파이프를 연결하는 작업에서 가스를 풀어가지고 테스트를 하나 봅니다. 그런데 이 사고가 왜 났냐면 순서가 바뀐 거예요. 먼저 작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스 밸브를.. 배관을 연결해서 가스를 테스트 한 거죠.

    ◇ 김현정> 그 전로 안에 사람이 5명이나 들어 있는데, 가스를 그냥 넣어버려서 질식을 시켜버린 거예요?

    ◆ 유가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아니, 왜 그랬답니까?

    ◆ 유가족> 공기를 조금 당기기 위해서.

    ◇ 김현정> 공사 기간을 단축시키려고요?

    ◆ 유가족> 그 밸브만 잠그면 자기네들은 아무 이상이 없을 줄 알았대요. 결국은 가스밸브를 안 잠그는 바람에 가스가 새고 누출이 됐고, 그 밀폐 공간 안에 가스가 차서 작업자들이 숨진 거잖아요. 계속 저희가 추궁을 하고 캐물었죠. 그 전에도 공기 단축을 위해서 하기는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전에는 사고가 안 났고 그 밸브를 잘 잠궜던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그 전에도 순서를 바꿔서 밸브를 열기는 열었는데, 잠깐 테스트를 한 다음에 바로 잠궜고. 근데 이번에는 깜빡 잊고 밸브를 계속 열어놓은 거군요?

    ◆ 유가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 밸브를 연 사람은 원청업체인 현대제철 직원인가요?

    ◆ 유가족> 그 파이프랑 가스연결, 그 모든 관리는 현대제철에서 하게 돼 있어요.

    ◇ 김현정> 지금 현대 측에서는 문제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인정을 하나요?

    ◆ 유가족>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기들도 공기를 앞당기기 위해서 무리하게 작업을 시킨 것, 그 점하고. 그다음에 어쨌든 간에 자기들이 안전수칙이라든가 관리 소홀로 인해서 이렇게 사고가 났잖아요. 그 점을 인정 하는데. 우리는 좀 더.. 저희가 요구하는 건 그거예요. 이렇게 사고가 났는데, 그럼 이렇게 사고를 내게끔 한 사람이 누구냐. 지시한 사람이 누구냐. 그거에 대해서도 저희는 더 알고 싶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장례도 사흘째 치를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이유는 이 사건에 대해서 유가족들은 좀 투명하게 알고 싶은데, 더 이상은 알려주지 않는다는 거네요?

    ◆ 유가족> 네. 우리는 누군지 알고 싶거든요. 작업지시를 한 사람이라든가. 그런데 사측에서는 그런 거에 대해서 전혀 지금 얘기를 하지 않아요. ''''경찰이 조사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얘기를 하시니까 저희는 참 답답한 거죠. 정말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사건을 은폐하지 않고요. 은폐축소하려고 시간을 끄는 것 같아요. 저희는 그게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것에 대해 회사측에서는 분명히 책임을 지셔야 그다음에 장례를 지낼 생각입니다.

    ◇ 김현정> 경찰 수사는 얼마나 걸릴 거라고 그러나요?

    ◆ 유가족> 한 2주 정도 걸린다고 얘기합니다.

    ◇ 김현정> 그때까지는 아무 것도 알려줄 수가 없다, 기다리는 상황. 또 유족들은 왜 아무것도 알려줄 수가 없느냐, 답답하다 이 말씀이시고요.

    ◆ 유가족> 네. 맞습니다. 진실을 저희가 알아야 그게 고인의 영혼을 달래주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제3자의 희생자들이 나오지 않는.. 계속 이런 식으로 사측에서 그냥 미안하다, 돈으로 합의해서 빨리 처리나 하자, 이러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진심어린 마음으로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을 하고, 그다음에 장례를 치를 수가 있습니다.

    ◇ 김현정> 희생된 동생분은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 유가족> 올해 서른다섯입니다. 79년생이요.

    ◇ 김현정> 동생을 잃고 지금 유족들 심정이 어떠세요?

    ◆ 유가족> 참담하고요. 지금 동생은 7살짜리하고, 5살짜리 아들하고 딸을 둔 가장으로서 아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앞이 캄캄합니다.

    ◇ 김현정> 조카들이 지금 아빠가 그렇게 된 걸 알고는 있어요? [BestNocut_R]

    ◆ 유가족> 아직 애기들이 어려서, 몰라서 그냥 하늘나라에 있다고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장난치고 그더라고요.

    ◇ 김현정> 지금 부모님들은 뭐라고 하세요? 아직 서른다섯밖에 안 된 너무나 젊은 아들인데요.

    ◆ 유가족> 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다 당신 잘못이라고 너무 자책하고 계세요. 왜냐하면 저희 집이 어려워서 교육도 대학교까지 못 가르치고. 그다음에 돈이 없어서 경제적으로 많이 못 도와주니까 안 그래도 힘든 일 하면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자식이었는데, 이번에 죽지 않아도 되는 죽음으로 죽었기 때문에 정말 밤에 잠을 못 주무시세요. 주무실 때도 저희 동생의 사진 보고, 얼굴 보고 흐느끼시고요.

    ◇ 김현정> 보나마나 부지런하고 효자였겠네요.

    ◆ 유가족> 네. 책임감도 강하고요. 이번 사건도 원래 동생이 자기가 들어가는 조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같이 일하는 동료후임이 컨디션이 안 좋다고 그래서 자기가 대신 들어가서 마무리 짓고 나온다고 교대한 거거든요. 원래 자기 순서가 아니었는데.. 그 얘기 들으니까 너무 가슴이 아파요.



    ◇ 김현정> 젊은 청년, 앞날이 창창한 가장이 허무한 죽음이 맞았다는 거. 그래서 이 원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 같고요. 오늘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 고맙습니다.

    현대제철 공장에서 가스 질식으로 숨진 협력업체 노동자 5명 가운데 한 분, 그 가족을 먼저 연결을 해 봤습니다. 이어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안전불감증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이 있습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을 이어서 연결해 보죠.

    장하나

     

    ◇ 김현정> 이번 사건을 ''''단순한 안전불감증 차원에서만 볼 게 아니다'''' 이렇게 지적을 하셨어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 장하나> 일단은 이번에도 현대제철 안에 하도급업체죠. 한국내화에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산재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은 하청 업체에서 지고 있고요. 원청은 책임을 완전히 회피하게 돼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위험한 작업을 오히려 원청은 하청업체한테 다 전가하고 있는 상태고요. 무방비 상태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 빈발하고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위험한 일을 하다가 문제가 생겨도 원청에는 전혀 책임이 없는 게 지금 법적인 상황이군요?

    ◆ 장하나>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원청이 심지어는 이번 한국내화의 사건처럼 위험한 물질이 작업환경 내에 있는데도 하청업체에 고지를 하지 않는 경우, 이번이 대표적인 예일 거고요. 2011년에는 신세계 이마트 탄현점에서 대학생과 노동자 네 분이 냉동창고 안에서 산재사고로 사망을 하십니다. 그때 고작 월급이 100만원이었던 이런 예가 있는데요. 이 역시도 기업이 고의, 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 되는 현행법 문제가 그대로 노출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실제로 자료를 보니까 이번에 사고가 난 현대제철소에서만 최근 9개월 동안 1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어요.

    ◆ 장하나> 네. 그렇습니다. 모두 사내 하도급 업체 직원이었고요.

    ◇ 김현정>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었어요, 10명이 모두?

    ◆ 장하나> 네. 이번에 다섯 분 돌아가신 분의 경우에는 아르곤 가스라는 위험 유해가스 때문에 질식사를 하신 거고요. 그 전의 케이스들은 높은 데서 추락사 하는 일들이 많은데. 이것만 보아도 얼마나 안전장치라든가 이런 위험들, 그런 상태에 노동자들이 내몰려 있는지, 또 무방비상태로 몰려있는지를 저희가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아무리 하청업체라고 하더라도 안전과 관계된 부분이면 싫으면 싫다, 아닌 건 아니다, 말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 장하나> 아시겠지만 갑을관계에서 을들이.. 을도 아닙니다. 을병정무기경신 얘기를 하는 그런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일단 우리가 사내하도급이라든지, 사실은 비정상적이고 기형적인 이런 일들은 대한민국 사회가 계속 무수히 용인해 오면서 벌어진 일들이고요. 이 분들이 계약관계상 지위가 약하기 때문에 거부하면 하청이 다른 회사하고도 계약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계약해제상의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이런 정당한 요구를 못 해 오는 것입니다.

    ◇ 김현정> 공기단축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거기에다가 반항하기가 힘든 거군요?

    ◆ 장하나> 그렇죠. 갑도 슈퍼 갑이라는 말 많이 하지 않습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환노위 차원에서의 기업 사립법 제정도 필요하고. 사실은 크게 경제민주화라는 지금 시대 화두가 빨리 어떤 정책적으로, 또 입법과제로서 해결이 되면 거기에 따라서 우리의 소중한 노동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질식시킬 수 있는 독가스가 들어가는 것을 알리지도 않았을 정도의 슈퍼 을.

    ◆ 장하나> 네. 지금까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산재사고들이 계속 반복하고 있는 이유는 법적인 어떤 처벌 체계가 너무 미약했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고요. 사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런 기업의 과실치사라든가 기업 살인에 대한 처벌들이 최근에 아주 강화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특히 2008년부터 영국에서 지금 시행되고 있는 기업살인법의 경우에는.

    ◇ 김현정> 기업살인법이요?

    ◆ 장하나> 네. 제목이 ''''Corporate Killing Law'''' 라고 해서 정말 기업살인법이 법의 이름인데요. 이 경우에는 기업에서 이런 산재사고로 사망사고가 났을 때, 연 매출의 10% 정도로 어떤 벌금을 무는 것. 그런데 벌금의 상한선이 아예 없습니다. 상한선이 없어서 어떤 경우에는 연매출의 116%를 벌금으로 낸 예도 있고요. 미국의 경우에는 산재사망사고에 대해서 업주가 10년형을 살게 되고, 두 번 반복되면 20년형을 받게 되는 이런 강력한 법들이 존재를 합니다.

    ◇ 김현정> 정말 강력하네요. 우리나라가 벌금 100만원 받는 거하고는 비교가 안 되네요?

    ◆ 장하나>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이 OECD에서 산재 사망사고 1등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하루에 6명꼴로 산재사망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게 대한민국 현실입니다.

    ◇ 김현정> 좀 더 정확하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말씀인데요. 참 안타깝습니다. 장하나 의원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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