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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률의 스포츠레터]''괴물'' 류현진과 싸워야 하는 한국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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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률의 스포츠레터]''괴물'' 류현진과 싸워야 하는 한국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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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미국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괴물'' 류현진(26, LA 다저스)이 시즌 2승째와 함께 개인 통산 100승 고지를 밟은 겁니다. 강팀 애리조나를 6이닝 동안 탈삼진 9개, 3실점으로 묶으면서 7-5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류현진은 깜짝 타격 솜씨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정상급 투수 이언 케네디를 상대로 2루타 포함, 3타수 3안타를 터뜨린 류현진은 현지에서 ''베이브 류스''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국내 포털 사이트 스포츠뉴스도 류현진 관련 소식으로 가득했습니다.

    분명 낭보이긴 하지만 일말의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류현진의 승전보야 언제든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입니다.

    자칫 1990년대 후반 박찬호가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았던 당시 찾아왔던 프로야구 위기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바꿔 말하면 한국 프로야구가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괴물'' 류현진과 맞서야 한다는 뜻입니다.

    ▲류현진 경기 시청률 7.9%…인기 프로그램과 경쟁력

    14일 류현진 등판 경기를 중계한 MBC의 시청률은 7.9%(닐슨 코리아 집계)였습니다. 오전 9시부터 12시 43분까지 집계 결과입니다. 스포츠 중계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수치입니다. 역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와 비슷하거나 높은 시청률입니다. 지난주 동 시간대 프로그램인 블라인드 테스트 180도(5.1%), 신비한TV 서프라이즈(7.5%)과 비교해 높거나 비슷했습니다.

    타 방송과 견줘도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SBS 동물농장(10.7%)보다는 뒤졌지만 웃찾사(4.9%)에는 넉넉히 앞섰습니다. KBS 2TV에서도 1박2일(재방송, 9.7%)에는 못 미쳤지만 출발드림팀2(6.4%)는 제쳤습니다. KBS 1TV의 장수 프로그램 TV진품명품(6.9%)보다 높았습니다.

    당초 MBC는 류현진 경기 이후 11시 30분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류현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자 중계를 끝까지 방송했습니다. 만약 류현진이 부진하거나 경기가 맥이 풀렸다면 중계가 끊겼겠지만 류현진이 투타에서 워낙 맹활약한 데다 경기도 막판 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시청률 호조가 이어졌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에 ''서프라이즈''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는 방송연예팀 기자의 귀띔도 있었습니다. 이런 항의에도 MBC는 중계를 강행한 겁니다.)

    예전 박찬호의 전성기 때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MBC는 왕년 박찬호의 LA 다저스 시절 중계로 짭짤하게 재미를 본 바 있습니다. 당시 지상파 3사가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벌였고 중계권료가 수백만 달러, 천정부지로 뛰었던 기억도 납니다. 그만큼 박찬호의 경기는 국민적 관심사였습니다. IMF 위기로 마음이 무겁던 국민들은 덩치 큰 백인 타자들을 잡아내던 박찬호의 모습에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때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류현진도 비슷한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류현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벌써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호투에 2승째(1패)를 거뒀습니다. 여기에 타격 솜씨까지 뽐내면서 연일 주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향후 류현진 경기의 시청률이 올라갈 가능성은 무척 높은 상황입니다.

    ▲''박찬호 시절 재래?'' 올해 프로야구 관중 급감

    한국 프로야구는 박찬호가 맹활약하던 시절 역설적으로 암흑기를 맞았습니다. 1995년 사상 첫 500만 관중 시대(587만여 명)를 열었던 프로야구는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97년 292만여 명, 98년 347만여 명, 99년 277만여 명으로 관중이 뚝 떨어졌습니다. 박찬호의 다저스 시절 전성기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시기입니다.

    이후 힘을 잃은 프로야구는 2002~2004년까지 300만 관중을 넘지 못했습니다. 2005년 반짝 364만여 명을 찍었지만 이듬해 324만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이때는 박찬호가 아닌 이승엽이 요미우리 시절 41홈런을 날리며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때였습니다. 해외파 활약에 속수무책으로 휘청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이후 한국 프로야구는 이승엽이 다소 부진하면서 2007년 440만여 명 관중으로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였습니다. 여기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으로 야구 인기는 폭발했습니다. 2008년 525만여 명 등 2010년까지 3년 연속 500만 관중을 찍더니 2011년 681만여 명, 지난해는 무려 715만여 명을 불러들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 야구 열기가 예년만 못한 상황입니다. 15일까지 52경기에서 간신히 경기 평균 관중 1만 명을 넘겼습니다(표 참조). 지난해 비슷한 시기보다 평균 4000명 이상 줄었습니다. 2009년부터 최근 4년 동안을 비교해봐도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750만 관중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올해 프로야구가 심상치 않은 출발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황금세대 이후 경기력 저하…위기 의식 가져야

    물론 여기에는 물론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합니다. 관중 감소가 꼭 류현진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WBC 1회전 탈락과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 최고 인기 구단 롯데의 부진, 한화의 13연패 등 원인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그동안 한국 야구에 쏠렸던 야구 팬들의 시선이 메이저리그로 옮겨갈 가능성은 지극히 높다는 겁니다. 따지고 보면 한국 야구에 류현진의 공백이 주는 여파는 적지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WBC에서도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이 있었다면 1회전 탈락은 하지 않았으리라는 가정이 지금도 나옵니다. 여기에 현재 최악의 침체에 빠진 한화 역시 류현진이 있었다면 13연패는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큰 의미는 류현진이 주는 상징성입니다. 류현진은 프로야구 황금기를 이끈 대표적인 선수입니다. 국제대회는 물론 국내 무대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문제는 류현진을 비롯한 황금 세대들을 이끌 후속 주자들이 나오지 않았고, 키우지도 못했던 한국 야구에 있는 겁니다. 류현진 선수 하나가 빠져 나간 공백을 메우지 못할 만큼 허약한 게 한국 야구의 현실이라는 겁니다.

    사실 그동안 프로야구 인기는 국제대회 성적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여성을 비롯해 야구를 잘 몰랐던 사람들도 전 국민적 관심사인 올림픽과 WBC 등을 통해 야구와 친숙해졌습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김경문 NC 감독은 지금도 "당시 은행을 가면 아주머니와 아이들이 알아보고 사인을 해달라더라"고 회고하곤 합니다.

    세계 정상급 경기력을 가진 선수들이 국내 무대에서 뛰고 있다는 점이 인기의 원인이었습니다. 특히 한발 더 뛰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앞세운 역동적인 야구가 팬들을 불러모았습니다. 2007, 08, 09년 SK와 두산, KIA 등이 벌인 치열했던 한국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이후 한국 야구는 관계자와 선수들까지 뜨거운 인기에 안주해버렸습니다. 선수들은 당근이 없는 WBC 출전을 이런저런 이유로 고사했고, 모인 선수들도 이전 대회에서 보여준 투지와 끈끈함은 없었습니다. 방심하다 당했고, 2회전도 오르지 못한 채 짐을 싸 돌아왔습니다.

    대표 선수들이 돌아온 이후에도 프로야구는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개막전부터 실책 남발과 투수들의 난조로 수준낮은 경기가 이어졌습니다. 기본기를 의심할 정도의 경기력에 지난해 빈번했던 만원 관중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 와중에 은퇴 선수들은 이권을 놓고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관중

     

    올 시즌 사상 첫 9구단 체제를 출범한 프로야구. 하지만 경기력 저하에 따른 심각한 양극화 현상으로 리그의 재미는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류현진은 별명처럼 메이저리그에서도 괴물로 커가고 있습니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31, 신시내티)도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위해 최고의 시즌을 보낼 태세입니다.

    선수들은 물론 한국 프로야구 전체가 괴물 류현진과 메이저리그에 온 힘을 다해 싸워 이겨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야구는 어쩌면 ''괴물''에게 먹혀버릴지도 모릅니다.
    [BestNocut_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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