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전 대법관. 연합뉴스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변호사 등록 신청을 자진 철회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변협은 "국민적 비난이 따를 것"이라는 다소 강도 높은 표현까지 쓴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이달 10일 권 전 대법관에게 공문을 보내 "법원의 요직을 두루 거치고 사법부 최고위직인 대법관까지 역임했음에도, 현 상황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다면 법조계 전체에 대해 국민적 비난이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변협은 "귀한의 사건 수행에 대해 공정한 진행에 대한 의심과 전관예우 의혹이 뒤따를 수 있다"고도 했다.
변협은 지난달에도 같은 취지의 공문을 보내 자진 철회를 권했다. 권 전 대법관이 대법관을 역임하며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8차례 만나고 퇴직 이후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사실을 언급하면서다. 변협은 당시에도 "의혹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해 후배 법조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권 전 대법관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자, 2차 공문을 보냈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일당'이 50억 원을 건네기로 약속한 이른바 '50억 클럽' 중 한 명으로도 알려졌다. 이를 두고 권 전 대법관이 2019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할 때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 대가 아니냐는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 9월 퇴임한 권 전 대법관은 퇴임 2년이 지난 올해 9월 26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변협은 신청을 접수한 뒤 상임이사회 심의를 거쳐 자진 철회를 요구하기로 했다.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 신청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변협으로선 마땅히 막을 방법은 없다. 신청일로부터 3개월 간 신청 철회나 등록 거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등록된 것으로 간주돼, 권 전 대법관이 계속 버티면 12월 말에는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