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과 입학 포기하고 의대行? 이대로면 K칩 미래 없다" ▶ 글 싣는 순서 ①"중국 반도체 1위 시간 문제, 한국 돈·인재 다 밀린다" ②"반도체과 입학 포기하고 의대行? 이대로면 K칩 미래 없다" (끝) "국내 반도체 기술 수준 향상을 위한 미래  이슈 1위는 핵심 인재이고, 인재 확보를 위한 양성과 기존 핵심 인재의 유출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KISTEP 기술예측센터 한국 반도체가 중대 기로에 섰다.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중국에 대부분 추월당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본과 인력 등도 중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 관련 인력 양성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이를 위해 사회적인 차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0년 뒤 산업 경쟁력, 학교·연구실에서 나오는데…사람이 없다"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이후 산업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R&D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사람이다. 주요 기업들이 인재 구인에 총력전을 벌이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한 해만 신입직원 700여명, 경력직원까지 합치면 1000명 넘게 채용하며 인재 선점에 나섰다. 삼성전자도 올해 공채를 통한 신입직원과 상반기 외국인 경력직원 채용 등을 진행하고 나섰다. 기업들의 이런 행보는 갈수록 심해지는 구인난 때문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1년 국내 반도체 필요 인력 규모는 30만4000명으로 급증하지만 2021년 기준 반도체 인력 규모는 17만7000명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정원 규제 완화를 통해 대학에 반도체학과 신설을 장려하고, 특히 대학을 졸업하면 미리 계약을 맺은 관련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학과' 신설을 통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다만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이른바 의·치·한·약(의대·치대·한의대·약대)로 불리는 이공계 최상위학과에 버금하는 합격 점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원의 두배 가까이가 등록을 포기하고 있다. 종로학원이 2024학년도 삼성전자 반도체 계약학과(연세대·성균관대), SK하이닉스 반도체 계약학과(고려대·한양대·서강대)의 정시 합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초 합격자 등 모집 인원의 1.8배(77명 모집에 138명 합격) 학생들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원한 서울의 한 대학 반도체학과 교수는 "최상위권 학생이 반도체학과에 남는 경우는 드물고, 그 밑도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원도 수도권 내 대학도 (입학)경쟁률이 높지 않고 지방은 학생이 없어서 외국인 학생으로 채워진다"고 전했다. 中 "연봉도, 처우도 엔지니어가 1등"…韓은? 국내 반도체 업계 구인난의 핵심은 반도체 인력에 걸맞은 처우와 사회적 인식이 담보되지 않는단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보 기술 서비스업 종사자의 연간 평균 임금은 22만0418위안(우리돈 약 4370만원)으로 의사가 포함된 보건 및 사회 서비스업(13만5222위안, 약 2681만원)과 변호사(17만4341위안, 약 3457만원)보다 높다. 반면 한국 IT업 종사자의 연간 평균 임금은 약 6100만원으로 변호사(1억1500만원)의 절반 수준, 의사(2억6900만원)의 약 4.4배다. 중국도 화웨이 등 대표 기술 기업과 중소 업체 간 차이가 크고, 국내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중소 기업 간 임금 격차가 있지만 기술 인력과 의사의 임금이 정반대 방향을 보이는 점은 분명하다. 입시결과가 우수한 학생들의 선택은 이런 경향을 그대로 따라 간다. 중국 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컴퓨터 및 과학기술 △AI(인공지능) △전자공학 등이고, 한국은 의과대학이 '부동의 1위'가 된지 오래다.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이종환 교수는 "현실적으로 연봉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라며 "미국과 중국은 엔지니어가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고 보고,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우대를 해주는데 한국은 두 국가와는 차이가 크지 않냐"고 반문했다. 中 반도체 투자기금 "인내자본으로"…"韓 인력양성 지원, 일몰 없애야" 업계에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연속적인 투자 지속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은 최근 3기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인내자본(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자본)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국유은행을 대거 참여 시켰는데 한국도 반도체 산업 지원, 특히 인력 양성 부분에 대해서는 부침 없이 긴 호흡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무엇보다 과학기술계를 혼돈으로 몰아넣었던 R&D 예산 논란이 재현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학기술계를 키우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2023년 다음해 국가 R&D 예산을 전년 대비 13.9% 대폭 삭감해 논란이 됐다.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빗발치자 정부는 등 떠밀려 관련 예산을 기존 정부안보다 늘렸지만 이에 따른 현장의 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또 다른 국내 반도체학과 교수는 "연구실에 있는 석박(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에게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도 남아있을까 말까인데 (국가 R&D예산 삭감으로 대학에서 수행할 수 있는) 과제를 다 잘라놨는데 연구하는 사람이라도 먹고 살아야지 월급도 제대로 못 주고 있으라고 할 수는 없다"며 "'더 공부한다고 뭐가 달라지냐'며 암울하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지금부터라도 반도체 R&D 예산을 대폭 늘리고, 반도체 인력 양성 계획 등도 계속 이어져야 한단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BK21(Brain Korea 21c)이 벤치마킹 사례로 꼽힌다. BK21은 석박사급 인력양성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사업에 선정된 대학의 석박사생에겐 연구장학금을 지원하고, 신진연구인력 인건비도 책정되어 대학에 지원된다. 지난 1999년부터 2020년까지 3번의 지원사업이 완료되었고, 현재 4단계 사업이 진행중이다. 앞서 정부는 반도체 교육 역량이 우수한 대학을 반도체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해 2026년까지 지원에 나선 상태인데 이후 지원에 대해서는 확정된 내용이 없다.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박재근 교수는 "반도체 인력 양성은 다른 산업과 달리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중국 정부는 일찌감치 대학에 많은 지원을 해서 높은 수준의 학사와 석사, 박사를 배출하는데 노력해왔고, 우리도 늦었지만 막 이런 지원을 시작했다"며 "반도체 인력 양성은 정부 지원없이 불가능한데 적어도 인력 양성 부분에 대해서는 일몰 없이 지원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2.28 05:00

"중국 반도체 1위 시간 문제, 한국 돈·인재 다 밀린다" ▶ 글 싣는 순서 ①"중국 반도체 1위 시간 문제, 한국 돈·인재 다 밀린다" (계속) "논문수와 특허수 등은 10년 후 그 산업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예요. 현재 흐름이 계속된다면 늦어도 10년 후 글로벌 반도체 1위 국가가 중국이 될 것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어요"-반도체 업계 관계자 A씨 "반도체 분야에 우수한 학생이 입학을 잘 안 합니다. 최상위권이 의대로 빠지는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석·박사 과정을 밟는 중에 중도 탈락하는 경우도 많아요. 공부하는 시간과 양은 많지만 학위를 받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겠단 생각이 많은거예요"-국내 공과대학 B 교수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기로에 섰다. 중국이 국가 전략 사업으로 반도체를 지정한 지 12년 만에 메모리 선단 기술과 제조 역량 등 일부를 제외한 반도체 전 영역에서 한국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멀지 않아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최첨단 메모리 산업도 중국에 뺏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中 반도체 기초 역량, 韓 추월한지 오래…美도 제칠 판"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중국에 대부분 추월당했다'는 전문가 설문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며 논란이 됐다. 하지만 업계에 "메모리 반도체 등을 뺀 대부분 영역이 중국이 한국을 제친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KISTEP가 국내 전문가 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은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을 뺀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기술  △고성능.저전력 AI(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전력반도체 기술 △차세대 고넝승 센싱기술 등 모든 영역에서 중국에게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중국은 2016년~2021년 기간 중 반도체 기술 관련 피인용 상위 10% 내 논문 수에서도 미국을 제친 1위를 차지했다. 피인용 횟수는 다른 연구자가 해당 논문을 참고해 인용한 척도인데 연구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중국은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연구 논문 수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HBM 논문은 한국이 가장 많이 내놨다.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이종환 교수는 "중국 연구자들이 내놓는 논문수는 과거에도 많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질적인 논문은 많지 않았다"며 "그런데 최근에 나오는 반도체 논문은 뉴로모픽(인간의 뇌를 모방해 기억·연산을 대규모로 진행할 수 있는 컴퓨팅 기술), 소자, 컴퓨티 등 미래를 지배할 기술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초역량은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CI급 논문수나 피인용 횟수는 어떤 국가가 해당 산업의 1등을 할 지를 가늠하게 해 주는데 반도체 사업의 상당 부분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선 지는 오래 됐다"며 "현재는 중국의 산업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지만 엄청난 인구와 해외에서 중국으로 유입되는 기술 인력, 자본 등을 고려하면 위기감이 커지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는 "기초역량과 사업화는 구분해서 봐야 하는데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의미하는 사업화는 아직 한국이 앞선다"면서도 "원천 기술과 인재는 중국이 앞서는데 이런 것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쌓여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지원 규모, 우수 인재 유입 모두 中이 압도적 우위문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동력이 될 한국의 자본력과 인력 모두 중국에 크게 열세라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 2014년 반도체 사업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하고 지난해까지 3차례에 걸쳐 반도체 투자 기금을 조성했다. △1기(2014년~) 1387억 위안 △2기(2019년~) 2041억 5000만 위안 △3기(2024년 5월~) 3440억 위안(우리돈 약 67조9천억) 등 천문학적인 돈을 국가 차원에서 쏟아부었다. 화폐 가치와 환율 등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중국은 130조원 이상을 반도체 산업에 투입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산업지원을 위해 향후 26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이 중 17조원은 저리(低利) 대출 프로그램이다. 기술 패권 확보에 중요 열쇠 중 하나인 인력 상황도 중국이 한국을 압도한다.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박재근 교수는 "중국은 1년에 반도체 인력을 25만 명씩 배출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부와 기업, 대학이 연간 반도체 인력 1만명 배출을 목표로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출되는 인력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우수 인력도 중국과 한국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미국 시카고대 싱크탱크의 '글로벌 AI 인재 추적'에 따르면 세계 상위 20% 수준의 탑티어 AI 연구자 중 중국 출신은 2019년 29%에서 2022년 47%로 급증했다. 반면 미국은 20%에서 18% 줄었고, 한국은 2019년과 2022년 모두 2%에 그쳤다. 입시 결과가 우수한 학생들이 쏠리는 학과도 중국은 △전기공학과 △전자정보학과 △기계학과 △컴퓨터공학과 등이지만 한국은 의과대학이 대학수학능력시험 고득점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中 "석사학위+일정수준 이상 논문 썼으면 연봉 2.4억" 반도체 산업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와 사회적인 인식도 양국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2천여만원, 대만 TSMC는 1억3천여만원이다. · 반면 중국 대표 기술기업인 화웨이는 2018년 기준 평균 연봉이 1억8천만원이다. 중국에선 기술 기업에 취직하면 고액 연봉과 명예를 함께 쥘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최근 세계를 뒤흔든 중국 AI스타트업 '딥시크'는 유명 저널 게재 논문 보유 석사들에게는 업무 경험이 전혀 없어도 120만 위안(약 2억4만원)을 주겠다는 구직공고를 올리기도 했다.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유재희 교수는 "반도체 분야는 공부해야 하는 양도 많고,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도 빨라서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과거엔 반도체 분야로 가면 고연봉을 받고 (국가 경쟁력 제고 등) 사회에 기여한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엔 그런 기대치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2025.02.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