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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갈등? "한국은 이미 70대 노동 사회"



사회 일반

    정년 연장 갈등? "한국은 이미 70대 노동 사회"

    • 2019-06-03 09:48

    '60세 정년' 2년 5개월 만에…'정년 연장' 재언급한 정부
    정년연장을 ‘비용 증가’, ‘세대갈등’ 프레임으로 분석한 기사 많아
    한국은 이미 70대 노동사회 “70대 3명 중 한 명 일한다”
    실제은퇴연령, 남 72.9세, 여 70.6세..OECD 평균보다 4~8세 높아
    일하는 노인 약 80% “생계비 마련위해”  
    고학력-고소득 노인에게만 정년연장 혜택 몰릴 수도 있어

    ■ 방 송 : FM 98. 1 (06:05~06:55)
    ■ 방송일 : 2019년 6월 03일 (월요일)
    ■ 진 행 : 이강민 앵커 
    ■ 출 연 : 이재호 기자 (한겨레21)

     



    ◇ 이강민> 굿모닝뉴스의 사회팀장, 한겨레21의 이재호기자. 어서오세요.

    ◆ 이재호> 네, 안녕하세요.

    ◇ 이강민> 오늘은 어떤 주제 가져오셨습니까?
     
     ◆ 이재호> “정년 65세 연장? 실제은퇴연령은 이미 70대”라는 내용을 준비했습니다.
     
    ◇ 이강민> 어제 정부가 정년연장 관련 발표를 했죠. 그 이야기군요.
     
    ◆ 이재호> 그렇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다면 지금 정년 연장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이달 말 정년 연장과 관련해 정부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방침입니다. 그러니까 60세 정년연장이 시행된지 2년5개월 만에 65세로 연장하는 안이 논의되는 거죠.
     
    ◇ 이강민> 60세 정년연장이 시행된지 2년5개월 만이라고? 딱 듣기엔 좀 짧은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 이재호> 네, 짧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다. 55세에서 60세로 올라가는데 20년 넘게 걸렸으니까요. 2013년에 60세 정년을 의무화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 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가 됐었는데요. 이법 19조에서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처음 의무화했습니다. 이법이 2016년부터 시행이 됐고요. 최초로 60세 정년을 법에 명시한 건 1991년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였는데 권고사항이어서 2016년까진 강제성이 없었습니다. 
     
    ◇ 이강민> 그렇군요. 사실 정년 연장 논의는  올해 초부터 언급이 되기 시작했었는데요. 대법원에서였죠?
     
    ◆ 이재호> 네. 대법원에서 논의가 촉발이 됐습니다. 지난 2월21일, 2015년 인천 연수구의 한 수영장에서 숨진 4살 소년의 가족이 수영장 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이었는데요. 사고 없이 일을 했을 경우 얻었을 수입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1,2심에서는 정년을 60세로 계산했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이  “65살까지 일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파기환송했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때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교통사고나 인명피해가 났을 경우 손해배상 금액이 올라감에 따라 각종 보험료 증가 등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주를 이뤘지만 일부에서는 곧 정년 연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는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 이강민> 대법원 파기환송심 이후 3달여 만에 논의가 시작된거군요? 
     
    ◆ 이재호> 그런데 어제 언론보도와 오늘 조간 신문 보면 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부도 그렇고 정년 연장 문제를 철저하게 사회적 비용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무엇보다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보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 이강민> 좀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줄 수 있을까요?
     
    ◆ 이재호> 어제 가장 많이 읽힌 기사를 언급하고 싶은데요. “정년 65세로 5년 연장하면 노인부양부담 최소 9년 늦춰진다”는 제하의 기사였습니다. 이 기사는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장래 인구특별추계(2017∼2067년)’를 분석한 기사였는데요.  법정 정년을 60에서 65세로 늘리면 인구 100명당 부양하는 노인인구가 현행 20.4명에서 13.1명으로 떨어지고 앞으로 한국사회 노인인구 부양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이강민> 음, 법정 정년을 65세로 5년 연장하면 그만큼 노인들이 더 길게 일할 수 있게 되니까 부양부담이 줄어드는게 맞는거 아닙니까? 어떤게 문제죠?
     
    ◆ 이재호> ‘법정 정년’은 말 그대로 법에서 정한 은퇴연령일 뿐이라는 맹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법정 정년이 60세라고 해서 현재 한국사회에서 나이가 딱 60세가 넘어가면 일을 안하는게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년이 65세로 늘었을 경우 더 많은 노인이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제가 틀린 겁니다. 기사가 현실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고 생각됩니다.
     
    ◇ 이강민> 아, 하긴 주변에도 60세가 넘어도 일하시는 택시 기사님이라든지, 건설현장 노동자들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긴 한 것 같아요.
     
    ◆ 이재호>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도 있습니다. 우선 OECD에서 파악하는 65세 이상 고령자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2016년 기준으로 남자가 42.2%로 OECD 가입 국 중 두번째로 높습니다. 여성은 23.7%로 세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남녀 합쳐서 전체 인구로는 31.3%로 한국 보다 높은 국가는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뿐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더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 자료도 있습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8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70~74세 고용률은 33.1%다. 70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이 일을 한다는 거다. 
     
    ◇ 이강민> 제가 생각한 것보다 높은 수칩니다.
     
    ◆ 이재호> 법정 정년이 아니라 실제로 경제활동을 그만두는 평균연령을 의미하는 ‘실제은퇴연령’이라는 지표도 있는데 역시 OECD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남자는 72.9세, 여자는 70.6세예요. OECD 평균은 남자 64.6세, 여자 63.1세인데 비교하면 각각 8.3세, 4.5세가 높은 겁니다.
     
    ◇ 이강민> 그렇군요. 이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군요.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노인들은 70세가 넘도록 일을 하고 있다는 거군요. 이러한 지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이재호> 은퇴를 했지만 일을 그만두지는 못한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노인실태조사를 통해 파악한 내용을 보면 일하는 노인 인구 중 79.3%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노동을 한다고 했다. 은퇴를 할 나이가 훌쩍 지나도 모아놓은 돈이 없어서 생계를 위해 계속 일을 해야하는 겁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나라죠. 2016년 기준 65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이 43.7%를 기록했는데 이는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 이상의 소득이 빈곤선미만에 놓여있다는 이야깁니다.
     
    ◇ 이강민> 근데 65세 이상 노인이면 국민연금 수급 대상이잖아요? 그래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건가요?
     
    ◆ 이재호>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 그러니까 생활을 위한 소득수준을 대신할 수 있는 정도를 보면 남녀가 차이가 있지만 30% 안팎입니다. 연금수급 만으로는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거죠. 그리고 국민연금 수급률 자체도 70%에 못미친다. 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엔 수급률이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비정규직은 수급률이 50%가 안됩니다. 게다가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일자리로 내몰리는 노인인구의 일자리 질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 이강민> 일자리 질이 매우 낮다는건가요?
     
    ◆ 이재호>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종합계획’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노동자 중 농림어업종사자가 34.9%, 단순노무직이 32.9%였습니다. 중위 임금의 2/3 미만을 의미하는 저임금근로 노동자는 무려 노인가구의 95.1%가 여기에 해당됐습니다.
     
    ◇ 이강민> 정말 노인인구의 삶의 질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겠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보도되자 청년실업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요?
     
    ◆ 이재호> 정년 연장이 노인일자리의 증대와 직결되지 않는 다는 것과 노인 일자리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설명했기 때문에 청년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실제로 노동연구원이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를 살펴봐도 비슷한데요. 다만 일부 일자리에선 청년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 이강민> 어떤 일자리인가요?
     
    ◆ 이재호> 일부 전문직과 공무원 일자리입니다.. 다른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자리 수가 적고, 질좋은 일자리인데 이 경우에는 정년이 확대됨으로써 청년이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는거죠
     
    ◇ 이강민> 하지만 극히 일부의 직군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인데 마치 정년 연장이 노인의 노동기회를 늘리고, 청년의 노동기회를 박탈하는 것처럼 보는 것은 잘못된 거겠군요.
    ◆ 이재호> 그렇습니다. 세대 갈등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것은 현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 이강민> 그러면 정년을 늘리는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건가요?
     
    ◆ 이재호> 또 그렇게 보기는 힘듭니다. 법적으로 정년을 65세로 늘리고 법조문으로 명시를 하면 일부 노인의 빈곤 문제가 해소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노인빈곤률이 높고 노인인구 내에서 빈부격차가 큰 사회시스템 안에선 고학력-고소득 노인에게 혜택이 더 몰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 이강민> 네, 마지막으로 이번 주제에 대한 이재호기자의 생각. 정리해준다면요?
     
    ◆ 이재호> 정년 연장이 노인의 일자리를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해외사례를 보면 국가의 복지체계나 경제 시스템에 따라 정년 연장의 효과가 다르게 분석됩니다. 복지 시스템이 발달해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노인들이 정년을 넘어서까지 일하길 원하지 않는 국가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일을 하지 않아도 취미생활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공동체라는 지적이 많은데요. 노인 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직시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강민> 노인빈곤문제, 노인인구 삶의 질 개선문제를 위해서는 단순히 정년 연장을 도입하는 것 외에도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 지금까지 한겨레 21의 이재호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재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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