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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안 믿겨"…서울시청 앞 이어진 박 시장 조문물결



사건/사고

    "아직도 안 믿겨"…서울시청 앞 이어진 박 시장 조문물결

    11일 오전 11시부터 일반시민들, 시청 앞 분향소에서 조문
    오는 13일 오후 10시까지 조문가능…발인 13일 오전 8시
    "서울시민으로 어떻게 안 오나", "평소 비전을 존경했다" 눈물
    죽음 직전 불거진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의견 엇갈려
    코로나19 확산방지 위해 명부 작성, 손 소독 풍경도
    일각서 극우 성향 시민과 조문객들 사이 실랑이도 벌어져

    실종 뒤 급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가 11일 서울시청 앞에 마련되면서, 이날 이른 아침부터 박 시장의 죽음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공식 조문이 시작된 오전 11시가 되기 전 이미 조문을 위해 모여든 시민들이 차례로 선 줄이 서울도서관 앞에서 플라자호텔 앞 방면까지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체로 문상의 예를 갖추기 위해 검은 옷차림을 한 시민들이 많이 눈에 띄는 가운데, 일부는 대기하는 중에도 눈시울을 붉히거나 훌쩍이는 등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박 시장의 영정 앞에서 오열한 김모(62·여성)씨는 "서울시민으로서 와야지, 어떻게 안 오나"라며 "너무너무 존경하고 사랑했는데, 불쌍하다. 뉴스를 보고 많이 울었고 잠도 오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아침 9시쯤부터 시청을 찾았다는 김씨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박 시장의 죽음을) 많이 안타까워한다. 같은 동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곧 조문을 올 것"이라며 박 시장의 생전 시정에 대해 "나는 다 괜찮았다. 그러니까 3선을 하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서울시를 이끌어온 박 시장의 정책과 노선에 공감해 분향소를 방문했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분향을 마친 고등학교 1학년 전상우 군은 "평소 박원순 시장님을 존경했고, 그 비전이 저희랑 맞았는데 이렇게 안타까운 일을 당하셔서 오게 됐다"며 "소식을 듣고 실종됐다 나왔을 때 '돌아가시지만 않으면 좋겠다' 했는데 새벽에 뉴스를 보고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동선을 공개하셨고, 그게 법제화돼 감명 깊었다. 그린벨트를 절대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부동산 정책도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송파구에서 온 20대 대학생 A씨 역시 "높으신 분들이 할 일도 많으시니, 청년 입장은 별로 신경을 안 쓰게 마련인데 (정책의) 효과가 있고 없고를 떠나 청년들을 위해 지원사업을 하신 게 의미가 깊다 생각한다"며 박 시장을 추모했다.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 앞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대다수의 시민들은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해 여전히 비현실적이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떤 시민은 조문을 마무리한 후에도 한참을 영정 앞에 멍하니 서 있기도 했다.

    다만, 박 시장이 임종하기 직전 불거진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의견이 조금씩 엇갈렸다. 앞서 박 시장의 실종 하루 전날인 지난 8일 전직 서울시청 비서는 "박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마포구에서 친구들과 분향소를 찾은 20대 여성 최모씨는 "이미지도 너무 좋고, 소탈하고 친절하셨는데 아직까지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고소 건에 대해서는 "그건 잘 모르겠다. 아직 조금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두 딸의 손을 잡고 조문을 마친 30대 남성은 "잘잘못이야 가려져야 되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이 분(박 시장)의 공이 가려져선 안 된다고 본다"며 "좋으신 분이었고 10여년간 서울 시민으로 살면서 존경할 만한 부분이 많이 있었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밝혔다.

    11일 오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시민들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명부를 작성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치르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장례인 만큼,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문상 풍경도 돋보였다.

    서울시는 정부의 방역수칙에 따라, 시민들의 '거리두기'를 위한 대기지점을 표시하는 한편 손 소독제를 비치했고 연락처를 포함한 명부작성, 발열 점검 등을 실시했다. 조문은 시간 차를 두고 7~8명의 시민이 양옆으로 띄엄띄엄 서서 진행됐다. 묵념 외 당초 고려됐던 헌화는 불필요한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제됐다.

    서울시청 앞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조문을 반대하는 시민과 조문객 사이 실랑이가 벌어졌다.(사진=이은지 기자)

     

    한편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조문을 반대하는 극우 성향의 시민으로 인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원천 무효'라는 내용의 피켓을 든 한 여성이 "뭘 잘했다고 5일장씩이나 치러주느냐", "동성애를 옹호한 빨갱이"라며 박 시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자 조문객들이 이에 항의하며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현장에 배치된 경찰과 서울시 직원들이 만류하면서 더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서울시는 시청 앞 시민분향소를 오는 13일(오전 8시~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박 시장의 발인은 이날 오전 8시에 이뤄진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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