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박종민 기자'대장동 키맨'으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가 21일 석방 뒤 첫 공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직격하는 증언을 쏟아냈다.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본부장에 이어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에 이 대표가 연관됐다는 취지의 증언들이다.
남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재판 증인 신문에서 이 대표 측에게 4억 원 가량을 선거자금으로 전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남 변호사는 "2014년 선거(제6회 지방선거) 기간 중 이재명 시장 측에 4억~5억원 정도를 전달했다"며 "이기성씨(분양대행업체 더감 대표)로부터 약 22억 5천만원을 받았다. 그 중 선거 기간에 이 시장 측에 전달된 금액은 최소 4억 원 이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을 통해 윗선인 형들(정진상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김용 민주연구원장)에게 지급돼 선거 자금으로 쓰였고, 이재명 시장의 투표에 활용하기 위해 어떤 종교 단체에 지급하는 자금 등으로 쓰인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남 변호사가 2014년 4~6월 이 대표로부터 4억여 원을 받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통해 정 실장 등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은 영장에도 담겨 있다. 이같은 사실이 남 변호사의 진술을 통해 드러난 것.
지방선거는 물론 이재명 대표가 대권에 성공할 경우 대북지원사업을 시행하려고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남 변호사는 '정민용 변호사에게 35억 원을 지급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당시 정씨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황금다시마 비료 사업을 해보고 싶다며 투자를 제안했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비료사업이 나중에 이재명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대북지원사업으로 자기가 추천해줄 수도 있고 막대한 이익이 생기니 메리트 있는 사업이라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이 '35억 원'과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이 직접 거론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남욱 변호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가 이재명 대표라는 취지의 증언도 이날 오전 공판에서 나왔다.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의 지분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고도 했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약 1200억 원의 배당금을 받은 회사로, 유 전 본부장도 남 변호사와 같은 취지의 증언을 해왔다. 다만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라고 지목되어온 김만배씨는 차명은 없고 모두 자신 소유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씨는 구속기한 만료로 24일 석방을 앞두고 있다.
한편, 남 변호사는 김만배씨가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팀에 대장동 대출 브로커의 선처를 직접 부탁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증언도 했다. 남 변호사는 "(수사받던) 조우형씨(대출 브로커)의 변호인 선임과 관련해 배모 기자로부터 김만배 씨를 소개받았고, 김씨가 조씨의 변호인을 선임해주고 법률적 도움을 줬다"며 "당시 변호사였던 박영수 전 특검을 김씨가 조씨에게 소개해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씨가 박 전 특검을 조씨에게 소개해주는 대가로 (조씨로부터) 1500만 원을 받았다고도 부연했다.
검찰이 김씨가 조씨에게 어떤 도움을 줬는지 묻자 남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가 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자 김씨가 수사팀에 '알고 있던 쪽'에 조씨의 선처를 바란다는 부탁을 직접 했다고 김씨에게 들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