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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정책 후퇴에…거리 곳곳 버려진 쓰레기들



사건/사고

    일회용품 정책 후퇴에…거리 곳곳 버려진 쓰레기들

    일회용품 규제 후퇴 1주일…거리 곳곳엔 '일회용품 쓰레기'
    환경부,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철회
    소상공인들 "다회용컵, 종이빨대로 인한 부담 줄 것" 한시름 놓아
    시민들 "소비자 불편 해소" 된다면서도…"장기적 해결책 아냐"
    전문가들 "국제기조 역행…규제 철회보단 '지원' 필요"

    13일 서울 강남역 인근 골목에 일회용 종이컵들이 나란히 버려져 있다. 민소운 기자13일 서울 강남역 인근 골목에 일회용 종이컵들이 나란히 버려져 있다. 민소운 기자
    "환경부는 일회용품 감량정책을 포기한 바 없으며, 감량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 대상에서 종이컵을 제외하고, 플라스틱 빨대 금지 시점을 무기한 연장하면서 밝힌 입장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포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리 곳곳에는 일회용품 쓰레기들이 버젓이 놓여 있었다. 일회용품 규제 후퇴에 소상공인들은 당장 한숨 돌렸다지만, 시민들은 근시안적인 대책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지금도 거리엔 '일회용품' 쓰레기가…'정책 후퇴'로 더 늘어날까


    13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골목, 일회용 종이컵 3개가 나란히 버려져 있었다. 각각 다른 사람이 놓고 간 듯, 서로 다른 브랜드의 카페명이 적혀 있었다. 종이컵 주변이 담뱃갑과 담배꽁초들로 가득 차 쓰레기장이 되어있었다.
     
    역 주변 곳곳에 비치된 커다란 쓰레기통들도, 바지런히 빗질을 하던 환경미화원들의 수고도 '일회용품 쓰레기'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골목 사이사이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들과 먹다 남은 커피가 담긴 일회용 컵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정부가 '일회용품 관리방안'을 발표한지 일주일. 거리의 풍경은 이처럼 썩 아름답지 못했다. 지난 7일, 환경부는 식당·카페를 비롯한 식품접객업소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금지 시점을 무기한 연장했다.
     
    지난해 11월 24일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 두 품목을 포함하고 계도기간을 운영한 지 1년도 안돼서 규제를 뒤집은 것이다. 환경부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가 가장 사용을 막기 어려웠다며,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처럼 결정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들 "부담 줄어" vs 시민들 "편하지만 장기적 대책 아냐"


    13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거리에 플라스틱 빨대들이 버려져 있는 모습. 민소운 기자13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거리에 플라스틱 빨대들이 버려져 있는 모습. 민소운 기자
    일회용품 규제 후퇴에 소상공인들은 일단 한시름을 덜었다고 토로했다.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2.5배 이상 비싸고, 다회용컵을 세척하는 부담이 커 그간 어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개인 카페에서 일하는 A씨는 "다회용컵을 쓰면 설거지 일감이 너무 늘어나서 마감하는 직원들이 거의 30분에서 1시간씩 늦게 퇴근할 정도"였다며 "(일회용컵은) 쓰고 바로 버리면 되니까 훨씬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 카페 운영자 B씨 또한 "장시간 오래 앉아계시는 고객들이 종이빨대가 (음료에) 풀리는 것에 대해서도 컴플레인이 있었다"면서 "다회용컵 또한 설거지하는 인력이 더 추가되니까 불편했다"고 정부의 결정을 반겼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환경을 생각하면 다회용컵을 오래 이용하는 게 좋지만, 요즘에는 환경을 생각해서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고객들도 많아서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그간 카페 이용이 불편했다면서 반기기도, 환경보호에 역행하는 대책이라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시민 김기훈(25)씨는 "종이 빨대는 커피를 먹을 때 신문지 맛이 나서 플라스틱 빨대가 훨씬 나은 것 같다"면서 "환경을 생각하면, 길게 보면 조금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일회용품을 줄이는 게 맞지만, 소비자의 불만이 꽤 있으니까 바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이와 함께 집에서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조심하고 있다는 강서휘(32)씨는 "불편하다고 해서 다시 일회용품을 쓰고 싶진 않다"면서 "정부가 당장 눈앞에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하는 걸 해결하려고 하는데, 결국 환경을 생각했을 때 장기적으로 좋은 해결책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홍성민(42)씨 또한 "그냥 총선용, 임시방편적인 정책"이라면서 "어차피 기후 변화나 환경 보호는 세계적인 트렌드고, 이전에 그런 인식을 공론화해서 (일회용품 줄이는 것이) 결정된 건데, 갑자기 얼마 안돼서 또 바뀌는 것은 별로 신뢰가 안 간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국제기조 역행…규제 철회보단 '지원' 필요"


    카페에 비치된 매장용 종이빨대. 연합뉴스 카페에 비치된 매장용 종이빨대. 연합뉴스 
    전문가들 또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국제 기조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짚었다.

    환경운동연합 백나윤 활동가는 "2024년에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생기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하면 강화하지, 규제를 없애는 국가는 전혀 없다"면서 "소상공인이 부담된다고 하면 다회용 세척 시스템을 마련해준다든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규제를 무조건 푸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소비자기후행동 이차경 사무총장도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을 '자율에 맡기겠다'라고 한 건 사실은 책임을 완전히 저버린 것"이라면서 "소상공인들에게는 '지원'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에게는 '규제'를 중심으로 가면 되는 건데 규제를 완전히 풀어버리는 건 (일회용품 감량을) 이제 '안 하겠다'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한편 환경부는 '일회용품 감축을 포기한 정책 후퇴'라는 비판이 일자, 정책 발표 하루만인 지난 8일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투에 대해서는 소상공인 등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일부 규제를 합리화한 것"이라면서 "'탈플라스틱'이라는 국제적 목표에 적극 동참하고 국정과제인 일회용품 감량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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