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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사라진 대통령의 '여성의 날 축사'



사건/사고

    5년 만에 사라진 대통령의 '여성의 날 축사'

    '여성의 날' 외면한 尹, 대신 나선 김건희 여사
    임기 내내 '여성의 날' 직접 챙긴 문재인…김대중, 박근혜 대통령도 관련 언급 전례 있어
    지난해엔 여성의 날에 '여가부 폐지' 공약 강조하기도…반복되는 '여성 홀대', 여가부 폐지로 이어질까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여성의날 기념식에서 '공평한 대한민국 여성과 함께'라는 문구를 들고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김건희 여사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여성의날 기념식에서 '공평한 대한민국 여성과 함께'라는 문구를 들고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전국 곳곳에서 성평등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여성의 날'에 어떤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9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여성의 날 기념 축사를 발표하지도, 관련 일정을 소화하지도 않았다.


    '여성의날' 외면한 尹…대신 나선 김건희 여사


    대신 윤 대통령은 전날(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2016년) 이후 7년 만의 이례적인 사태다.

    윤 대통령은 전당대회에서 "우리의 헌법정신인 자유와 연대 가치"라며 "우리 당 구성원 모두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 셋째도 국민만을 생각하고 함께 전진해야 한다"고 덧붙였지만, '여성의 날'에도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의 침묵은 김건희 여사가 대신 메웠다. 김 여사는 같은 날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초청으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김 여사는 "그간의 노력으로 여성의 지위와 권리가 많이 향상됐지만 아직도 여성들은 다양한 사회적 불평등과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며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정부와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내내 '여성의 날' 챙겨


    이는 임기 내내 여성의 날 기념사를 이어온 문재인 정권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여성의 날 축사(2018년)에서 성평등과 여성 인권 실현을 정부의 주요 가치로 내걸었다. 이후 문 대통령은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까지 임기 내내 맞이했던 여성의 날마다 빠짐없이 축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당시 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던 여성 이슈와 관련된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2018년에는 '미투운동'을, 2021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2022년에는 '스토킹·디지털 성범죄', '경력단절여성·돌봄공백 문제'를 언급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법 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 대통령이 미투운동을 언급하며 성폭력 범죄의 중대성을 언급한 2018년에는 권력형 성폭력 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이른바 '미투 법률'이 공포됐다.

    문 전 대통령 이전을 살펴보면, 여성부를 첫 출범시킨 김대중 정권에서 한 차례(1999년) 공식 축사를 발표했다.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여성의 날에 열렸던 신임장교 임관식에서 여군 장교들을 따로 짚어 격려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축사가 정책과 비전을 함축하는 만큼 저출생 시대 속에도 윤 대통령이 침묵을 선택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성균관대학교 구정우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의 날은 정부의 성평등 정책이나 비전들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그런 것들을 살리지 못해 안타깝다"며 "여성경력단절, 초저출산 문제들이 현실인 만큼 도외시할 필요 없고 (정부에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정책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후보 시절엔 여성의 날에 '여가부 폐지' 강조…반복되는 '여성 홀대 행보'


    윤 대통령의 '기념사 패싱'은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 14일)'에도 있었다. 위안부 기림의 날은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1991년 8월 14일을 기리는 날로, 201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고,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날 저녁 6시쯤에야 뒤늦게 관련 논평을 냈다.

    당시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현재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인 한일관계가 경색 국면임은 분명해 보인다"며 "우리 정부는 국익을 위한 대일 외교 노선을 공고히 하되, 일본으로부터 과거 잘못에 대한 인정과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일 간 협력'을 피해 회복의 첫 단추로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성평등·여성인권 현안에 대해 침묵을 선택한 까닭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발표부터 이어진 이른바 '성별 갈라치기'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3월 8일 여성의날에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 기존에 발표했던 여성 관련 공약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다시 올렸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에 여가부 폐지안을 포함시켰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비록 여야 합의 불발로 여가부 폐지 내용은 빠졌지만, 정부·여당은 '여가부 폐지'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인천대학교 이준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받아주지 않아 여가부를 폐지하지 못한 것이지 대통령의 의지가 사라진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여성의 날은 수십 년 동안 해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날 관련) 일정마저도 확인이 안 된다고 하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던 인식에서 여전히 벗어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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