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 정조준 해병특검…압수물 통해 진실 규명 속도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계기가 된 'VIP 격노설'에 대한 특검 수사가 더욱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검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10여곳에 대한 첫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섰다. 특검은 강제수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그날의 '진실' 규명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해병특검, 10여곳 첫 압수수색…'尹 격노설' 정조준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 특검팀은 전날 국방부와 국가안보실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자택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올랐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집무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순직해병 특검 출범 이후 첫 강제수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참모였던 임기훈·이시원 전 비서관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도 이번이 처음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특검법은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및 대통령실, 국방부의 은폐, 무마, 회유 등 불법 행위를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들을 면면이 따져보면 'VIP 격노설'과 모두 연관돼 있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따라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의심이 따라붙었다.
먼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당일 오전 11시 54분쯤 대통령실 명의인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김계환 당시 사령관에게 경찰 이첩 보류 및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임기훈 전 비서관의 경우 김 전 사령관에게 당시 회의에서 있었던 윤 전 대통령 발언을 토대로 한 'VIP 격노설'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이시원 전 비서관은 채상병 사건 기록 회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범철 전 차관은 김 전 사령관에게 '혐의자, 혐의 내용, 죄명 빼고 수사 용어를 조사로 바꾸라고 해라. 왜 해병대는 말하면 듣지 않는 것?'이라는 문자를 보낸 인물로 지목돼왔다.
특검팀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VIP 격노설이 제기된 2023년 7월 31일 전후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에 대한 대통령실 지시 내용과 경로, 이후 군 수뇌부의 움직임 등 관련 내용을 망라해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통령실 회의를 주관한 국가안보실에서는 참석자와 회의록 확보를, 국방부 내 채상병 사건 관련 언론 대응 방안에 대한 자료 압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실의 경우 사실상 임의제출 형식으로 회의록 일부 등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특검보는 "국방부나 안보실에 남아 있는 자료를 확인하고, 당사자들이 휴대전화 등으로 어떤 연락을 취했는지 알아볼 것"이라며 "특검은 국민적 관심 대상인 'VIP 격노설'의 진상을 규명하고 채상병 사건 은폐 의혹을 밝히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수사도 속도…특검, 오늘 김태효 소환 조사
채상병 사망 사건에 있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관련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전날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8월 9일 '멋쟁해병' 단체 대화방 참가자였던 김규현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며 임 전 사단장의 사퇴를 만류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변호사는 대화 녹취록을 공익 제보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 자택에서 USB와 메모장,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을 검토해 이 전 대표가 실제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달라고 김건희씨에게 청탁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검팀은 11일 오후 3시에는 VIP 격노설이 불거진 당시 대통령실 회의에 참석한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 전 차장은 수사 방해·외압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이다.
정 특검보는 "당시 보고받은 내용과 지시한 내용을 포함해 회의 이후 대통령실 개입이 이뤄진 정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07.1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