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EN:터뷰]박혁지 감독이 봇카에게 배운 '행복의 속도'

뉴스듣기


영화

    [EN:터뷰]박혁지 감독이 봇카에게 배운 '행복의 속도'

    뉴스듣기

    영화 '행복의 속도' 박혁지 감독 <하> 행복의 속도란?

    영화 '행복의 속도' 박혁지 감독. ㈜영화사 진진 제공영화 '행복의 속도' 박혁지 감독. ㈜영화사 진진 제공해발 1500미터에 위치한 '천상의 화원' 일본 오제에는 일주일에 6일, 70~80kg에 달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왕복 20㎞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야 하는 '봇카'들이 있다. 박혁지 감독은 한 번 오제에 가면 보통 2주 정도 머무르며 이가라시와 이시타카 두 명의 봇카와 발걸음을 함께했다. 때로는 하루하루 변하는 오제의 모습을 뒤쫓기도 했다.
     
    그렇게 두 봇카와 오제의 속도에 맞춰 걷고 촬영하며 박 감독은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행복이란 무엇이며, 행복의 속도란 무엇인지 말이다. 어딘지 이질적인 단어들의 조합처럼 보이는 '행복의 속도'를 제작하며 박 감독 역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고 한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혁지 감독에게 그가 마주한 '행복의 속도'는 어떤 모습인지 물었다.
     
    ▷ 봇카의 걸음을 따라가는 영화이다 보니 그 속도에 맞출 수밖에 없겠지만, 영화가 전체적으로 관객을 채근하지 않는다. 영화의 속도 역시 찬찬히 봇카와 오제를 바라보고 생각하고 음미할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어쩐지 현실의 시간마저 평소보다 느리게 가는 느낌도 든다.
     
    박혁지 감독(이하 박혁지):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안 해도 영화의 리듬이 그렇게 나왔다. 한 신의 호흡은 거의 처음 했던 컷의 길이를 건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잘 표현됐다. 그리고 봇카들의 걸음과 삶의 속도가 자연스레 녹아난 것 같다.

    영화 '행복의 속도' 스틸컷. ㈜하이하버픽쳐스·㈜영화사 진진 제공영화 '행복의 속도' 스틸컷. ㈜하이하버픽쳐스·㈜영화사 진진 제공 
    ▷ 모두의 걸음걸이나 속도가 다르듯 이가라시와 이시타카는 조금 다른 식으로 봇카의 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걸어간다. 다른 속도, 다른 걸음으로 가고 있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에게 봇카로서의 삶이 의미 있고 보람된 것임을 이야기한다. 이것이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 사람이 발견할 수 있는 행복인 걸까?
     
    박혁지: 지나고 나서 생각이 들었는데, 선으로 표현하면 이시타카는 수평의 선을 늘 놓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건 나도 마찬가지다. 골 지점까지 수평적인 선을 그어놓고, 예를 들어 그 거리가 10㎞면 '난 5㎞를 왔으니, 5㎞ 더 가자'는 식이다. 반면 이가라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가라시는 '나우 앤 히어(Now and here)'다. 딱 그 순간의 한 발자국만 생각하는 거다. 이성적으로는 그럴 수 있겠다 생각하지만, 그걸 계속 지속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가라시는 한 발자국씩 가면 언젠가 도착함을 알기에 그냥 한 발자국이 중요한 거다.
     
    여기에 행복을 대입해도 똑같은 거 같다. 이시타카나 나는 행복이 저기 가면 있을 거 같고, 닿을 것 같다. 그런데 설령 닿는다고 해도 행복이 그곳에 없을 수 있고,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힘든 거 같다. 반면 이가라시는 그럴 이유가 없는 거다. (행복을) 특별히 저 멀리에 두지 않는다. 아이들과 놀 때도 이가라시는 그저 그 순간에 몰입한다. 그리고 놀아주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거다. 그런 이가라시의 매력은 정말 범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 영화 속에서 그런 이가라시만의 행복에 관해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있을까?
     
    박혁지: 이가라시의 아들이 아빠가 잡아 준 잠자리를 자전거 앞에 달린 바구니에 넣으려고 한다. 바구니에 넣는다고 해도 잠자리는 날아가겠지만, 그건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행복을 담아 넣고 싶은 마음 말이다. 그런데 그 신이 좋았던 게, 결국 잠자리가 행복이 아니라 잠자리를 잡으며 노는 순간의 시간, 그 시간이 내 가족에게 행복을 줬다고 생각하는 거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을 보며 정말 세상에 행복이 많이 있다고 하는 거다. 정말 책에 다 나오는 이야기겠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데 그걸 이가라시의 가족이 보여줬다.

    영화 '행복의 속도' 스틸컷. ㈜하이하버픽쳐스·㈜영화사 진진 제공영화 '행복의 속도' 스틸컷. ㈜하이하버픽쳐스·㈜영화사 진진 제공
    ▷ 이번 영화를 위해 오제에서 봇카들과 동행하며 생각하게 된 '행복'과 '행복의 속도'란 어떤 의미인가?
     
    박혁지: 일단 나 스스로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너무 다른 무엇과 비교하거나, '나는 왜 이럴까' 자책하는 건 정말 행복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다큐를 만드는 것에 대해 약간 회의적일 때가 있었다. 무한반복 하는 느낌인데 별로 성과는 없는 거 같고, 스스로 재미가 없는 거다. 봇카의 걸음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매일 똑같은 길을 매일 똑같이 걷고, 그 길이 그 길이고, 어제 길과 오늘 길이 다르지 않고 말이다.
     
    이가라시에서 나는 이틀도 못 하겠는데 어떻게 20년을 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이가라시 입장에서는 내 질문이 쇼킹했나 보다. 20년 동안 한 번도, 단 1초도 같은 적이 없다는 거다. 바람도, 구름도, 모든 게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이가라시의 마음가짐을 백 퍼센트 따라 하긴 힘들겠지만, 그처럼 생각하면 뭔가 기분도 리셋이 되는 느낌도 든다. 정말 이가라시의 '나우 앤 히어'가 중요한 것 같다.

     
    ▷ 영화 '행복의 속도'를 보다 잘,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말해달라.
     
    박혁지: 외부적인 게 아니라 내적으로 무거운 짐이 느껴지는 분들, 그런 짐을 약간 내려놓고 싶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면 자연스럽게 짐들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끝>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이 시각 주요뉴스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