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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생만 입 다물면 모두가 이득… 정부는 왜 우릴 보낼까?"



사회 일반

    "한국 대학생만 입 다물면 모두가 이득… 정부는 왜 우릴 보낼까?"

     

    [CBS 라디오 주말 시사자키 윤지나 ]
    ■ 방송 : 20일 CBS 라디오 FM 98.1 (토 16:00~18:00)
    ■ 진행 : 윤지나 기자
    ■ 대담 : '스물다섯 청춘의 워킹홀리데이 분투기' 정진아 작가

    돈도 벌고 영어도 배울 수 있다며 청춘을 홀리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대학 졸업 뒤 호주로 떠난 정진아 씨는 "우리만 입 다물면 모두가 잘 사는 워킹홀리데이'의 현실을 '스물다섯 청춘의 워킹홀리데이 분투기'에 기록했다. "대한민국 청년이 (다 중동에 가서) 텅텅 빌 정도로" 나가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보여주듯, 우리 정부는 청년실업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워킹홀리데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유학원은 이 과정에서 돈을 번다. 그렇게 대학생들이 보내진 곳은 법정최저임금도 주지 않아 현지인들이 꺼리는 업장들이고 호주 정부는 이 비공식노동시장을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다.

    자신뿐 아니라 동료들의 생생한 고생담을 그렇게 늘어놓고도 정진아 씨는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가지 말라'고 하지는 못하겠다고 한다. 치열한 한국 취업시장에서 '스펙 한줄' 때문에. 그리고 호주에서 받는 최저임금이 한국에서 받는 최저임금보다 2배라는 우울한 현실 때문에.

    ■ 제목이 일단 '분투기'니까 즐거운 내용은 아니고 고생담이 대부분이다. 본인만의 경험인 것 같나 아니면 대체로 워킹홀리데이 가신 분들이 분투하시던가?

    □ 호주에서 9개월 있는 동안 계속 일기를 계속 썼는데, 뒤로 가면 갈수록 내 이야기뿐만은 아니겠다 싶었다. 쥬스가게, 샌드위치가게, 초밥집, 농장에서 딸기, 토마토도 따고 다양하게 일했다.

    ■ 고생할 거라고는 예상 못하고 갔겠다. 무엇을 기대하고 갔나.

    □ 유학원 광고나 워킹홀리데이 책자보고 기대한 것은 첫 번째 해외여행을 안해봐서 졸업하고 길게 여행을 해보자, 두 번째 영어를 잘해야 되지않겠나 싶어 호주를 가게 됐다.

    ■ 그럼 목적한 바는 제대로 이뤘는지 따져보자. 일단 영어.

    □ 그 질문을 많이 받는데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우리나라도 외국 이주노동자가 배우는 한국어처럼 생존영어는 술술 나올 정도다.

    ■ "때리지 마세요" 이런 게 늘은 건 아니겠지.

    □ 그 정도는 아니지만 임금 체불에 대해서는 정말 늘고,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

     

    ■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을 제대로 안 지키는 등의 일이 얼마나 자주 있는가? 저의 경우도 대학생 때 호주로 워킹홀리데이 갔다가 4일만에 그만뒀는데, 사업주가 그만둔다고 일찍 얘기 안했으니까 아예 돈을 못 주겠다고 하더라. 한달 일하든 두달 일하든 2주 전에 그만두겠다고 알리지 않았으면 안주는 게 원칙이라고 했었다. 당시엔.

    □ 그렇다. 체불도 잦고, 최저임금도 잘 안지킨다. 일단 법이 아니고 그냥 관례가 2주전에 노티스(일을 그만두겠다고 알리는 것)을 하는 것이다. 업주는 2~3주치 임금을 보증금으로 잡아두는데 이것 역시 불법이다. 2주안에 그만둔다는 이야기 하거나 업무태도 불량하다며 자를 경우 이 돈을 주지 않는다.

    ■ 호주의 법정 최저임금이 얼마이고 정진아 씨는 보통 얼마를 받았나.

    □ 당시 시간당 15불 정도였고 업종별 최저임금은 따로 책정된다. 실제로는 시간당 9~10불 정도 받았는데 최저임금의 60~70% 해당되는 것이다.

    ■ 법정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고 일할 호주사람 있겠냐? 다들 한국 대학생들이 그런 작업장에 동원됐을 것이다. 예를들어 제가 호주에서 사과를 따던 농장에는 한국대학생만 있었다.

    □ 제가 그동안 일했던 곳 중에 최저임금을 지키는 업장이 딱 1군데 있었는데, 그곳엔 현지인들이 좀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머지는 다 워킹비자 받아서 온 학생들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었다.

    ■ 현지인들은 임금 적고 힘들어서 안하려는 일에 한국 젊은학생들 부려먹자, 호주 정부 입장에서도 그런 게 있었을 것이다. 자국민이 우선이고, 단속도 안될 것 같다.

    □ 저는 한국에 있을 땐 '눈에 안띄니 단속 못한거지, 법이 있으니까 당연히 단속이 있는 게 맞다' 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지 가서 보니 눈에 다 보이는데 단속을 안 하더라. 예를들어 외국인 노동자들과 젊은 학생들이 많으면 딱 봐도 '최저임금 안 지키는 곳'인데 아무런 문제 없이 운영이 됐다. 불법이 암묵적으로 인정이 되는구나 싶었다.

    ■ 책에 구체적 사례를 적은 것 중에 충격적인 것도 많았다. 업주 입장에서 '잘 운영되는' 작업장 사례 중에 학생들에게 '소변은 되는데 대변은 안된다' 이런 지침을 준 곳도 있더라.

    □ 옆방에서 일했던 친구의 작업장에 붙여 놓은 문구였다. 친구는 재밌다고 말해주는데 듣고 웃어야되나 울어야되나 싶었다.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지 못하게 소변만 보라는 것이다.

    ■ 그럼 대변을 보면 어떻게 되는건가?

    □ 진짜 급할 때는 소변이라고 거짓말하고 빨리 나간다고 하더라.

    ■ 딸기농장에서 일하실 때는 '두낫스피크(Do Not Speak)'라고 써있는 표지판이 있었다고. 역시 일만 하라는 것인데, 만약 떠들면 어떻게 되는 건가?

    □ 떠들면 관리자가 지적을 한다. 그 문구 보니까 워킹홀리데이 광고가 진짜 현실과 다르구나, 싶었다. 광고에서는 '영어를 배울 수 있다'고 했는데 말도 못하고 일해야 되니까.

    ■ 얘기 들어보면 그냥 노동자도 아니고 착취 노동자로서 호주에 보내진 것이다. 가도록 독려한 주체가 정부나 유학원인데, 유학원은 돈 벌려고 그런다치고 정부, 외교부가 워킹홀리데이를 가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광고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한국과 호주가 수교한지 20주년이 되서 정부가 워킹홀리데이 독려하는 광고와 홍보영상 많이 만들었더라. 그걸 보면서 실태 조사는 제대로 하고 만들었나 싶게 현실과 달랐다. 온통 장밋빛으로만 그려놓고…

    ■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하지 않나. 그걸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워킹홀리데이를 장려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

    □ 어떤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부가 충분히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것 없이 계속 가라고 홍보만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는 우리가 입다물고 조용히 외국에 나가서 스펙 하나 쌓는 것만 바라보고 고생하고 들어오는 걸 그냥 이용하는 것이다.

    ■ 9개월동안의 분투를 통해 얻은 시각 같은 것도 책에서 엿보인다. 호주에서 정진아씨도 일종의 이주노동자였기 때문일까.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나.

    □ 같이 워킹홀리데이 온 친구들끼리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는 얘기 많이 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를 보면서 '못사는 나라에서 못배운 사람들인데 한국 와서 돈벌어가면 좋은거 아냐?' 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여기 와서 억울한 일들을 계속 겪으니까. 한국에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있는데 우리가 신경을 안 쓰다보니 잘 안보인다. '나도 안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 저도 그때 사람들이 안다니는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했다.

    ■ 한마디로 '비공식 노동시장'에 한국 대학생들이 싼 값에 부림을 당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실업문제 해결의 방안 중 하나였고. 이득보는 사람, 손해보는 사람 명확하다. 일하면서 '제일 미웠던 사람'을 꼽자면?

    □ 한국 대학생들을 부리는 교민들이 제일 미웠다. 매년 3만명씩 새로운 노동력이 교민들 자영업장으로 유입되는데, 값 싸게 노동력을 사서 서비스 상품 가격을 낮춰 현지에 팔아 살아가시는 분들이다. 그렇게 되면 호주사람들도 싼 제품을 사는 것으로 이득을 보게 된다. 그래서 호주에서 단속을 안 하는게 아닐까? 결국 하나의 생태계였다. 저희가 침묵하면 모두가 좋은.

    ■ 학생들을 밟고 모두가 윈윈하는 제도였군. 책에 워킹홀리데이에 온 대학생들이 '신분피라미드의 가장 하층민'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 이유. 지금도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떠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 '가지 말라'는 말은 못하겠다. 호주에서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해도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두배가 되기 때문에 어쩌면 거기서 일하는게 한국보다 낫다는 점도 있다. 가시되 가셔서 느끼는 문제점이라든지 어려움을 당했을 때 참지 말고 업주와 영사관 등에 얘기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침묵하지말고 갔다와서도 '이건 문제다' 얘기했으면 좋겠다. 정부는 실태조사를 좀 해서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좀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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