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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동생 정준영이어서 안심했는데"…1심 중형 배경



법조

    "친한 동생 정준영이어서 안심했는데"…1심 중형 배경

    피고인·피해자 진술, 카톡 정황 증거 폭넓게 고려
    "피해자 딴소리 못하게 해"…정준영, 최종훈에 지시

    가수 정준영과 최종훈 (사진=자료사진)

     

    가수 정준영과 최종훈, 그리고 이들과 어울린 연예계 관계자 권모·김모·허모씨가 성폭행·추행하고 불법촬영한 여성들은 대부분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성범죄가 친밀하고 믿었던 관계에서도 얼마든지, 더 잔혹한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가 정씨와 최씨의 집단 성폭행(특수준강간)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중형을 선고한 데는 이러한 배경사실들이 뒷받침이 됐다.

    법정에서 정씨와 최씨는 2016년 3월 20일 대구 소재 한 호텔에서 술에 취해 의식이 불분명한 여성 A씨를 함께 성폭행했다는 혐의에 대해 엇갈리게 진술했다. 정씨는 성관계 자체는 인정하지만 A씨가 동의했다고 주장했고 최씨는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정씨는 자신과 최종훈이 같이 (성관계를) 했다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과시하며 말한 사실이 있고 수사기관과 법정에서도 그렇게 진술했다"며 "진술이 구체적·일관적이고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말한 것이어서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씨 주장도 배척했다. 이날 선고 내용에 따르면 정씨는 카톡방에서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성관계를 하는 데) 김씨와 허씨가 들어와 웃어서 나도 X나 웃었다"고 묘사했다. 범행 이후에는 최씨에게 "종훈아 피해자가 딴소리 할 수 있으니 카톡으로 마사지 좀 해줘라"라고 범행 사실을 인지한 듯한 메시지를 보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가 "남녀관계가 아닌 친한 친구인 김씨와 친한 동생 정준영이 함께 있어서 안심하고 술을 마셨다"고 진술한 부분에 주목했다. 이들과 함께인 자리에서 집단 성관계를 한다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정씨와 최씨가 A씨와 성관계를 하고 있을 당시 김씨와 허씨가 방에 들어와 웃기까지 했는데, A씨가 의식이 있었다면 항의를 했어야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A씨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이들의 주장은 여러 증거와 정황상 모두 모순된다는 것이다.

    당시 병원기록 상 공황장애 약을 복용 중이었던 데다 술까지 마셔 기억을 잃은 A씨는 사건 이후 최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하자 나중에 직접 만나서 묻기도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는 최씨의 말에 더 추궁하지 못했다.

    친구 김씨에게도 전화해 따져 물었지만 김씨는 "자신은 옆방에 있어서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만 답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씨가 A씨를 직접 목격했고 의식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범행이 없었다고는) 반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처럼 정씨는 '친한 누나'이던 A씨를 준강간 한 것은 물론이고 다른 여성 지인들과 연예계 지망생 등과의 성관계 사진·영상을 불법촬영해 카톡방에 공유했다. 이러한 혐의 역시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정씨와 최씨 외에 김씨도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준강간하고 또 다른 피해자를 강제추행했다. 이러한 범행 장면을 촬영해 카톡방에 공유하기도 했다. 권씨도 여러 피해자들에 대해 벌인 강간미수·준강간·준강제추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사건 후 3년 만에야 고소한 것에 불순한 목적이 있다고 비방하기도 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전이나 유명세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증명할 근거가 없는데다 과거 피해자들이 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던 사정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익명 제보자의 '정준영 카톡방 USB'가 위법한 증거는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이 내용은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서만 피고인들이 동의해 증거로 채택됐고 다른 특수준강간·준강간·강제추행 등 주로 쟁점이 된 혐의에서는 증거에서 배제됐다. 이미 정씨의 휴대전화가 사라져 원본과의 동일성을 확인하거나 디지털포렌식 작업 등을 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카톡방 내용은 증거로 쓰지 못했지만) 피해자 진술을 비롯한 다른 증거들과 피고인들에 진술에 의해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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