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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대신 불량식품…경찰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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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인 대신 불량식품…경찰 뿔났다

    새정부 ''4대악 범죄''…단속실적 올리기 내몰려

     

    서울의 모 경찰서 지능팀은 최근 보이스피싱 일당을 적발했지만 주범만 입건한 뒤 서둘러 수사를 마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목한 ''4대악 범죄'' 중 하나인 ''불량식품''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공범 인적사항도 파악한 상태여서 수사를 확대할 수 있었지만 지난주 해당 경찰서 불량식품 단속 실적이 단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경찰은 "지금 보이스피싱, 공무원 범죄 수사 다 중단입니다.

    중단. 이쯤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고 빨리 부정식품 수사를 해야 해요. 기획수사 지금 해봐야 실적에도 안 올라가고 칭찬도 못 받아요"라고 말했다.

    ■ "본연의 업무와 맞지 않다" 반발= 박근혜 대통령이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규정하고 해당 부처에 4대악 척결을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 불량식품 수사와 관련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불량식품 단속이 경찰 본연의 업무와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불량식품 제조·유통사범 근절을 위해 지난달 8일부터 6월까지 100일 동안 ''부정·불량식품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

    이에 따라 일선 경찰서도 본격적으로 불량식품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경찰의 경우, 4월 현재 불량식품 관련 검거 건수는 110건으로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166명의 불량식품 제조업자를 입건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지시 사항이라 수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 시책에 따라 경찰 업무마저 좌지우지되어야 하냐"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 강력 사건조차 순위 밀려= 보이스 피싱 등 지능범죄를 수사해야 할 경찰들이 불량식품 업자를 단속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도권 모 경찰서에 근무하는 A 수사관은 "불량식품 단속은 본래 지자체 특별사법경찰이 하던 업무"라며 "경찰이 이런 업무까지 해야 하니 솔직히 창피하다"고 말했다.

    이 경찰관은 "경찰이 경제사범 같이 큰 수사를 해야 하는데 불량식품 단속하면서 식약처 밥그릇 뺐기나 하고 있다"며 "거악인 호랑이를 상대해야 할 경찰들이 풀 뜯는 소를 단속하는 꼴"이라고 혀를 찼다.

    인근의 경찰서 B 수사관도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일선 경찰서 지능팀은 4대악 중 하나인 불량식품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이스 피싱이나 대출 사기 범죄에 매달려도 부족한 상황인데…"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전 경찰은 ''가정경제를 파탄내 가정을 무너뜨린다''는 이유로 보이스 피싱과 대출사기 등을 4대악 중 ''가정폭력''의 카테고리에 포함시킨 바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이유로 본 계획에서는 결국 제외됐다.

    ■ 일주일에 한번씩 단속건수 체크=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행정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4대악 범죄에 대해 ''감축목표 관리제''를 시행해 주기적인 점검과 평가를 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4대악을 챙기면서 일선 경찰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해당 지방청으로 검거 실적을 보고하고 있는데다 불량식품 수사가 특진 대상에 오를 전망이어서 실적 경쟁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경찰 간부는 "불량식품 수사를 한 적이 많지 않아 단속 실적을 올리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실적 경쟁 때문에 다른 경찰서에 정보가 새나가지 않게 보안 유지를 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또다른 경찰 간부는 "윗사람 눈치보는 것도 있지만 각 기능 실적이 경찰서 전체 순위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 기능 실적으로 전체 점수가 깎이면 열심히 일한 여청이나 형사 등 다른 과에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본청에서 불량식품 관련 특진 결정이 아직 나지 않았지만 조만간 특진 티오가 날 것으로 보인다"며 "특진이 결정되면 일선서 실적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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