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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각설탕''부터 ''챔프'' 그리고 ''7번방의 선물''까지 이환경 감독은 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해왔다. 엄마가 부재한 가운데 아버지와 딸의 각별한 관계를 이어주는 것이 바로 동물이었다.
7번방의 선물은 그 동물이 빠진 자리에 6살 지능의 아버지 용구(류승룡)와 하나뿐인 7살난 딸 예승(갈소원)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면서 아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살아가는 용구가 자신도 모르게 주변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모습을 마치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펼쳐냈다.
이환경 감독은 7번방의 선물 개봉을 앞두고 노컷뉴스와 만나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만드는 감독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틈새시장을 노린 것은 아니다"라고 웃은 뒤 "아이와 어른의 눈높이가 맞춰진 영화,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자신의 일화도 들려줬다. 그는 "아버지가 과일 장사를 했는데 늘 제게 좋은 것만 갖다 줬다. 하루는 제가 손님에게도 똑같은 것을 파는지 물었더니 아버지가 그렇다고 하더라"며 "제 직업은 영화감독이니까 우리가족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불량식품을 내 아이에게 먹이고 싶지 않은 마음과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어린 딸의 이야기를 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올해 12살 된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 세상의 모든 아빠와 딸이 서로 사랑하고 화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예승이가 바로 제 딸 이름"이라며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감정이입하면서 썼다. 예승은 제 영화의 최초관객이기도 하다. ''예승이 같으면 이럴 경우 뭐라고 할 것 같아?'' 하고 물은 뒤 딸의 대답을 각본에 반영했다. 편집본도 딸에게 보여줬다"고 애틋한 부성애를 드러냈다.
아내와 작년에 본 늦둥이 아들의 흔적도 영화에 담겨있다. 예승이 용구에게 매일 아침 도시락을 쥐어주면서 "수돗물 먹지 말고 끓인 물 먹어. 아니면 정수기"라고 하는데 바로 아내가 딸에게 늘 하는 말이다. 아들의 모습은 사진으로 나왔다.
예고편에서 류승룡이 교도소 동료가 자신의 갓 태어난 아기 사진을 보면서 감격해하자 "웃기게 생겼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는데 바로 그 아기가 감독의 아들사진이다.
7번방의 선물은 용구가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딸과 생이별한 그는 특유의 순수함으로 무장 해제시킨 7번방 패밀리의 도움으로 예승을 교도소로 ''반입''하기 위해 기발한 작전을 펼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용구와 예승이 살고 있던 바깥세상은 편견으로 가득 찬 차가운 세계라면 오히려 흉악범이 모여 있는 교도소 안은 파스텔 톤의 따뜻한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감독은 "교도소 안의 사람은 악인하고 바깥사람은 선인이라는 정형화된 공식은 싫다"며 "제 영화의 특징이 나쁜 사람이 없다. 살면서 그런 사람을 안 만난 게 아니고 제 영화 속에서만 좋은 사람들이 좋은 생각하면서 살길 바라는 감독인 저의 판타지"라고 밝혔다.
그리 먼 얘기도 아니다. 이감독이 ''나쁜 사람''을 만난 건. 시쳇말로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다가 보따리 내주고 뺨까지 맞은 사건''이었다. 이감독은 "죽을 생각도 했다"며 "이렇게 더러운 판에 있기 싫다. 영화를 관두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 뜻하지 않게 힘이 돼준 게 바로 ''7번방의 선물''이었다.
"챔프 하기 전에 초고를 써둔 상태였다. 시나리오를 다시 읽으니 꼭 하고 싶더라. 일단 챔프를 먼저 찍고 곧바로 7번방의 선물 준비에 들어갔는데 초고와 달라진 점이 바로 용구의 나이다."
원래는 정상적인 어른이었지만 6살 지능으로 바꿨다. 이감독은 "그 사건으로 상처 입은 뒤 누가 나를 지켜줬으면 했다. 7살 딸이 어른이 나한테 해줄 것은 없겠지만 만약 딸과 정신연령이 동급이면 그 애가 나한테 해줄게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유를 전했다.
"이 영화는 제게 힐링무비다. 마치 용구가 여러 사람에게 새 삶을 열어줬듯 7번방의 선물을 하면서 저 역시도 상처를 치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