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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촛불도 맞불도 모두 '추모'…"너무 안타까워"



사건/사고

    '이태원 참사' 촛불도 맞불도 모두 '추모'…"너무 안타까워"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 서울 도심서 집회 잇따라
    촛불집회, 맞불집회 모두 '추모' 분위기
    "정부는 어디에 있었나" vs "정치적 이용 안돼" 목소리는 달라
    청소년들도 집회…"친구들 살려내라"

    5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5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태원 압사 참사'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이자 토요일인 5일, 서울 도심에서는 촛불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진보 성향 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정부의 책임을 규탄하며 촛불을 들었고, 보수 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는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된다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목소리는 서로 달랐지만 양측 모두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한 마음으로 추모했다.

    10대 사망자가 발생한 이번 참사를 두고 청소년들도 거리로 나와 희생자를 추모했다. 또래 친구들이 안타깝게 희생을 당했다며 내뱉는 탄식에 집회 현장에는 숙연하고 슬픈 분위기가 감돌았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7번 출구 앞 도로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주최 측 추산 5만여 명이 운집했다.

    촛불행동 측은 "윤석열 정부는 참사의 원인을 숨김없이 밝히고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며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벗어나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사찰을 자행하는 제2, 제3의 범죄행각을 중단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정한 추모는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집회 전부터 촛불행동 측은 '무책임한 정부가 참사 불렀다' 문구를 붙인 천막에서 피켓과 근조 리본, 양초 등을 나눠줬다. 피켓에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퇴진이 추모다',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등의 내용이 적혔다.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글은 포스트잇에 적혀 천막 인근 검은색 바탕의 벽에 가득히 붙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벌써 이렇게 모였어", "눈물 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10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에 참가자들은 패딩과 목도리, 모자 등을 걸치고 아스팔트에 앉아 촛불을 들 준비를 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5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서울 서초구에 온 김모(50·여)씨는 "이태원 현장도 오늘 갔다 왔는데 골목을 보는 순간 말문이 막혀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겠다"며 "제 자식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게 끝이 아니고 내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온 나모(51·여)씨는 "무능하고 무식, 한심한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고 요구하고 싶어 집회에 나왔다"며 "하루 아침에 길 한가운데서 156명이 죽는 나라가 된 게 너무 창피한 일"이라고 밝혔다.

    경찰 대응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았다. 서울 관악구에서 왔다는 이모(32)씨는 "행사 있기 2주 전만 해도 경찰 배치하고 그랬다는데, 왜 하필 그때만 경찰 배치가 안되고 안전 통제가 안됐나"라며 "지금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반성 못하고 있다면 계속 얘기해서 잊히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는 추모기도 행사와 추모행사로 구성됐다. 추모기도회는 4개 종단 종교인들이 주관했다.

    참사 생존자이자 목격자 김운기씨는 무대에 올라 "아직까지 손에 심폐소생 압박감이 남아 있다"며 "참사 겪은 분들, 관계자, 사건으로 마음의 상처와 트라우마 입은 분들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 또한 아직까지 황망한 마음에 일상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저는 현장에서 똑똑히 봤다. 우리를 도운 건 보통시민이다. 우리는 위대하고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류영주 기자5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보다 앞선 오후 3시 50분쯤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10번 출구 앞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가 '촛불 행진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에서는 '질서 유지인'이란 명찰을 단 인원이 국화, 근조 리본을 단 봉을 나눠줬다. '이태원 사고 희생자 분들의 영면을 빕니다', '이재명·민주당은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등이 적힌 피켓도 보였다.

    애도 기간을 감안한듯 단체 구호 제창이나 현장 음악도 없는 등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조문 모습이 영상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집회 장소 옆 차려진 분향소에는 '이태원 사고 희생자일동'이라고 적힌 위패 주위로 국화꽃 수십 송이가 놓여졌다.

    집회에 참가한 김인숙(70)씨는 "호남 쪽에서 대규모 집회를 한다고 해서 무모한 짓에 대비하기 위해 나왔다. 지금 애도 기간인데 이 기간이 끝나고 자기 주장을 해야 하는데, 이건 도대체가 애도를 하는 건지"라며 촛불집회를 비판했다.

    왕상휘(63)씨 역시 "촛불집회를 한다길래 추모면 좋은데 추모가 아니고 다른 의도를 가지고 빙자해서 집회 가지니까 더 안좋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손하나(60)씨는 "용산 이태원 사고가 큰 충격인 건 사실"이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 비통하고 추모행사한다고 해서 동참하는 의미로 왔다"고 밝혔다.

    한편 '청소년공동체희망'은 서울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이태원 참사에 희생된 청소년의 넋을 기리는 청소년 추모 촛불 및 행진'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친구들을 살려내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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