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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본회의 상정도 못한 노란봉투법…노동자들은 애가 탄다

사건/사고

    또 본회의 상정도 못한 노란봉투법…노동자들은 애가 탄다

    李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25일 본회의 사실상 무산
    9월 국회 문턱 못 넘은 '노란봉투법', 올해 물 건너가나…'손배가압류' 시달리는 노동자들 '울분'
    노동계 "노란봉투법, 이미 늦었어…올해 안으로 변화 만들어내야"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8시쯤 '윤석열 퇴진'이 적힌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양형욱 기자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8시쯤 '윤석열 퇴진'이 적힌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양형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충격으로 25일 국회 본회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9월 통과'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제조업 노동자 박모씨는 이번 달 법원으로부터 자신의 임차보증금 4천만 원에 채권가압류가 걸렸다는 공문을 받았다. 박씨에게 가압류를 건 곳은 다름 아닌 13년 간 박씨가 몸담았던 회사였다.
     
    박씨는 "공장이 바쁠 때는 다른 사람들은 '다 밥 먹으러 가라'고 말하고 혼자 남아 기계를 돌려가면서 이 회사에 헌신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나가게 됐다"며 "(손배가압류는) TV에서 봤지 실제로 당할 줄 몰랐다. 솔직히 처음에는 '우리한테 설마 (손배가압류를 걸까)'하고 생각했다"고 씁쓸해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 연합뉴스 출근하는 직장인들. 연합뉴스 
    박씨가 일하던 경북 구미의 한 공장에서 불이 나자, 회사는 공장을 청산하고 다른 지역 공장으로 일감을 몰아주었다. 하루아침에 일하던 직장에서 내쫓긴 노동자들은 "더 이상 교섭은 없다"는 회사의 방침에 반발해 불에 탄 공장 앞에서 일주일 간 농성전을 벌였다.
     
    그런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노사 교섭이 아닌 '손배가압류'였다. 박씨는 "저희는 (회사에 바라는 게) '교섭 테이블에 나와달라' 이것밖에 없다. 만약 노란봉투법이 통과가 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시행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겠느냐"라며 노란봉투법이 올해 안으로 통과되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 8월 국회에도 노란봉투법을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노란봉투법 처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야당은 노란봉투법을 9월 본회의에는 반드시 통과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본회의조차 노란봉투법은 안건 리스트에 오르지도 못했다. 이를 놓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부의되자 야당은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해 노란봉투법을 본회의 안건에 포함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 '국회의원(이재명) 체포동의안'이 상정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 '국회의원(이재명) 체포동의안'이 상정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의 책임을 지고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했다. 이 여파로 국회가 '올스톱'하면서 지난 본회의 때보다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한 야당 관계자는 "원내지도부가 없는 민주당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상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노란봉투법 논의 자체가 이뤄질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국회 일정상 다음 본회의는 오는 11월 9일로 예정됐다. 민주당이 계획한 대로 추석 연휴 전에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한다고 해도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는 10월에 추가 본회의 일정이 잡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11월부터도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굵직한 국회 현안들이 남아있어서 노란봉투법이 올해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어느 때보다 애가 탄다.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 박래군 상임대표는 "1953년 한국전쟁 시기에 노동조합법이 만들어지니까 정말 (지금) 현실과 맞지 않다. 이제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고용 형태도 굉장히 다양해졌다"며 "70년 만에 이런 변화를 주겠다고 하는 것인데 굉장히 안타깝고 아직도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 노조법 2조의 사용자 범위가 넓혀지는 것만이라도 돼야 (노동자들이) 숨통이 트일 텐데 간접고용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진짜 사장'과 교섭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애당초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9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더라도 한참 늦었다고 평가해왔다.
     
    실제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노란봉투법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특히 올해는 한국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감독기구로부터 단체교섭권 등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해야한다는 취지의 ILO 핵심협약 이행 현황을 평가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반대투쟁 이후 손배가얍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이 발의된 지 10년이 되었고 IMF 외환위기 이후 급속하게 확산된 외주화와 간접고용,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진짜 사장과의 교섭을 요구하며 싸워온 지 20년이 지났다"며 비판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연합뉴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연합뉴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도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딛고 전진해온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여야의 야합으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며 노조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 운동본부 김혜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올해 말까지 ILO 핵심협약 이행에 대한 보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 정부가 이에 합당한 노조법 개정 등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약속이기도 한 것인데 올해 안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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