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소리 멈추니 살맛"…접경지 주민들 대남·대북방송 중단에 반색[영상]
"대남방송에서 나오는 기괴한 소리로 그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던 주민들은 대환영이지만, 중단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군 당국이 지난 11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데 이어 북한의 대남방송까지 멈추자 장기간 피해를 봤던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임지환 이장은 12일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임 이장은 "지난해 통일부부터 파주시, 경기도에서 간담회도 했지만, 대안이 없었다"면서 "일생생활에 수면이 안 되는 것보다 더 큰 피해가 어딨었겠냐"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일방적으로 대북방송을 중단한다고 해서 북한이 대남방송을 안 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냐"며 "지금은 반신반의로 계속 안 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정부의 대북 전단 살포 중단 요청에도 파주 임진각에서 공개 행사 개최를 예고한 납북자가족모임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탄현면 이장협의회장인 유재근 금승리 이장은 "대북전단을 날린다고 통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서로 자극하는 건 안 했으면 좋겠다"며 "전방에 있는 우리 이장들이 감시단까지 구성해서 감시했는데, 국가에서 못 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피해는 전방 사람들만 보는 것 아니냐"며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았는데,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남방송 피해가 가장 컸던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내 마을인 대성동도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김동구 이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주민들은 지금 농사하러 가서 정신이 없지만, 이제 조용하고 안 시끄러우니까 이제 살 것 같다"며 "아직 하루 밖에 안 돼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에서는 시끄럽다고 살인사건도 나는데, 우리는 대남방송으로 그동안 피해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피를 말렸다"면서 "대북전단도 날린다고 북한에서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직격탄 맞았던 캠핑장, 임진강 관광지, 기대감 나타내군사분계선에서 700~800m 밖에 떨어지지 않아 대남방송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탄현면 대동리의 한 카라반 캠핑장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캠핑장을 운영하는 황모(63)씨는 "지난해 10월 초에 오픈했을 때 처음에 대남방송을 고양이 소리인줄 알았다"며 "이후에는 북한에서 싸이렌 소리, 전투기 소리, 까마귀 소리, 라디오 주파수 안 맞는 괴상한 소리까지 들렸다"고 전했다.
황씨는 "사전에 공지를 받았던 투숙객도 새벽 2~3시에 나가서 환불해 주는 등 운영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면서 "이제 투숙했던 손님들에게 대남방송이 중지됐다고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고 미소를 지었다.
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었던 임진각 관광지는 아직까지는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었지만, 기대감을 나타냈다.
임진강 관광지는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관광객이 주말에 1500명, 평일에 800명이었지만, 점차 주말 1천명, 평일 300명 내외로 줄었다. 지난달에는 주말 2700명, 평일 1800명까지 늘었다.
관광지 관계자는 "외국인이 85%, 한국인 15%가 되는데, 원래는 외국인 60%, 한국인 40%가 정상"이라며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점점 사람도 좋아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원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관광을 온 오모(52,여)씨는 "일단은 대남방송을 중지하고 나면 악감정이 생기지 않아서 괜찮을 것 같다"며 "서로 장점만 보고 있으면 통일에 가까워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경일 파주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야 대한민국이 정상 궤도에 오른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제 남은 과제는 남북이 화합하고 협력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2025.06.12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