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예정된 올해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청와대 유송화 춘추관장은 28일 "문 대통령이 29일부터 예정된 하계 휴가를 취소했다"며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관장은 "문 대통령이 '직원들의 예정된 하계 휴가에 영향이 없도록 하라'는 당부 말씀이 있으셨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과 지난해 두 해 연속으로 8월 첫째 주에 여름휴가를 떠났다.
이에 따라 올해도 이번주부터 휴가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 청와대 비서실쪽에서는 이 달 초부터 문 대통령의 여름 휴가 일정을 이번 주로 잡고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예정된 휴가를 취소한 것은 최근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한일 갈등에다 지난 주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등 외교안보 사안이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집무실을 비우는 게 부담이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새벽 광주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외국인을 포함해 18명의 사상자(2명 사망)가 난 것도 문 대통령 여름 휴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주 여름휴가를 떠났다가 30일 복귀한 직후 이르면 다음달 2일 각의를 열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점도 여름휴가 취소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 외부 공식 일정을 최소한으로 소화하며 외교안보 사안, 광주 붕괴사고 수습 대책 등을 보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달 초·중순쯤으로 예상되는 집권중반기 개각 등 현안을 검토하며 국정운영 구상에도 전념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이번 여름 휴가를 취소하면서 연차는 18.5일이 남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5월25일 오전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마을을 방문해 모내기를 한 뒤 같은 날 오후 연차를 내고 경남 양산 사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지난 달 6박7일간 북유럽 국빈방문(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을 마친 다음 날인 17일 하루 연가를 냈으며, 이달 1일에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 일정을 끝내고 하루 연차를 썼다.
역대 대통령 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발생하면서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96년 7월 청남대로 여름휴가를 떠났다가 집중호우로 피해가 속출하자 하루 만에 복귀 해 수해복구 상황을 챙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고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었던 지난 2014년 7월 말에 여름휴가를 썼지만, 외부로 이동하지 않고 청와대 내부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