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거대한 재난을 다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로 남다른 연출력을 인정받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새 영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에머리히 감독은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내한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작품은 ''유니버셜 솔저''(1992) 이후 첫 액션 영화"라며 "고양이와 쥐 사이의 쫓고 쫓기는 위협처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인 백악관을 배경으로 미국인들간의 대결을 다뤘다"고 전했다.
대통령(제이미 폭스) 경호원에 지원했지만 탈락한 존 케일(채닝 테이텀). 그가 실망한 딸을 달래기 위해 백악관 투어에 나선 날 예기치 못한 공격으로 백악관은 한 순간 대혼란에 휩싸인다. 이후 미국 전체에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어지면서 케일은 딸과 대통령을 동시에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인디펜던스 데이''(1996년), ''투모로우''(2004년), ''2012''(2009년) 등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를 만들어 온 에머리히 감독에게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는 "1년여 전 다른 프로젝트를 하던 중 이 영화의 대본을 받았는데 영화 속에서 또다시 백악관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스스로도 의구심이 들었다"며 "하지만 대본을 읽어 본 뒤 ''지금까지 읽은 대본 중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고 머뭇거리지 않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비상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 사회가 붕괴되는 영화를 만들 때는 항상 흥미로운 스토리가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에머리히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적을 무찌르는 액션신을 강조했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대통령이 흑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 역의 제이미 폭스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오바마 대통령과 실제로 친한 그가 ''오바마를 흉내내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며 "사실 이 영화를 촬영할 때 오바마가 재선되기 전이라 흑인 대통령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갔던 상황인데 오바마를 지지했던 한 사람으로서도 대선 결과가 실망스럽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영화는 즐거워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항상 나름의 메시지를 담아왔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도 마찬가지다.
에머리히 감독은 "이번 영화의 메시지는 미국이 현재 분열돼 있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살면서 미국 영화를 보고 자란 사람으로서 내가 겪고 생각했던 일들을 영화를 통해 보여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가족애, 애국심 등 뚜렷한 가치관을 가졌다는 점도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 속 캐릭터들이 가진 특징이다.
그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자식이기 때문에 나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코드인 가족애를 가장 중요시하고, 내 영화가 너무 애국적이라는 비판도 받기에 애국심을 이야기할 때는 신중하다"며 "무엇보다 사람들 내면에 있는 선한 의지를 강조하고 싶은데 보통 사람들도 영웅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 용기를 얻고 일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과 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 ''백악관 최후의 날''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에머리히 감독은 "백악관 최후의 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는 이미 캐스팅을 완료하고 촬영을 시작한 단계였다"며 "그 영화는 북한의 테러범들이 백악관을 점령한다는, 외부로부터의 압력이고 우리 영화는 미국 내부의 위협과 분열을 다뤘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했기에 촬영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재난 영화 전문 감독이라는 이름표에 대해서는 스스로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특정 장르를 계속해서 만들어 온 감독은 누구나 그런 걱정을 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나는 다른 장르에서도 성공을 거뒀고, SF 영화에 관심이 많은 만큼 앞으로는 이 장르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2009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한 그는 "이곳에 도착해서 굉장히 큰 쓰나미가 도시를 휩쓰는 한국영화 ''해운대''를 재밌게 봤다"며 "당분간 재난 영화는 만들지 않을 계획인데 찍게 된다면 한국을 배경으로 고려하겠다"고 전했다.
영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다음달 중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