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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프듀' 겹치는 '걸스플래닛'의 물음 "누구의 꿈 지켜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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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프듀' 겹치는 '걸스플래닛'의 물음 "누구의 꿈 지켜줄 건가요?"

    6일 방송한 엠넷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 캡처6일 방송한 엠넷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 캡처"과연 99명의 소녀들 중 누가 데뷔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자 이제 어떤 소녀의 꿈을 응원하고 지켜줄지 선택해야 합니다. 오직 여러분만이 소녀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곳 '걸스플래닛'에서 99명 소녀들의 위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데뷔를 목표로 각자 꿈을 안고 온 참가자들의 간절함, 이들 중 일부만이 데뷔라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조건, 참가자의 꿈을 지킬 권한은 투표권을 지닌 시청자에게 달렸다는 점… '프로듀스' 시리즈로 대표되는 시청자 투표 중심의 엠넷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했다.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999')의 팬 '플래닛 가디언'은 결국 이름만 바뀐 '국민 프로듀서'('프로듀스' 시리즈) 혹은 '육성회원'('아이돌학교')인 셈이다.

    한·중·일 참가자 99명이 경연 과정을 통해 9인조 글로벌 걸그룹으로 데뷔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엠넷 '걸스플래닛999'가 6일 저녁 첫 회를 방송했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99명의 소녀는 'K팝'이라는 언어로 소통하며 연결되고 조합되며 성장할 예정이라는 게 '걸스플래닛999' 측 설명이다.

    99명의 참가자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거대한 세트, 99명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톱9'의 자리를 꼭대기에 배치한 구도, 각 분야 마스터의 가감 없는 심사, 각자의 개성은 물론 단단한 각오를 하고 나온 참가자들이 어우러진 거대하고 화려한 시작이었다.

    '걸스플래닛999'는 한·중·일 참가자가 각각 33명씩 참가했고, 첫 회에서는 각 그룹에서 한 명씩 총 3명이 한 조가 되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롤모델', '연기파 소녀', '막냉이', '짱구', '연체 소녀', '같이 데뷔할 수도 있었다', '언어 만렙', '자이언트 소녀', '다시 한번', '저 춤 좀 춥니다', '메보는 나야 나', '보컬 1등 내 거야', '올 라운더', '소녀시대', '나는 내 앨범이 있다', '닭발을 사랑한 소녀' 등 다양한 조합으로 등장했다.

    각 조원 소개가 끝난 후 미리 준비한 첫 무대가 공개됐다. K그룹(한국)·C그룹(중국)·J그룹(일본)이 홀로, 혹은 둘 이상 짝을 지어 기량을 뽐냈다. '걸스플래닛999' 1회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무대였다. 기대 이상이기도 했고, 동시에 실망스럽기도 한 부분이었다. 그룹별로 실력이 천차만별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묘미가 '성장'의 순간을 함께한다는 것이라고는 해도,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예상대로 가장 뛰어난 무대를 보인 쪽은 K그룹이었다. 에스파의 '블랙맘바', NCT 127의 '영웅', K/DA의 '팝/스타즈' 등 고난도 곡을 소화하면서도 시선을 뺏는 퍼포먼스와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을 자랑했다. 다년간의 연습생 기간을 보낸 이들도 적지 않았고, K팝 아이돌 자체가 '완벽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에, 참가자와 각 분야 마스터는 물론 시청자 역시 모두 K그룹 무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음에도 단번에 집중하게 하는 좋은 무대를 꾸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6일 방송한 엠넷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 캡처6일 방송한 엠넷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 캡처일본인 참가자들이 부실하고 미흡한 무대로 따끔한 비판이 나왔던 '프로듀스48' 때와 달리, 수준급의 무대를 선보인 J그룹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O.O.O' 때 J그룹 1위를 차지한 에자키 히카루가 속한 그룹은 바로 그 '프로듀스48'에서 '헬바야'라며 조롱당한 블랙핑크의 '붐바야'를 멋지게 소화했다. "쟨 어딜 가도 뭘 해도 되겠다"(선미)라는 평가를 끌어낼 만큼 성공적인 무대였다.

    반면 중국인 참가자들이 모인 C그룹의 무대는 듣기 괴롭거나 보기 민망한 경우가 잦았다.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음역을 무시한 채 어려운 곡을 택했거나, 음정이 엇나가고, 애드리브를 포함해 고음 파트에서 음 이탈이 일어났으며, 춤 동작이 맞지 않기도 했다. "재롱잔치", "솔직히 노래는 못 들어준다", "보컬이 아쉽다" 등의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센 언니'를 자처한 C그룹은 CLC의 '헬리콥터'를 들고나와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했다. 팀의 리더인 푸야닝은 원곡자인 CLC 최유진 앞에서 "원곡자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위 고 업 헬리콥터"라는 가사를 읋은 후 "벗 유 돈트"라며 최유진을 도발했다. '쇼미더머니'에 온 것 같다는 티파니의 반응처럼, 이른바 소란을 일으킬 만한 장면이었다. 패기와 자신감을 노출하는 것과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데도 말이다.

    시청자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서일지, 참가자 간 경쟁을 심화시키기 위해서일지는 몰라도 '걸스플래닛999'는 1회에서 일관되게 푸야닝과 최유진을 대립 구도로 그려냈다. 멤버들의 기를 살려주고 우리도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푸야닝의 설명을 넣긴 했으나, 무대에 오른 최유진을 보고 "별 느낌 없었다"라는 푸야닝의 발언을 교차해 보여주는 등 신경전 묘사를 잃지 않았다. 현아의 '버블 팝'을 준비한 최유진은 2회 예고의 주인공이 됐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걸스플래닛999' 윤신혜 CP는 한·중·일 걸그룹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기회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한 바 있다. 한국에서 K팝 아이돌로 데뷔하려는 목표를 지닌 이들이 대거 참여한 만큼 상당한 실력과 기량을 갖춘 참가자가 예상보다 많았다는 점, 앞으로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궁금증을 자극한다는 점은 확인했다.

    눈에 띄는 단점도 있다. 한 회 분량이 너무 길다. 8시 20분부터 시작해 밤 10시 50분에 끝난 첫 회는 3시간 가까이 됐다. 시청자의 인내심을 시험한다는 기분이다. 동시에 이렇게 긴데도 얼굴이나 멘트 한 번 제대로 나오지 않은 참가자가 있었다는 점은 편집 방향에 아쉬움을 남긴다. 일부 참가자의 수준 미달 무대와 불필요한 '어그로'(관심을 끌기 위해 악의적인 언행을 하는 것)성 편집은 화제를 일으킬 수는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프로그램의 가장 큰 약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적절한 양념을 치는 것과 양념이 전부인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걸스플래닛999'의 진짜 시작은 모든 참가자의 첫 무대가 끝나고 첫 글로벌 투표가 진행되는 2회부터일 것으로 보인다. '걸스플래닛999'는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20분에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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