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불출석사유서 공개…정청래 "불출석 자체가 위헌·위법"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청문회 출석을 거부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불출석 사유서가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포함한 16명 전원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결론적으로 정당한 불출석 사유서가 아니다"라며 "조 대법원장의 불출석 사유서를 한 번 읽어보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에 의하면 조 대법원장은 "최근 대법원에서 선고한 판결과 관련한 이번 청문회는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하여 합의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 103조, 합의과정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재판에 관한 국정조사의 한계를 담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 8조, 국회법 37조 1항, 제2호 비목 등 규정과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 저로서는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헌법과 법률을 들먹이며 청문회에 불출석을 말하는 것 자체가 헌법과 법률 위반이다. 비겁하다"며 "법원에서 늘 말하듯이 떳떳하다면 국회 청문회장에 나와서 진실을 밝히면 된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법원장 자신은 정당한 국회 출석에 응하지 않으면서 국민들께는 어떻게 준법을 외치며 법원 출석을 명할 수 있겠느냐"며 "대법원장 스스로 국회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법원을 존중하라 말할 수 있겠나. 너무 궁색하지 않나"라고 거듭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다른 대법관들의 불출석 사유서에 대해서도 "형식도 내용도 너무 무성의하고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의 불출석 사유서 문서를 손에 들고서는 "보통의 경우 불출석 사유서는 A4 용지 두 장 안팎을 제출한다"며 "대법관들이 마치 짠 듯이 세 줄, 네 줄, 다섯 줄짜리, 복사기로 복사해 붙인 듯 '복붙'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합의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청문회에 나갈 수 없다는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참으로 부끄럽다"며 "이런 몇 줄짜리 불출석 사유서는 보다보다 처음이다. 세 줄로 쓰기 민망했는지 폰트 늘려, 자간 늘려, 억지로 다섯줄로 늘린 대법관도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육필로 본인의 입장을 소신을 밝힌 대법관도 이렇게 있었다. 육필로 이렇게 쓴 불출석 사유서도 또한 처음 본다"며 그래서 "사법개혁의 목소리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의 발언 내용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이 항의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맞받으면서 고성이 오갔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말씀 좀 그만 하시라. 오죽했으면 그렇겠나, 국회가 하는 행태가"라고 말했고, 같은 당 송석준 의원은 "너무나 명료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초등학생 반성문도 저렇게 안 한다"며 "대법관들 초등학교는 나왔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법원조직법 개정안, 형법 개정안 등의 처리 움직임에 항의하기 위해 '의회독재 사법탄압'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노트북에 붙였다.
이에 정 위원장은 "국힘 의원들이 앞에 뭐를 붙여놓고 있는데 국회법 위반이란 것을 말씀드린다" "국회법 제148조,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 국회법 위반이니 좀 떼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이 "뭐가 방해라는 것이냐. 설명을 해보시라"고 말하자, 정 위원장은 "제 시야가 방해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그럼 보지 말고 하시라"고 말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스티커를 떼지 않았다.
2025.05.14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