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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김진태 강원지사님, 비거리는 얼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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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뒤끝작렬]"김진태 강원지사님, 비거리는 얼마입니까"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공무원' 사명감에 강원 산불 현장 달려간 현장 대원들
    홍천 산불 진화 진행 중…같은 시각 김 지사는 '골프 연습장' 行
    진화 대원들은 호스 잡고, 김 지사는 골프채 잡아
    '허탈감' 감추지 못한 진화 대원들


    사명감으로 산불 현장 달려간 사람들

    지난달 31일 오후 5시 30분 강원 홍천 가리산 휴양림 인근 야산.

    2시간 전 발생한 산불로 평온한 봄 기운 대신 불안한 열기와 코를 찌르는 탄내까지 더해진 사투의 현장으로 돌변해 있었다.

    공중에서는 진화 헬기 4대가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인근 저수지에서 퍼 온 물을 연신 쏟아냈고 아래에서는 120여 명의 진화 대원들이 방화선 구축에 안간힘을 썼다.

    온 몸을 땀과 물로 적신 진화 대원들의 발 빠른 대처에 불은 약 30분 뒤 잦아들었다. 일몰을 넘겼다면 더 큰 불로 번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같은 시각 원주 봉산동에서는 공장 화재에서 시작된 산불 주불을 잡고 잔불 정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강원 홍천 가리산 자연 휴양림 인근에서 난 산불로 진화 대원들이 가파른 산을 오르고 있다. 강원도 산불방지센터 제공.지난달 31일 오후 강원 홍천 가리산 자연 휴양림 인근에서 난 산불로 진화 대원들이 가파른 산을 오르고 있다. 강원도 산불방지센터 제공.
    전날 오후 12시 47분쯤 화천군 화천읍 중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불은 무려 축구장 면적(0.714㏊) 95배에 이르는 산림 68㏊를 태우고 이틀 만에야 꺼졌다. 산림당국은 대응 2단계를 내리고 가용 인원을 총동원해 진화에 나서 약 18시간만에 큰 불을 껐다.

    하지만 재발화를 막기 위해 밤샘 화마와 싸워야 했던 진화 대원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화천 산불을 끄기 위해 투입된 누적 인원은 858명에 달한다.

    산불 발생 위험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한 주에만 12건의 산불이 강원도에서 발생했다. 진화 대원들의 피로도는 한계에 다다랐지만 강원 전역에 내려진 건조특보에다 산불재난 국가 위기 단계 '경계' 상태에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의 지위를 가진 '공무원'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 때문이다.

    '강원도 산불방지대책본부장'은 '호스' 대신 '골프채'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진화 대원들이 산불 현장을 땀으로 적신 시각, 강원도 산불방지대책본부장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찾은 곳은 상황실이나 산불 현장이 아닌 춘천의 한 골프 연습장.

    강원도 해명 등을 종합하면 고성에서 열린 식목일 행사 등 공식 일정을 마치고 강원도청 소재지 춘천으로 복귀하던 중 김 지사는 자신이 자주 찾던 골프 연습장에서 20~30여분 간 머물렀다.

    논란이 일자 김 지사는 1시간 짜리 연가를 냈다고 해명했으나 연가 신청일은 사흘이나 늦은 시점이었다. 강원도는 김 지사가 구두로 연가를 냈으나 비서실에서 누락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전국적으로 비판 여론만 들불처럼 확산되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김 지사는 지난 4일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산불 위기상황에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중요한 시기에 도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이라는 사명감이 휴지 조각으로…"

    화재 진화 작업중인 소방대원들. 연합뉴스.화재 진화 작업중인 소방대원들. 연합뉴스.
    자신들이 호스를 잡고 치솟는 불길과 맞선 시간, 골프채를 잡고 비거리를 살폈던 강원도지사를 향한 진화 대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뉴스를 보고 처음에는 믿지 못했죠…공무원이라는 사명감이 휴지 조각으로 변하는 것 같이 허탈합니다" 산불 현장에 출동했던 한 진화 대원의 말이다.

    또 다른 진화 대원은 "다른 건 몰라도 밤낮 없이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20㎏ 넘는 장비를 메고 산을 오르고, 온 몸이 그을려 가며 불을 끄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이는 와중에 최고 책임자가 골프채를 잡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의 침묵 속에 야당은 일제히 강원도지사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 지사의 '사후 조퇴서 제출' 논란과 관련해 "허위 공문서 작성 아닌가. 내가 그랬으면 압수수색을 당했을 것"이라고 비난했고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논평을 통해 "산불이 발생했는데 근무 시간에 골프연습장에 간 김 지사는 제정신이냐.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골프연습장에서 지키냐. 골프연습장이 강원도 산불방지대책본부냐"고 반문했다.

    정의당 강원도당은 "식목일이라고 나무 심기 퍼포먼스를 하고 돌아서자마자 불타는 산을 외면하고 골프장에 가버린 심리를 도민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도지사 자격 없다"고 규탄했다.

    궁금하다. 산불현장을 뒤로 한 스윙의 비거리는 얼마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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