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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메리 크리스마스'는 다시 돌아왔나



미국/중남미

    빼앗긴 '메리 크리스마스'는 다시 돌아왔나

    • 2017-12-26 13:28

    '메리 크리스마스' 탈환 나선 트럼프 대통령…그러나 아들 딸들도 '해피 홀리데이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성탄전야를 맞아 어린이들로부터 성탄 소원을 비는 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백악관 제공)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냐 '해피 홀리데이스(Happy holidays)'냐.

    성탄절을 앞두고 미국에서 어떻게 인사를 건넬까 하는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2004년 미국의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Macy's)였다. 메이시스는 미 전역의 상점에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스' 문구를 내걸었다.

    그러자 전직 폭스뉴스 진행자였던 빌 오라일리는 "크리스마스가 세속적 진보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며 이른바 '크리스마스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유통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다민족이 모여 사는 용광로 미국에서 유통 업체가 기독교인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연말 쇼핑을 독려하는 표현을 내건 것은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상할 일도 아니다.

    사실 크리스마스 유통 시즌이 시작되는 12월에는 다양한 기념일들이 포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12월 초 예언자 무함마드의 탄생일 '마울리드(Mawlid)'를 기념하고, 유대교인들은 12월 중순 유대 명절인 '하누카(Hanukkah)'를 기린다. 미국의 흑인들은 12월 26일부터 신년 1월 1일까지 '크완자(Kwanzaa)'라는 축제를 연다.

    그런가하면 남미권 이민자들은 12월 16일부터 24일까지 수태 마리아가 남편 요셉과 함께 12월 25일 예수를 출산하기 위한 여정을 재현하는 축제인 '라스 포사다스(Las Posadas)'를 떠올릴 것이다.

    다분히 상업적인 전략에서 시작했다고 할지라도 '해피 홀리데이스'는 많은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기독교 문화인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더 많은 미국인들이 길거리나 상점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이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이나 캐나다 등 서구 국가에서 공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심지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탄절 메시지로 '메리 크리스마스'와 '해피 홀리데이스'를 섞어 쓰더니, 지난해 성탄절에는 아예 '해피 홀리데이스'만 사용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대표하는 공식 인삿말로 '해피 홀리데이'가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전쟁'을 정치 이슈로 끌어들였다. 자신이 당선되면 잃어버린 '메리 크리스마스'를 다시 되찾아 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쏟아지는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도 뺏기고 급기야 크리스마스까지 뺏겼다고 생각하는 적지않은 보수적 미국인들, 특히 백인 중심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호응했다. 톡톡히 재미를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취임 후 맞은 첫 성탄절 전야에 "나는 우리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문구 '메리 크리스마스'에 대한 공격에 맞선 싸움을 이끌어 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트윗을 올렸다.

    그렇다면 정말 '빼앗긴' 메리 크리스마스는 다시 돌아온 것일까.

    퓨 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 결과 52%의 미국인들은 상점에서 어떤 성탄절 인사를 해도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자료=퓨 리서치센터)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미국 성인 1503명을 대상으로 '상점에서 어떤 연말인사를 듣기를 더 선호하는지'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해봤더니, 응답자의 32%만 '메리 크리스마스'를 듣고 싶다고 답했다.

    52%는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며 심드렁한 대답을 내놨고, 15%는 '해피 홀리데이스'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메이시스가 해피 홀리데이를 사용한 다음해인 2005년, 같은 조사에서는 43%의 미국인들이 '메리 크리스마스'가 좋다고 답했다. 12년 만에 메리 크리스마스를 선호자들이 10% 이상 줄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도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성탄 전야 메시지로 '해피 홀리데이스'를 사용했다. 이방카는 유대인인 제러드 쿠슈너와 결혼해서 그렇다고 치자.

    재미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인 에릭 트럼프도 지난 18일 트럼프 와이너리를 홍보하면서 '해피 홀리데이스'라고 썼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찾아주겠다며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절반 이상의 미국인들은 '뭐든 상관없다'며 심드렁한 모습이고, 심지어 대통령의 아들 딸들도 '메리 크리스마스'의 행방에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CBS노컷뉴스 워싱턴 특파원으로 와 있는 필자도 미국 현지에서보다 오히려 한국의 지인들로부터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더 많이 들었으니, 말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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