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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노리개'' 감독 "머리로 시작해서 가슴으로 완성한 영화"

''노리개'' 감독 "머리로 시작해서 가슴으로 완성한 영화"

"희생된 여배우께 감정이입 많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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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시작해서 가슴으로 완성한 영화." 영화 ''노리개''로 연예계의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낸 최승호 감독(39)이 최근 노컷뉴스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지난 18일 개봉한 노리개는 신인여배우 정지희(민지현 분)가 기획사 대표가 요구하는 잇딴 성상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로 목숨을 끊은 이후 하나뿐인 오빠가 가해자인 소속사 대표, 영화 감독, 언론사 대표 등을 고소하면서 벌어지는 법정드라마. 2009년 일명 ''장자연 문건''을 남기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신인여배우 장자연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최감독은 "법정드라마니까 법대 출신인 점이 강점이 될 것이라는 얕은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를 준비하면서 기획거리가 된다고 섣불리 덤벼들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최감독은 "우선 법대출신인 점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웃었다. 이어 "업계이야기라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감독도 나오는데, 저야 연출을 관두면 그만이지만 제작사 대표는 계속 이 판에 있어야 하는데 누군가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는 자신이 창조한 희생된 여배우에 대한 연민이 예상이상으로 그를 압도했다. 감독으로서 객관적 거리를 둬야했지만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멘붕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최감독은 "돌이켜보면 영화에 매진해야하는 단계에서도 부담감을 털지 못했다"며 "정서적으로 꽤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번은 집에서 혼자 심란한 마음을 덜고자 무슨 영화를 봤는데 여주인공이 불쌍하게 그려진 영화였다. 정말 동네가 떠나갈듯 한 시간 동안 펑펑 울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 이후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정지희를 연기한 민지현을 만날 때는 차마 눈을 쳐다볼 수 없었다. 그는 "머릿속의 정지희가 사람의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똑바로 볼 수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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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맞고 유린당하고 원치 않는 것을 해야 하는 장면이 계속돼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쓰인 사람이 바로 제 영화 속 정지희였다."

영화는 후반부 여배우가 자살한 그날 밤을 상상으로 재현해낸다. 바로 몇 시간 전 누군가의 노리개로 유린을 당한 그는 약을 한두알씩 입에 넣다가 침대에 앉아 일기를 쓰며 기획사대표에게 이메일를 보냈다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최감독은 "정지희의 서로 다른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 이유는 그렇게나마 그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고 장자연 사건을 지켜보면서도 이렇게 안타까웠을까? 그는 정작 사건 당시에는 "방관자적으로 봤다"고 답했다. "안됐다는 마음 정도였다. 하지만 재판과정을 보면서 제대로 밝혀주지 못하네, 피해자가 세상을 떠난 마당이라 법 논리적으로 이해되나 국민 법 감정과는 괴리가 있다고 봤다."

최감독은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사람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 못하고 화병으로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이 영화로 하고 싶은 말을 대사로 꼽는다면, 감추고 숨겨봐야 소용없다.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는 곰팡이만 필뿐이란 말이다"고 덧붙였다. [BestNocut_R]

"이런 이야기를 왜 굳이 영화로 만들었나? 전 끝난 사건이라고 안 본다. 지금도 어디서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정지희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여검사에게 과거의 트라우마를 설정한 것도 성폭력이 이렇게 계층에 상관없이 만연돼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다."(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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