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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정복 나선 '카카오'…뒤늦게 깨달은 "바보야, 문제는 규제야"



금융/증시

    금융 정복 나선 '카카오'…뒤늦게 깨달은 "바보야, 문제는 규제야"

    핵심요약

    금융혁신·소비자편익 내세운 빅테크 금융사에 규제 사각지대
    "팔았으면 책임도 져라" 금융소비자 보호로 눈돌려 규제 본격화
    설립에서 운영까지 특혜에 특혜…사회적 책임은 '면제'
    "금융을 기술로 보는 빅테크, 소비자보호에 관심 없어" 지적도

    [공룡 플랫폼, 빙하기 맞나③]

    카카오페이 제공카카오페이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혁신'인가 '탐욕'인가…플랫폼, 기로에 서다
    ②녹색 공룡 가니 노란 공룡 온다…'공동체'는 어쩌다 '제국'이 됐나
    ③금융 정복 나선 '카카오'…뒤늦게 깨달은 "바보야, 문제는 규제야"
    (계속)

    "카카오와 협업을 준비하면서 '카카오가 과연 한국의 금융 규제에 대한 인식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이런 이런 규제 때문에 이런 서비스는 어렵다고 설명하면 왜 그런 규제가 필요한지 오히려 따져 묻습니다. 카카오는 규제를 제일 먼저 신경쓰는 기존 금융권과 사고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얼마전 만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기존 금융권이 어떻게 다른지 이렇게 설명했다. 그런데 이렇게 규제를 두려워하지 않던, 또 규제의 사각지대에 살던 카카오에게 최근 금융당국은 "바보야, 문제는 규제야"라는 한국 금융권 만고불면의 진리를 제대로 각인시켜 줬다.


    규제 카드 꺼내든 금융당국 "팔았으면 책임도!"


    금융위원회 제공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카카오페이 등 금융플랫폼이 자사 앱을 통해 펀드나 보험 등 금융상품 가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단순한 광고를 넘은 금융상품 '중개' 행위로 판단했다. 오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위에 등록 또는 인·허가를 받지 않고 이런 중개 행위를 하는 것은 법률 위반 행위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시설로 유명한 A건설사의 아파트에 입주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얼마뒤 화장실에 물이 새고 벽지에 곰팡이가 피는 등 하자가 발생했다. A사에 하자보수를 요구하니 "화장실은 B배관업체가 벽지는 C도배업체가 시공했으니 그쪽에 항의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카카오페이의 금융상품 가입 서비스가 이런 방식이었다.

    플랫폼은 카카오페이가 깔았고 소비자는 카카오페이가 금융상품을 판매하는줄 알지만 실제로 카카오페이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보험사나 증권사 등 기존 금융사들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문제가 발생하면 카카오페이가 아니라 기존 금융사를 찾아가 따져야 한다.

    여러 금융사 앱을 거칠 필요없이 카카오페이 앱을 통해 다양한 보험상품과 펀드상품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편익은 높지만 소비자 보호로 눈을 돌리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카카오페이가 관련 금융업 자격을  획득해 금융상품을 직접 판매하든가, 아니면 판매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금융상품 판매를 '중개'했으면 책임도 지라는 얘기다.

    옵티머스나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대란이 발생했을때 이들 펀드를 설정해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아니라 판매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은 은행이나 증권사가 부실펀드 피해를 투자자에게 우선 보상해 주는 것도 바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이런 규제 메카니즘에 따른 조치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존 금융사라고 규제가 달가운건 아니지만 원래부터 금융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카카오 같은 빅테크는 자신들은 단순히 금융사가 아니라 금융사를 뛰어넘는 어딘가에 위치에 있어 그런 규제에서 예외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인터넷전문'이라…특혜는 즐기지만 책임은 사절


    연합뉴스연합뉴스
    빅테크 기업들은 금융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그동안 규제를 피해왔던 것은 물론 설립 허가부터 특혜를 받아왔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 넘게 지켜져왔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원칙을 깬 첫 사례다.

    은행업 허가는 국가가 공인한 이자놀이에 뛰어들 수 있는 자격증을 의미하기 때문에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자격이다. 그래서 심지어 오너까지 있는 기업에 은행업 허가를 내준 것 자체가 특혜다. 이런 특혜 덕분에 오너를 비롯해 카카오뱅크 임직원들은 코스피 상장으로 돈방석에 앉았다.

    뿐만 아니라 운영에 있어서도 카카오뱅크 등은 '인터넷전문'이라는 타이틀로 다른 은행들에게 지워진 사회적 책임까지 면제받으며 특혜에 특혜를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은행 점포 운영과 고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점포수는 총 6326개다. 비대면 거래 증가로 은행 점포수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올해는 점포 감소세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유는 간단하다. 노인과 지방 중소도시 거주자 등 금융소외계층의 이용 편의를 위해 금융당국이 점포 폐쇄를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급격한 점포수 감소를 규제함으로써 고용 유지라는 또 다른 사회적 책임도 지울수 있어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비대면 거래가 일반화되고 있지만 주요 시중은행은 각각 1~2만명 수준의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신규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 운영이나 고용 등 기존 은행에 지워진 사회적 책임 자체가 없다. 지난달 상장과 함께 압도적인 금융업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점포도 없고 임직원 수도 1천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전국에 954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임직원 수가 1만 6500여명에 이른다.

    빅테크 금융사는 사회공헌에도 인색하다. 은행연합회가 집계한 지난해 각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KB국민은행 2025억원, 신한은행 1727억원, 농협은행 1648억원, 우리은행 1410억원, 하나은행 1168억원 등이다. 그런데 카카오뱅크의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3.5억원에 불과했다. 실적이나 자산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민망한 수준이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금융당국에서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혁신 선도 정도로 봤지만 지금은 문어발식 확장으로 금융업 전체를 먹을 기세"라며 "문제는 빅테크 기업은 금융도 하나의 기술로 보기 때문에 기존 금융권에게 지워졌던 사회적책임이나 소비자보호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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