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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송파구 빌라서 60대 고독사…아무도 몰랐다



사건/사고

    [단독]송파구 빌라서 60대 고독사…아무도 몰랐다

    8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빌라서 6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숨진지 2달 정도 된 것으로 추정"
    건보료 6개월 체납에도…정부·지자체 안전망에 포착 X
    다각적인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 구축 필요한 시점


    서울 송파구 한 빌라에서 혼자 살던 6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지 약 두 달이 된 걸로 추정되지만, 이웃들조차 몰랐다. 고독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위기가구 발굴에 빈틈이 없도록 사회안전망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송파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3시쯤 서울 송파구 석촌동 한 빌라에서 A(62)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2~3주 정도 전부터 썩는 듯한 악취가 많이 나고 우편물이 가득 쌓여 있다"는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A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 관계자는 "부패 상태를 봤을 때 두 달쯤 전에 사망한 걸로 추정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9일 찾은 A씨의 빌라 입구에서부터 날파리 수십 마리가 날아다녔다. A씨가 살던 층에서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겨 나왔다. 거실은 검붉은 혈흔으로 뒤덮였다. 집 안 곳곳에서는 배달 그릇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화장실 휴지통 주변에는 휴지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A씨는 1년 전 이사를 왔을 때부터 이내 혼자였다.
     
    우편함과 현관에 놓여있는 각종 서류들을 살펴보니, A씨는 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A씨가 지난 3월 내과에서 받은 소견서 병명에는 '담낭의 제자리암종, 상세불명의 고혈압, 현기증', 치료 의견에는 '환자는 위의 문제로 오늘 경동맥 초음파, 뇌혈관CT, 복부 초음파를 시행하고 투약했다'고 적혀있었다.
     
    건강 보험료를 비롯해 각종 공과금도 몇 달씩 밀렸다. A씨는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약 60만 원의 보험료를 내지 못했다. 지난 2월에는 약 2만 5천 원의 수도요금도, 20만 원 가량의 전기요금도 미납 상태였다. 3월에는 구청에서 주민세 체납액 고지서를 보내왔다.
     
    건물 관계자는 "100만 원대의 월세를 내던 A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도 "3월부터 월세가 밀리기 시작했는데, 아마 이때 돌아가신 게 아닌가 싶다는 얘기가 들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웃들은 알지 못했다. 빌라에서 마주친 청년도, 부부도 A씨의 죽음은커녕 A씨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아래층에 살던 중년 남성은 "평소에 전혀 모르던 사람"이라며 "위층에 여성이 살고 있는지도 몰랐는데 어제서야 사람이 죽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위기가구 명단에 오르지도 않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도 못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내려오는 복지 사각지대 중앙 발굴 시스템상 긴급 복지 대상자가 아니었고,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제공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위기가구 발굴에 활용하던 '위기 정보'를 34종에서 △고용위기(고용단절, 실업) 정보 △수도요금 체납 정보 △가스요금 체납 정보 등까지 포함해 44종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도 위기가구 발굴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는 A씨처럼 사각지대에 남겨져 홀로 쓸쓸한 결말을 맞는 이들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3일에도 노원구 공릉동에서 50대 남성이, 지난 3월 15일 강서구에서 60대 남성이, 3월 14일에는 동대문구 60대 남성이 홀로 숨지는 등 고독사가 잇따르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보니 건강보험료를 비롯해 한두 개 공과금 체납만으로는 '위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를 발굴할 때 다양한 지표들을 다각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또한 "현재 경제적 빈곤에 초점이 맞춰진 채로 위기가구 발굴이 이루어지는 건 맞다"면서 "(다각도로 위기가구를 살피기 위해) 위기정보를 발굴하는 정부와 지역사회, 이 두 축이 잘 연계돼 위기가구를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이봉주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 (정부의) DB에 나오는 정보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징후들, 예를 들어 우편물이 쌓여 있다거나 인기척이 없다거나 이런 징후들을 포착해 고독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사회적 고립이나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1인 가구에 대해서 지역사회가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 관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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