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칭찬한 그 대책 한달…마포 아파트 상승률 1/9 토막
▶ 글 싣는 순서 ①대통령 칭찬한 그 대책 한달…마포 아파트 상승률 1/9 토막
(계속)
이재명 정부는 지난 달 27일, 취임 뒤 첫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6.27 대책은 ▷수도권 및 규제지에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은 무조건 6억 원 이하로 제한 ▷수도권 내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추가 주담대 불허, 1주택자도 기존 주택 6개월 내 처분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대출 불가 등 '강력한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첫 부동산 대책이 나오고 1달, 서울 아파트 가격과 연관된 숫자들이 보여준 추세는 '다이내믹'하다. 올해 들어 매주 전주 대비 0.2%p는 우습다는 듯 치솟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강남3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꺾였다. 가파르게 오르던 상승률 그래프는 지난 달 27일을 전후해 급격히 바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서울 아파트賈 폭등 선도주자 마포, 한 달 만에 상승률 0.99%→0.11%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자료'는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을 이끌던 '마·용·성' 상승률의 '급제동'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올해 들어서만 '국민평형' 아파트 가격이 5~6억 올랐다는 마포구는 6.27 직전 주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0.99%를 찍었다. 같은 주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43%를 기록하며 2018년 9월 2주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비정상적 상승률은 6.27에 바로 반응했다. 마포구는 6.27 대책 직후 나온 6월5주차(30일 기준) 자료에서 0.89% 상승에 그치며 오르기만 하던 상승률이 0.10%p 감소했다. 7월 들어 감소폭 마저 커지며 7월3주차(21일 기준)에는 0.11%까지 떨어졌다. 6.27 이전 주 상승률 0.99%와 비교하면 1/9 수준이다. 용산구(0.74%→0.24%), 성동구(0.99%→0.37%) 역시 마포구처럼 6.27 대책 이후 상승률이 크게 둔화됐다. 두 지역 모두 6.27 이전과 비교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1/3 가량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강남3구도 피하지 못한 6.27…상승률 반등한 '송파' 변수
고액 아파트가 밀집 강남3구도 6.27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6.27 직전 0.84%까지 치솟았던 강남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7월3주차 0.14%까지 떨어지며 마포구만큼이나 추락했다. 마포구는 7월3주차, 강남구는 7월2주차(14일 기준)부터 서울시 전체 아파트 가격 상승률 보다 낮아졌다. 서초구(0.77%→0.28%), 송파구(0.88%→0.43%) 역시 상승률 둔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다만 송파구는 7월3주차 상승률(0.43%)이 전주(0.36%)보다 오르며 3주 만에 반등했다. 잠실·송파동 재건축 단지가 가격 상승폭을 돌려놓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7월3주 송파구의 반등이 추세가 될 지는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 특성상 송파의 반등이 지속되면 6.27 효력이 다했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어 관계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우려하던 배후지 '풍선효과'도 아직은 '잠잠'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종종 등장하는 우려가 '풍선효과'다. 투기가 과열되고 있는 곳의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이 다른 지역의 집값을 들썩이게 만드는 부작용이다. 6.27 대책으로 주택 구매를 위한 주담대 상한선이 6억으로 묶이자,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했던 자치구의 아파트 가격에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의 풍선효과 조짐은 없었다. '노·도·강'이라 불리는 노원·도봉·강북구의 지난 한 달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 역시 완만하기는 하지만 하향추세다. 세 지역 모두 6.27 전까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서울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6.27 대책이 발표된 6월5주차 조사에서 노원과 강북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서울의 다른 자치구와 달리 각각 0.05%p, 0.02%p 상승하며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7월1주차(7일 기준) 곧바로 하락으로 돌아섰다. 7월3주차에도 여전히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서울시 전체 평균을 밑돌고 있다.
높은 개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규모 재개발 예정 지역이나 한강벨트 배후에서도 풍선효과 조짐은 없었다. 대규모 재개발 예정지가 밀집한 양천구가 6.27 대책이 발표된 6월5주차 조사에서 다른 자치구와 달리 전주 대비 0.13%p 상승하며 상승세를 유지하는 듯 했다. 하지만 다음 7월1주차 조사에서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7월2주차에는 큰폭으로 하락했다. 강남3구만큼이나 6.27 직전까지 큰 폭으로 올랐던 동작구도 6.27 직후 다른 부동산 급등 지역과 비슷한 흐름이다. 6.27 전까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서울시 전체 평균보다 낮았던 관악구가 7월1주차 상승률이 크게 뛰었지만 7월3주차 조사에서는 6.27 직전 상승률 밑으로 하락했다.
서울,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률 거품 빠져…지역은 큰 변동 없어
한 달이 지난 6.27의 성과는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률을 잡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서울(0.43%→0.16%), 수도권(0.16%→0.06%) 모두 6.27 직전보다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크게 하락하면서 전국(0.06%→0.01%)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끌어 내렸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큰 변동이 없었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 등 어느 때보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던 터였다. 아파트 매수세가 없는 지역에서 대출규제는 큰 의미가 없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를 살 수 없게된 돈들이 지방 아파트 투자로 쏠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유의미한 결과로 나오지는 않고 있다.
얼어붙은 아파트 매매, 시장은 관망중서울을 중심으로 '불장'이라 불리던 올해 아파트 가격 폭등세가 주춤해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폭등 이전 가격으로 돌아가거나 안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거래 자체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아파트 매매수급지수에 따르면 가장 최근자인 7월3주차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100.1까지 떨어졌다.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란 매매 수요와 공급의 비율을 점수화해 나타낸 수치로 0부터 200까지 값이 주어지며, 기준선(100)보다 높으면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6.27 직전 104.2였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한 달여 만에 4.1p가 빠졌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사람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추세라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현장에서 반응도 통계와 다르지 않다. 6.27 이후 한강벨트 공인중계소들은 이따금 걸려오는 문의전화만 있을 뿐 거래 자체가 끊겼다고 한다. 용산구의 A 공인중계사는 "일단 사람들이 시장을 관망하려는 추세가 뚜렷하다. 매수문의도 끊기고 그렇다고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려 부르지도 않고 있다. 적어도 가을까지는 이 추세가 계속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서울·수도권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 6.27 정책 효과에 긍정적 하지만…부동산 전문가들의 6.27 대책에 대한 평가는 일단 호의적이다. 서울과 일부 수도권 아파트의 비정상적인 폭등세를 효과적으로 진정시켰다는 평가다.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요법을 신속하게 내놓은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하지만 높은 평가 뒤에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6.27은 진정제일뿐, 근본적 치료약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강력한 대출규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강한 약효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6.27 대책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부작용들을 노출시키고 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전세시장의 불안정이다. 6.27 대책이 '갭투자'의 원천 봉쇄에 있었던 만큼 전세 매물의 급감은 불가피하다. 최근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전세매물 부족으로 전세가가 치솟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세입자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생애 첫 주택을 구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대출 제한은 큰 장벽이다. 서울·수도권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을 촉진시켜야 하는데 재건축 지역 이주비 대출까지 제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제재를 근본으로 하는 금융·세금 정책에는 '익숙함'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시간이 지나 시장이 제재에 익숙해지면 효과가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6.27 대책 후속으로 세밀한 공급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2025.07.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