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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임성호 "통합수능으로 고교 문과 몰락했다"



교육

    [인터뷰]임성호 "통합수능으로 고교 문과 몰락했다"

    '문송합니다'가 아닌 '문과 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종로학원 2022 대입 정시 합격점수 예측 발표, 특별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 및 학부모들이 정시 지원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이한형 기자지난해 12월 종로학원 2022 대입 정시 합격점수 예측 발표, 특별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 및 학부모들이 정시 지원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이한형 기자
    2022학년도 대입 전형이 마무리됐다. 작년 11월 치러진 수능은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진 첫 시험이었다. 첫 통합수능의 결과는 무엇일까.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 학생들이 이과 학생들한테 완전히 밀려났다"고 정리했다.
     
    한마디로 '문과생은 망했다'는 것이다.
     
    아직 고등학교에는 문·이과가 있다. 그런데 수능은 문·이과가 수학시험을 같이 보고 같이 점수를 내는 통합수능 시스템이 되다 보니 절대적으로 문과가 불리해진 것이다. 오는 5월쯤, 대학당국이 정시합격생 가운데 문·이과 비율이 공식적으로 발표한다면 문과 학생과 학부모들은 충격적인 결과를 직접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왜 빚어졌을까. 원래 통합수능은 '수시를 강화하고 정시를 축소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한 제도였다. 하지만 '조국 사건'과 '숙명여고 쌍둥이자매 사건'이 터졌다. 두 사건은 수시와 내신에 대한 거센 불공정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들끓는 여론에 쪼들린 교육당국은 '수시 선발은 줄이고, 반대로 정시 인원을 늘리는 '땜질식 처방'으로 국면을 모면해 왔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통합수능은 '수시강화, 정시축소' 원칙을 기반으로 태동했는데, 그 원칙과 정반대인 '수시축소, 정시강화'로 후퇴함으로써 '공통 수학'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과생들은 결과적으로 이과생들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통합수능 결과는 고교 대입체제에서 커다란 '변동'을 불러온다. 교차 지원에서 유리한 이과생들이 서울 소재 일부 대학 경제·경영학과를 많게는 절반 가까이 장악하는 한편, 여기서 밀린 문과생들은 '재수·삼수라는 낭인의 길'로 접어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인터뷰

    • 이번 대입 수능에서 문과생들이 폭망했다고 하는데요?

      "작년 11월 통합수능 첫 시험을 봤고 올해가 2년 차가 될 텐데, 문과 아이들은 갈 곳이 없을 것 같아요. 문과가 그나마 내놓을 수 있는 학과가 경제·경영밖에 없는데 문·이과 통합수능이 되면서 수학시험을 같이 보고, 같이 점수를 내는 시스템이 되다 보니까 문과 학생들이 이과 학생한테 거의 다 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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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인터뷰

    • 수학시험을 공통수학으로 치르다 보니 불리해진건가요?

      "그렇습니다. 앞으로 이 시스템이라면 지금 중학교 1학년이 고교에서 문과로 수능을 보게 되면 수학 1등급은 4.5%만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100명 가운데 4.5명. 이런 추세면 공부 더 잘하는 아이들은 이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도 100명 중 20명이 채 안 되는 구조가 될 겁니다."

    • 백 명 가운데 십수 명이요?

      "공통수학으로 문과 아이들이 완전히 밀립니다. 그런데 이과생들은 인문계(문과)학과로 교차지원이 자유롭지만, 문과생들은 이과학과로 교차지원이 거의 불가합니다. 이과대학에서 사회탐구가 아닌 과탐을 요구하고, 공통수학에서 문과생이 주로 보는 '확률과 통계'(이하 확통)가 아닌 미적분이나 기하 성적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공통수학이므로 문과 아이들이 수학성적의 바닥을 받쳐 줍니다. 그래서 이과 아이들 3·4등급이 문과 1, 2등급으로 치고 올라오게 됩니다. 우리가 시뮬레이션해 보면, 중·경·외·시급 이상 대학 경제·경영학과에 60~70% 아이들이 이과에서 문과로 넘어왔습니다. 문과 아이들은 이과 아이들한테 좋은 학과 내주고 아래 대학으로 넘어가야 하는 구조에 빠진 겁니다."

    • 그러면 문과 정시 지원자가 크게 늘었겠네요?

      "올해 정시에서 서울대·연대·고대·성대·한양대 등 서울 소재 주요대학의 문과 정시 지원자가 거의 2배 증가했습니다. 이과에서 문과로 넘어온 아이들이 가세했기 때문에, 이과에서 문과로 넘어오는 아이들이 50~60% 차지했다고 하면, 원래 정상적으로 합격했을 문과 아이들의 동수가 탈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거죠. 뜻하지 않은 재수의 길로 접어든 문과 상위권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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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인터뷰

    • 문과 상위권 아이들이요?

      "이번에 이과에서 광운대 갈 정도 학생이 성대에 인문계 최고학과에 원서를 냈습니다. 이과 아이들도 수학에 강점이 있으므로 차라리 재수를 해서 안 되면 문과라도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이과 선호현상에 시험 시스템마저도 이과에 추가로 날개를 달아준 겁니다. 이제 통합수능 2년차로 접어드는데 1년 차에 이런 경험들이 문·이과의 유불리를 훨씬 강화할 겁니다."

    • 대학 당국이 정시합격자의 인문계 합격 비율(문·이과 구분)을 발표하면 충격적이겠네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올 거예요. 예를 들어 서울 소재 대학 자연계에 진입도 불가능한 이과 학생이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의 인문계 인기학과에 붙는 경우가 발생했을 겁니다."

    • 그러면 외고는 타격이 완전히 크겠네요?

      "외고는 과거 5.6대 1, 8대 1까지 갔는데 지금은 이과에 완벽하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국제고는 국가기관이 만든 국립인데 사실상 존재가 유명무실하고 지방 외고는 대부분 공립인데 다 미달로 봐야 합니다."

    • 문과생한테는 장벽이 세워진 거네요?

      "지방대는 문과에서 이과로 넘어오는 것 괜찮아요. 지원자가 적으니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수험생 70%는 거의 서울 소재 대학을 가려고 해요. 형식상 문·이과 통합은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들여다보면 서울 소재 주요대학은 문과생의 이과 교차지원은 '락(lock)'을 걸어놓았기 때문에 통합이 안된 겁니다. 이과대 교수들은 공통수학의 확률·통계를 하고 이과 학문을 어떻게 배우냐는 것이죠. 무늬만 문·이과 통합인 겁니다."

    • '문과 몰락'인데 왜 이슈가 잠잠하죠?

      "통합 수능 시스템에서 점수 산출 방식에 대해 국민적 이해가 대단히 어려운 구조에요. 수학시험에서 30문제 중 22문제는 문·이과가 같이 풀고(22번까지), 나머지 8문제는 문과, 이과 학생이 확률과 통계(확통), 미적분, 기하를 각각 나눠 봐요. 8문제는 각각 따로 시험문제를 보는 거예요. 그런데 등수는 같이 섞어서 매기는 방식에요. 공통 문제 22개가 쉽고 어려울 수 있고, 각각 나눠 있는 확통과 미적분 난이도가 또 다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각각 나눠진 것에 대한 점수보정도 해줘야 하고 이렇게 나온 것이 표준점수가 되는데 너무 복잡합니다.

      예를 들면, 문과 아이가 확통에서 한 개도 안틀렸다고 가정 해보죠. 또 미적분을 본 이과생도 한 개도 안 틀렸어요. 둘 다 공통 22문제는 다 맞춰 만점이라고 합시다. 그런데도 표준점수로 환산하면 둘 사이 점수차가 2, 3점이 나오고, 어떤 때는 7점까지 벌어집니다. 같은 만점이지만 시험 난이도가 더 높은 집단에서 표준점수가 더 높은 거예요. 당연히 시험이 어려우니 표점이 높다고 하지만, 집단점수에 따라 보정이 되다 보니까 그거는 만점을 맞은 문과생의 실력과 관계가 없는데도 그렇습니다. 실제 작년도 수능시험과 교육청이 주관한 모의고사에서 '확통'이 '미적분'을 표준점수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요."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인터뷰

    • 문과생이 수학 30문제를 다 맞춰도 근본적으로 불리하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차이가 나는 거예요. 확통을 보는 집단 자체(문과)의 성적이 낮으니까, 확통 8문제를 다 맞춰도 공통 22문제 전체 평균이 떨어져 미적분을 보는 이과생에 비해 표준점수가 낮아지는 겁니다. 사실은 문과생 상위권 학생에게 대단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지금은 내가 백분위로 90점을 맞았는데 확통 집단 내에서 몇 등인지 점수공개를 안해 줍니다. 문·이과 섞어서 90점이 나왔는데 내 위에 있는 10% 중 확통 본 문과생이 몇 명인지, 미적분을 본 이과생이 몇 명인지 전혀 모르는 거예요. 아는 것이 왜 중요하냐면 서울 소재 대학이 문·이과로 나눠져 있어서예요."

    • 그렇다면 무엇을 근거로 지원하나요?

      "이과 아이의 경우, 내가 전체에서는 4등급이지만, 같은 학교 내 문과에서 1등 하던 아이가 만약 5등급이었다, 그러면 내가 그 애를 앞서는 거다, 그래서 정시에서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지원이 만들어집니다.

      지금까지 해 온 입시구조 패턴이 다 무너졌어요. 합격점수 예측도 어렵고, 평가원에 '왜 공개를 안 해줍니까' 이렇게 물으면 그것을 공개하는 순간 미적분으로 애들이 몰릴 수 있고, 또는 확통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에 계산상 유리한 것을 학생들이 선택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맞지 않다는 논리를 대요. 지금 애들은 대학 지원도 혼란스럽고 완벽하게 입시가 '복권 분위기'로 된 겁니다."

    • 이과생이 문과에서 얼마나 합격했는지 자료는 공개되나요?

      "저희가 시뮬레이션해 보면 중앙대 경제·경영은 65%까지 이과 아이들이 문과로 치고 들어온 걸로 나옵니다. 실제 합격자가 얼마나 될지는 발표할지 모르겠어요. 성대 측 입학담당자가 올해 정시에서 평균 25%가 이과에서 문과로 넘어왔다고 말합니다. 평균이 25%라는 말은 '경제·경영'이나 일부 문과 인기학과에서는 50%까지 이과 출신 지원생이 몰릴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어문 계열 빼면요.

      근데 문제는 입시 왜곡이 나타나는데 이과 아이들이 문과보다 표준점수가 높게 형성돼 있어요. 이런 아이들이 치고 들어와서 합격점수의 왜곡이 벌어집니다. 실제 문과학생만 경쟁하면 80점만 맞아도 들어갈 과가 85점으로 평균이 올라가요. 아마도 대학은 기분 좋게 점수를 공표할 거예요. 합격점수를 5·6월쯤 발표하는데 우리 대학 문과 경제·경영 백분위가 85점에서 87점으로 상승했다고 공표할 거예요. 그러면 문과 아이들은 제2의 피해를 봅니다. '문과로는 이제 대학에 못 가겠구나' 하는 절망에 빠지는 거죠."

    • 대학은 기뻐하겠네요?

      "학교는 사실 포커페이스 분위기입니다."

    • 이런 복불복 구조면 내 자식을 무조건 이과로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올 1월부터 아예 재수를 위해 학원에 아이들이 왔는데, 문과 아이들 14%가 이과 수학으로 갈아타겠다고 결정을 했어요. 작년 고 3때까지 확통을 하다가 미적분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거예요. 평가원이 공개했을 때 아이들이 유리한 것을 찾아가는 비교육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는데 공개를 안 해도 이미 비교육적인 것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 문과 아이들은 결국 재수가 '필수'로 되는 것 아닌가요?

      "구조적으로 재수를 부추기는 구조입니다. 재수를 의도하지 않은 재수생 발생이 불가피합니다. 최근 서울대 입학 3수생 비율이 5년 전 8%에서 16%로 올랐습니다. 그리고 검정고시 출신도 5년전 1%에서 4.5%로 늘었어요. 재수·삼수 부추기는 입시정책입니다. 앞으로 이과 아이들이 문과에서 경쟁력 있는 학과를 절반 이상 빼앗아 갈 겁니다. 이과 아이들은 대학가는 구조는 대단히 넓어졌습니다."

    • 문·이과를 나눈 것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나누자는 취지인데…이제 무시되는 시대인가요?

      "한국이 수십 년간 초등 때부터 해 온 관행인데, 그래서 대학도 문·이과가 밸런스를 맞추고 있는데 통합수능으로 인해 그 밸런스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원래 2028학년도 고교학점제 하면서 문·이과 경계를 없애려 한 건데, 통합수능이 이과 아이들이 경제·경영에 가서 산업공학이나 전자공학을 부전공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을 빨리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통합수능은 전제조건이 있어요. 이게 수시를 절대평가 체제로 가고 수시 학종 전형을 대세로 가는 프레임으로 설정돼 있었어요. 학종 위주 선발은 수능을 안 본다는 것이고 자격고사화하겠다는 것이었어요. 즉 절대평가 하겠다는 베이스가 깔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부 들어 '조민 사건'과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수시 학종에서 불공정 여론이 일었고, 그로 인해 거꾸로 정시 비중이 높아지는 넌센스가 발생한 거예요. 수능이 다시 중요해진거죠. 전제조건 자체를 무시하고 여론에 밀려 땜질식 처방해 온 결과라고 봅니다.

      사실 수시 학종을 80~90%까지 가려고 했던 거예요. 그래서 서울대가 18%까지 정시 비중이 떨어졌었고, 고대도 2019학년도에는 15.5%까지 떨어졌었는데, 전제조건 자체를 무시하고 정시인원을 확대하다 보니 이과 아이들이 더 페이버(favor)를 가져가게 된 겁니다."

    • 참 난감하네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요?

      "아까도 말했지만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수능에서 생명과학2 같은 경우 '개체수가 음수가 나오면 안 된다'라고 하는데, 백 번을 얘기해도 국민들은 못 알아듣습니다. 마치 수능이 난수표 계산처럼 되다보니 문제 인식 자체를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입시전문가도 한참을 고민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요.

      지금 댓글을 봐도 '문과가 수학을 못하는 거 당연한 것 아니냐'…이상하게 패싸움이 돼있어요. 옛날 같으면 이 정도면 댓글을 봐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부 정책을 비난할 텐데 지금 상황은 그냥 문·이과 패싸움 밖에 안 하는 분위기에요."

    • 결국 입시의 가장 승자는 이과를 많이 가진 자사고겠네요?

      "외대부고나 하나고, 강남 휘문고나 이런 지역 단위 자사고하고 전국 단위 자사고는 학생 비중 70%가 이과로 구성돼 있어요. 이런 학교는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경쟁률이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더 뜰 거예요. 수시도 그렇게 많이 합격시키는 데다 정시마저 유리하게 되지 않았습니까, 여기서 핵심은 '내가 속한 집단의 평균점수가 높은 집단이냐, 아니냐'가 내 능력과 무관하게 중요해졌어요. 페이버(favor)가 완전 달라진 겁니다. 이 점수 구조는 수학자도 풀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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