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 2명이 사건 발생 21년 만에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혔다.
피의자 이승만(52)은 2일 "저로 인해서 피해를 받으신 경찰관분, 운명을 달리 하신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 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있던 이씨는 이날 오전 대전지검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이씨는 심경을 묻는 질문에 "지금 죽고 싶은 심정밖에는 없다"며 "언젠가는 지은 죄를 받을 줄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완전 범죄를 꿈꾼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건 아니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승만은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경찰들에게 이끌려 자리를 옮겼다.
둔산경찰서 유치장에 분리 입감됐던 공범 이정학(51)도 같은 시각 검찰에 송치됐다. 이정학은 "죄송하다. 피해자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21년 전인 지난 2001년 대전 소재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권총으로 은행 직원 1명을 숨지게 하고 현금 3억 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16년 공소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시행으로 공소시효가 사라져, 이들은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 이승만(왼쪽)과 이정학이 2일 오전 검찰 송치 과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남·고형석 기자이정학은 현장 유류물에서 나온 DNA가 검거의 단초가 됐고, 이정학의 자백으로 붙잡힌 이승만은 당초 혐의를 부인하다 이후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이 사건 두 달 전 있었던 경찰관 총기 탈취도 본인들이 저질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001년 10월 15일 0시쯤 대전 대덕구의 한 골목길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량으로 강하게 충격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경찰관의 권총을 탈취한 혐의다. 이때 탈취한 권총은 두 달 뒤 범행에 쓰였다.
권총 탈취에 대해서는 당초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지만 이후 이승만으로부터 '은행강도를 염두에 두고 저지른 것'이라는 진술이 나왔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태다.
경찰은 검거 과정과 관련해 "유류물에서 검출된 유전자가 충북 소재 불법게임장 현장 유류물에서 검출된 유전자와 동일하다는 감정 결과를 회신 받고, 게임장에 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는 1만5천여 명에 대해 범행 연관성을 확인해나가는 수사를 진행한 끝에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건 발생 7553일 만에 이들은 체포됐다.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 회의를 거쳐 이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송치 이후에도 검찰과 협력해 추가 공범 여부와 여죄 등 필요한 수사를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강력범죄전담부인 형사3부를 중심으로 특별수사팀(검사 5명·직원 10명)을 꾸려 보강 수사에 들어갔다.
대전지검은 "경찰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본건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